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유파별 보유자 인정하라”…무형문화재 인정예고 반발, 경기민요 보유자 도심 집회
[현장스케치]“유파별 보유자 인정하라”…무형문화재 인정예고 반발, 경기민요 보유자 도심 집회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3.06.22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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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비취ㆍ묵계월ㆍ이은주 유파 중 ‘안비취 유파’ 2인 보유자 인정예고
무형문화재 인정 조사서 묵계월·이은주 유파 제외
“소리 속 차이 따라 계보 나뉘어…문화재청 유파 인정하라”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경기민요 전승자들이 무형문화재 지정과 관련해, 문화재청의 유파 부정과 선정 과정의 불공정 문제를 지적하며 대규모 집회에 나섰다. 

경기민요 보유자 지정 관련 무형문화재위원회 회의가 예정된 22일 경기민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앞에 모였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문화재청은 경기민요 보유자 인정을 보류하라”라고 주장했다.

▲22일 오전, 경기민요 전승자들이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앞에서 경기민요의 유파를 인정하지 않는 문화재청과 무형문화재위원회를 규탄하는 집회를 가졌다 ⓒ서울문화투데이
▲22일 오전, 경기민요 전승자들이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앞에서 경기민요의 유파를 인정하지 않는 문화재청과 무형문화재위원회를 규탄하는 집회를 가졌다 ⓒ서울문화투데이

서울과 경기에서 주로 불리던 전문 예능인의 노래를 일컫는 경기민요는 1975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안비취(본명 안복식)ㆍ묵계월(본명 이경옥)ㆍ이은주(본명 이윤란) 명창이 예능 보유자로 인정받으며 ‘경기민요 여성 3인방’으로 활약해왔다. 이후 1997년 안비취 명창이 타계하자 그의 제자였던 이춘희 명창이 보유자가 됐다. 

이후 묵계월과 이은주 명창의 제자들은 보유자로 지정되지 못한 상태에서, 2023년 문화재청이 ‘안비취 유파’로 분류되는 김혜란ㆍ이호연 명창을 보유자로 인정예고하자 일부 전승자들이 문화재청과 무형문화재위원회의 정책 결정을 비판하고 나섰다. 

19일에 이어 22일 오전 2차 집회를 가진 전승자들은 “문화재위원회와 문화재청이 유파를 무시하고 법령을 위반했다”라고 성토했다. 

▲22일 집회에 참여한 경기민요 전승자 김장순 명창이 문화재청의 보유자 인정예고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서울문화투데이
▲22일 집회에 참여한 경기민요 전승자 김장순 명창이 문화재청의 보유자 인정예고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서울문화투데이

김장순 명창(이은주 유파)은 “경기민요는 12잡가 12곡을 안비취ㆍ묵계월ㆍ이은주 보유자가 각각 4곡씩 나눠 전승 책임을 지어왔다. 소리 속이 다르다는 점을 중시해 계보를 인정한 것인데 이번 예고 안건이 의결된다면 묵계월, 이은주라는 국보급 명창이 역사 속으로 생매장 당하는 치욕스러운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이들은 제4대 무형문화재위원장인 김영운 국립국악원장이 심사위원으로서 적법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10여 년 전에도 경기민요 유파 논란이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문화재청은 2009년 한국국악학회에 연구 용역을 맡겼고, 그 결과물이 바로 논란이 되고 있는 김영운 위원장이 작성한 ‘중요무형문화재 개인종목 음악분야 전승활성화 학술연구용역 결과보고서’이다. 전승자들은 용역보고서가 유파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미리 전제하고 작성된 잘못된 보고서라는 점을 지적했다. 

비대위는 “현 무형문화재위원회 김영운 위원장은 2009년 경기민요 유파 통합 용역보고서를 단독작성한 당사자이다. 무형문화재보전법상 제척 사유가 있는 용역보고서를 작성한 자가 주도하는 위원회 결의는 무효”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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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집회에 참여한 경기민요 전승자 김영임 명창이 문화재청의 보유자 인정예고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서울문화투데이

김영임 명창(묵계월 유파)은 “묵계월과 이은주 유파의 전승 계보도 바꿔 기재하고, 유파를 인정해야 한다는 다른 학자의 주장은 전혀 참조하지 않는 등 확증 편향을 갖고 용역보고서를 무자비하게 작성했다”라며 “문화재청은 편견과 무지로 경기민요의 유파와 전승 환경을 부정하고 있다”라며 울분을 토했다. 

전승자 측은 “이의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원안대로 보유자가 선정된다면 법적 대응도 불사할 것이다. 또한 서울 도심 집회를 이어나가 문화재청의 만행을 시민들에게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문화재청은 22일 무형문화재위원회를 열고 경기민요 보유자 인정 예고 안건을 심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