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백희나 그림책展》, ‘손’으로 완성한 일상 속 판타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백희나 그림책展》, ‘손’으로 완성한 일상 속 판타지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3.06.21 17: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예술의전당 전관 개관 30주년 기념, 6.22~10.8
백희나의 20여 년간의 그림책 작업 아우르는 전시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일상 속에서 펼쳐질 수 있는 마법같은 이야기로 아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극대화 시키는 백희나 작가의 세계를 만나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예술의전당(사장 장형준)과 ㈜책읽는곰(대표 임선희)은 《백희나 그림책展》을 오는 22일부터 10월 8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개최한다.

▲백희나, 『알사탕』, Magic Candies 2017
▲백희나, 『알사탕』, Magic Candies 2017 (사진=예술의전당 제공)

이번 전시는 예술의전당이 전관 개관 30주년을 맞이해 마련한 전시로, 그림책 작가 백희나의 첫 단독 대규모 개인전이다. 전시는 ▲그래서 가족 ▲기묘한 선물 ▲달달한 꿈 ▲나만의 비밀 총 4개의 주제로 구성됐다. 2004년에 발간된 『구름빵』을 포함해 『달 샤베트』, 『장수탕 선녀님』, 『알사탕』, 『연이와 버들 도령』에 이르기까지 총 11개의 창작 그림책을 다룬다.

전시에선 그림책 속 다양한 등장인물과 장면들을 담은 140여 점의 작품 세트와 실감 미디어 콘텐츠로 구현된 공간을 선보인다. 또한 그림책 속 캐릭터와 세트를 확장시킨 포토존과 작가의 목소리로 그림책을 읽어주는 영상 공간 등 다양한 볼거리가 관람객의 이목을 끌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나의 장르를 만든, 백희나 작가

백희나 작가는 개성 넘치는 캐릭터와 견고한 세트, 매력적인 스토리텔링이 돋보이는 그림책을 만든다. 다양한 캐릭터들은 사람과 동물의 경계가 없고, 그들의 생김새는 완벽한 미인상도 아니며, 극악무도한 악당 캐릭터가 등장하지도 않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은 백 작가가 만든 세계예 흠뻑 빠져든다.

백 작가의 이야기 속에는 등장 캐릭터들 이외에도 이야기의 흐름을 이끌어 가는 중요한 요소가 있다. 빵, 샤베트, 초콜릿 케이크, 달걀, 요구르트, 달걀국, 알사탕, 솜사탕, 뜨끈한 밥상 등 특별할 것 없는 가장 일상적인 먹을거리가 그것이다. 이 먹을거리들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캐릭터들의 추억과 취향이 반영된 소재로 이야기의 전개 과정에서 전환점이 되거나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야기 책 속 세트들의 소재도 작가 고유의 특성이 담겨있다. 종이(양지, 한지, 트레싱지 등)・섬유(헝겊, 원단, 아이가 입던 옷 등)・스컬피(sculpey/모델링 작업에 많이 사용하며, 찰흙같이 물렁하여 형태를 만든 뒤 열을 가하면 딱딱하게 변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로 만든 캐릭터 인형들, 골판지・폼보드에 채색하거나 벽지・사진을 붙인 세트들, 미니어처 가구와 직접 제작한 소품들, 목탄과 색연필을 활용한 드로잉 등 재료를 향한 작가의 시도는 무한하게 이뤄졌다.

독특한 소재들로 완성된 백 작가의 세계는 그의 아날로그적 작업 방식을 통해 또 한 번 구체화된다. 작가는 본인이 구성한 완벽한 구상을 위해 직접 카메라를 들고 그림책의 한 페이지가 될 장면을 찍는다. 다양한 디자인 툴로 직접 만들고, 변형시키지 않아도 이미지가 완성되는 시대다. 그러나 백 작가는 아날로그를 고수하며, 모든 장면을 찍어서 작가의 손으로 직접 연출의 비밀을 완성한다.

▲백희나, 『장수탕 선녀님』, The Bath Fairy 2012
▲백희나, 『장수탕 선녀님』, The Bath Fairy 2012 (사진=예술의전당 제공)

20년을 한결같이, 그림책 작업에만 전념해 온 백희나 작가는 2020년 한국인 최초로 세계 최고 아동문학상인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상(Astrid Lindgren Memorial Award, ALMA)’을 수상한 바 있다. 이 상은 전 세계 100여 개국 언어로 번역되어 오랫동안 사랑 받아 온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의 저자 아스트리드 린드그렌(Astrid Anna Emilia Lindgren)을 기리기 위해 스웨덴 정부에서 제정한 상이다. 당시 백 작가는 67개국의 대표 작가 240여 명 중 최종 수상자로 결정됐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상’ 심사위원장 보엘 웨스틴은 “재료와 표정, 그리고 동작에 대한 정교한 감각으로, 고독과 연대에 관한 이야기를 그림책 무대에서 마치 영화처럼 보여 준다”라며 “과거를 소환하는 그녀의 미니어처 세계에서는 구름빵과 달 샤베트, 장수탕 할머니와 동물과 사람이 어우러져 있다. 그녀의 작품은 감각적이고 아찔한 경이의 세계로 가는 출입문이다”라고 심사평을 밝힌 바 있다.

전시 개막을 앞두고 있던 지난 5월 27일, 백희나 작가의 이탈리어판 『알사탕 Le caramelle magiche』이 이탈리아 대표 아동문학상인 프레미오 안데르센에서 2023년 ‘최고의 책’으로 선정됐다. 앞서 지난달 중순에는 프레미오 안데르센에서 ‘최고의 그림책’을 이미 수상하여 동시에 2개 부문을 석권하며 기쁜 소식을 알렸다.

1982년 제정된 프레미오 안데르센상은 이탈리아 최고 권위의 아동문학상으로, ‘최고의 책’은 이탈리아 전역에서 모인 180명의 어린이 책 전문가와 서점 관계자, 도서관 사서, 언론인, 학자들이 각 부문 최고작을 대상으로 투표해 오직 한 작품에만 주는 상이다.

▲백희나, 『나는 개다』 I am a Dog 2019
▲백희나, 『나는 개다』 I am a Dog 2019  (사진=예술의전당 제공)

『구름빵』이 출간된 지 20년, 백 작가 작품 전반을 담다

전시는 백 작가의 첫 번째 책인 『구름빵』에서부터 최신작 『연이와 버들 도령』에 이르기까지 작가의 창작 그림책 작품들을 한 자리에서 공개하는 자리다. 작가의 첫 번째 그림책이었던 『구름빵』이 출간된 지도 벌써 20여 년이 돼 간다. 그 시간만큼 그림책의 주된 소비층이었던 어린이들도 함께 커 갔다.

이 지점에서 이번 전시는 지금의 어린이뿐만 아니라 백희나 키즈였던 어른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도 충분한 전시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제1부 ‘그래서 가족 : 위로와 용기’에서는 『나는 개다』, 『어제저녁』, 『삐약이 엄마』를 선보인다. 반려견 시점에서 보는 인간 가족과의 관계, 삭막한 현대 주거 형태에서 보이지 않는 유대감으로 연결되어있는 범사회적인 가족의 개념, 생물학적으로 전혀 다른 종(種) 사이에 성립된 새로운 가족 형태를 다룬다. 스컬피로 만든 캐릭터들과 봉제 인형, 목탄을 활용한 드로잉 작품 등 백희나 작가의 재료에 대한 다양한 시도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들이 전시된다.

제2부 ‘기묘한 선물 : 성장과 공감’ 섹션은 『이상한 손님』, 『이상한 엄마』, 『알사탕』을 중심으로 꾸며졌다. ‘동생을 갖고 싶다’ ‘아이를 돌봐 달라’ ‘친구랑 놀고 싶다’라는 아주 평범하고 일상적인 작은 바람들이 ‘이상한’ 이벤트를 불러오고, 이를 통해 등장 캐릭터들이 한층 성장하는 모습을 담아낸 작품들이다. 전시는 입체적인 표정을 가진 다양한 캐릭터들과 그림책 속 세트를 실제로 구현해 관람객들에게 실제로 그림책 속에 들어와 있다는 상상을 품게 한다.

▲백희나, 『달 샤베트』 Moon Pops 2010  (사진=예술의전당 제공)

제3부 ‘달달한 꿈 : 빛과 어둠’ 공간은 『꿈에서 맛본 똥파리』, 『달 샤베트』로 완성됐다. ‘아파트’와 ‘연못’이라는 공간에서 한여름 밤의 꿈과 같은 전시경험을 제공한다. 조명의 활용을 극대화해 어두운 공간 속에서 관객들이 직접 그림책 속의 주인공이 돼 볼 수 있게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제4부 ‘나만의 비밀 : 환상과 시공간’ 은 작가의 판타지적 세계관과 독특한 연출 기법을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장수탕 선녀님』, 『구름빵』, 『연이와 버들 도령』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실제 목욕탕처럼 연출된 『장수탕 선녀님』 공간과 실감 미디어 콘텐츠로 구현한 『연이와 버들 도령』의 환상적인 봄 동굴 장면은 책에서 느낄 수 없었던 또 다른 감동으로 다가올 것이다.

예술의전당 장형준 사장은 “세계적인 백희나 작가의 첫 개인전을 이번 예술의전당 전관 개관 30주년 기념 특별전으로 개최하게 돼 매우 뜻깊다”라며 “이번 전시를 통해 어린이와 성인 모두가 즐거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전시, 함께 행복해지는 전시가 되길 바란다” 라고 밝혔다.

백희나 작가는 “전시를 본 뒤, 어린이가 ‘나도 뭔가 만들어보고 싶다!’ ‘집에 가서 나도 그림책을 만들어야지!’라는 용기와 희망이 생기는 전시가 되면 좋겠다. 또한 “내 작품이 누군가에게 모티베이션(motivation)이 되면 작가로서 큰 영광일 것“이라고 밝혔다.

▲백희나, 『이상한 손님』, The Strange Visitor 2018
▲백희나, 『이상한 손님』, The Strange Visitor 2018 (사진=예술의전당 제공)

전시를 다양한 방법으로 즐길 수 있는 연계프로그램도 운영된다. 백희나 작가가 직접 독립 출판해 첫 출판한 ‘달 샤베트’가 <예술의전당 어린이 가족 페스티벌>에서 처음 공개된다. 공연은 7월 22일(토)부터 8월 6일(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펼쳐진다.

또한 작가와 직접 만나는 <아티스트 토크> 프로그램도 예정돼있다. 전 연령층을 대상으로 하는 <아티스트 토크>는 7월 28일(금) 오전 11시, 음악극 ‘달 샤베트’ 무대가 있는 자유소극장에서 진행한다. 그 외 그림책 작가 지망생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아티스트 토크는 9월 9일(토) 컨퍼런스홀에서 진행한다. 네이버 예약으로 선착순 사전 예매 가능하며 무료로 진행된다.

전시는 유료로 개최된다. 입장권은 성인 2만 원, 유아·어린이·청소년 1만 5천 원이며 예술의전당 홈페이지와 인터파크, 네이버에서 구입 가능하다. 기타 예매 및 문의는 콜센터(02-580-1300)와 홈페이지(www.sac.or.kr)에서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