발레리나 강미선, 무용계 아카데미상 ‘브누아 드 라 당스’ 수상…한국에서 다섯 번째
발레리나 강미선, 무용계 아카데미상 ‘브누아 드 라 당스’ 수상…한국에서 다섯 번째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3.06.21 15: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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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추윤팅과 여성무용수상 공동 선정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유니버설발레단(단장 문훈숙, 예술감독 유병헌) 수석무용수 강미선이 무용계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2023 브누아 드 라 당스(Benois de la Danse)‘시상식에서 ‘최우수 여성 무용수상(Female Dancer)’을 수상했다.

▲‘미리내길’ 공연을 선보이는 강미선과 이현준 ⓒ유니버설 발레단
▲‘미리내길’ 공연을 선보이는 강미선과 이현준 ⓒ유니버설 발레단

지난 20일(현지 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볼쇼이 극장에서 열린 브누아 드 라 당스 시상식에서 강미선은 파리 오페라 발레단 에투알 도로시 질베르, 볼쇼이 발레단 수석무용수 엘리자베타 코코레바, 마린스키 발레단 퍼스트 솔리스트 메이 나가히사 등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중국국립발레단 추윤팅과 공동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한국인 무용수로는 발레리나 강수진(1999년), 김주원(2006년)과 발레리노 김기민(2016년), 발레리나 박세은(2023)에 이어 다섯 번째 수상자다.

강미선이 수상한 ‘미리내길’은 유병헌 예술감독 안무작 <코리아 이모션>에 포함된 작품으로 한류 드라마 OST의 대가 지평권의 앨범 《다울 프로젝트》(2014)에서 발췌한 동명의 국악 크로스오버곡에 한국 고유의 정서인 ‘정(情)’을 아름다운 몸의 언어와 한국 무용의 색채를 아름답게 녹여낸 창작발레이다. 특히 강미선은 이 작품을 통해 먼저 떠난 남편을 향한 아내의 그리움을 숨이 막히도록 먹먹하게 그려내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큰 호평을 받은 바 있다.

강미선은 "후보들이 워낙 대단한 무용수들이어서 전혀 기대를 하지 않았고 후보에 선정된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예상하지 못한 큰 상을 받게 되어 영광이다. 무엇보다 한국의 창작 발레를 세계 무대에 알릴 수 있어 기쁘고 심사위원들에게 한국 고유의 감정이 녹아 있는 ‘정’의 느낌이 잘 전달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문훈숙 단장님을 비롯하여 유병헌 감독님, 유지연 선생님 등 여러 분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이 자리에 오를 수 있어 무척 감사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유니버설발레단 최초 21년 근속’이라는 역사를 쓰고 있는 강미선은 선화예술 중·고등학교와 워싱턴 키로프 발레 아카데미를 거쳐 2002년 유니버설발레단에 입단했다. 코르드발레(군무진)로 입단한 강미선은 입단 3년 후인 2005년에 드미 솔리스트로, 2006년에는 솔리스트로 승급하였고 2010년 시니어 솔리스트를 거쳐 입단 10년 차인 2012년에 수석무용수로 승급한 대기만성형 발레리나로 현재 유니버설발레단의 간판 스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2014년 유니버설발레단의 수석무용수 콘스탄틴 노보셀로프와 결혼했으며, 2021년 10월 아들을 출산하고 2022년 3월 ‘춘향’, 6월 ‘잠자는 숲속의 미녀’로 완벽하게 복귀하며 ‘갓미선의 귀환’을 알리며 그해 (재)전문무용수지원센터 ‘2022를 빛낸 무용수상’을 수상했다.

이번 수상과 관련하여 문훈숙 단장은 “강미선은 타고난 재능도 있지만 예술성, 테크닉, 연기력, 작품을 구상하는 능력 등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는 무용수”라고 하며 “유니버설발레단의 크고 작은 역할을 다 아는 무용수로서 항상 성실하고 겸손한 인품은 발레단의 모든 후배 무용수들에게 귀감이 되는 롤 모델”이라고 밝혔다. “특히 예술가로서 가장 중요한 겸손한 자세가 있었기에 끊임없이 부단한 노력을 할 수 있었고 결국 이번에 브누아 드 라 당스 수상으로 결실을 맺은 것”이라고 전하며, 이번 수상의 남다른 의미로 “무엇보다 한국 창작 발레로 입상을 하여 세계 무대에 K발레의 위상을 더욱 드높였다는 점은 한국 발레계에도 한 획을 그은 것”임을 밝혔다. 

유병헌 예술감독은 ”강미선은 정확한 표현력과 연기력으로 맡는 역할마다 모두 완벽하게 소화해내는 무용수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으면서 ’미리내길’은 한국만의 정서를 전 세계에서 통하는 발레로 풀어내고자 만든 작품으로 처음부터 강미선을 염두에 두고 만든 작품이다. 강미선만큼 이 작품을 잘 표현하는 무용수는 없을 것”이라며 말했다.

올해로 31주년을 맞이한 브누아 드 라 당스(Benois de la Danse)는 1991년 국제무용협회(현 국제무용연합) 러시아 본부에서 설립, 매해 세계 정상급 발레단의 작품을 심사하여 최고의 남녀 무용수, 안무가, 작곡가 등을 선정하여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세계적 권위의 상이다.

강미선은 현지시각 21일 7시 볼쇼이극장에서 진행되는 브 누아 드 라 당스 갈라 콘서트에서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이동탁과 함께 <미리내길>과 <춘향>의 해후 파드되를 선보이며 다시 한번 한국 창작발레를 세계무대에 소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