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韓 국가대표 ‘클래식ㆍ무용ㆍ창극ㆍ전시’, 영국의 2023년을 채우다
[현장스케치]韓 국가대표 ‘클래식ㆍ무용ㆍ창극ㆍ전시’, 영국의 2023년을 채우다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3.06.29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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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두 번째 ‘코리아시즌’ 개막
8월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 참가, 한국 특집주간 운영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부터 K-컬처의 확산 잠재력이 큰 국가를 대상으로 연중 문화교류 행사를 집중적으로 개최해, 한국문화의 매력을 알리고 양국의 문화·인적 교류를 획기적으로 확장하는 ‘코리아시즌’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멕시코에서 첫 행사를 열었고, 올해는 한-영 수교 140주년과 세계적 축제인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의 한국 특집주간(Focus on Korea) 운영을 계기로 영국을 두 번째 ‘코리아시즌’ 국가로 선정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9일에 개최한 '2023 코리아시즌' 기자간담회에서 문화예술인들이 '2023 코리아시즌' 대상 국가인 영국 현지 문화예술행사에 참여하는 소감을 밝혔다. 좌측부터 무버 김설진, 김기수(무버)/ 안은미(안은미컴퍼니)/ 배삼식(국립창극단)/ 손유리(KBS교향악단)/ 이진준(뉴미디어아티스트)/ 김희천(현대미술작가)
▲문화체육관광부가 29일에 개최한 '2023 코리아시즌' 기자간담회에서 문화예술인들이 '2023 코리아시즌' 대상 국가인 영국 현지 문화예술행사에 참여하는 소감을 밝혔다. 좌측부터 무버 김설진, 김기수(무버)/ 안은미(안은미컴퍼니)/ 배삼식(국립창극단)/ 손유리(KBS교향악단)/ 이진준(뉴미디어아티스트)/ 김희천(현대미술작가)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은 3,000여 개의 문화예술 공연을 보기 위해 매년 전 세계 40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세계적인 예술 축제이다. 특히 올해는 개별 문화예술인들을 초청했던 예년과 달리 한-영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한국 문화예술가와 단체의 5개 작품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문체부는 현지 행사 시작에 앞서 ‘코리아시즌’에 참여하는 문화예술인들과 함께 6월 29일(목), 아트선재센터(서울 종로구)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에서 선보일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의 극본을 쓴 배삼식 극작가와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에서 공연하는 KBS교향악단 무대를 기획한 손유리 팀장, 영국 최대 힙합 페스티벌 ‘브레이킹 컨벤션(Breakin’ Convention, 4. 28.~29.)’에 참가해 전통음악과 비보잉을 결합한 공연콘텐츠 <메리 고 라운드>를 선보인 무용팀 무버(MOVER)의 김설진 예술감독, <드래곤즈> 공연을 준비하고 있는 현대무용가 안은미, 뉴미디어 아티스트 이진준, 비디오 아트를 선보이는 김희천 작가 등이 행사 세부 내용을 소개하고 참여 소감을 밝혔다. 

이번 행사는 '시대의 초월, 세기의 확장'을 주제로 12월까지 12개 도시에서 클래식, 현대무용 등 총 11개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지난 2월 영국 런던 바비칸 센터에서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연주회로 막을 열었다.

무용팀 무버는 ‘2023 코리아시즌’의 일환으로 지난 4월 28~29일, 그리고 5월 17일부터 6월 14일까지 영국을 찾았다. 김기수가 안무한 <메리 고 라운드>로 런던 새들러즈 웰즈 극장을 비롯한 9개 도시에서 힙합 페스티벌 참가 및 투어 공연으로 현지 관객과 만났다.

▲‘메리 고 라운드’ 북미 초연 당시 공연 장면 (제공=뉴욕한국문화원)
▲‘메리 고 라운드’ 북미 초연 당시 공연 장면 (제공=뉴욕한국문화원)

<메리 고 라운드>의 안무가이자 무버의 댄서인 김기수는 “미국이나 영국의 문화를 동경하며 춤을 췄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이제는 상황이 바뀐 것 같아 감회가 새롭다”라며 “이번 투어를 통해 유럽권 댄서들이 한국의 댄서들을 궁금해 하는 모습들을 보게 됐다. 한국 댄서들의 기량이 왜 이렇게 뛰어난지 궁금해 하고, 팀뿐만 아니라 댄서 한 명 한 명의 동작과 스타일까지 파악하고 있어 놀라기도 했다. 우리 문화의 영향력이 그만큼 커졌다는 것을 체감했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이어 김설진 예술감독은 “건방진 소리일 수 있지만 10년 전 외국은 10~15년 전 느꼈던 감상에 변화가 없는데, 우리의 문화예술은 그와 비교했을 때 굉장히 많이 성장했다고 느꼈다. 이제는 해외에서 한국의 문화예술 시스템을 배우고 싶어 한다는 느낌도 받았다”라고 덧붙여 전했다.

8월 8일부터 17일까지 클래식 공연 4편과 국립창극단의 <트로이의 여인들>이 무대에 오른다.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강주미)은 바흐의 '바이올린 파르티타 2번'을 포함한 3곡을 연주하며, 피아니스트 손열음은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 9번' 등 5곡을 들려준다. 유럽 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노부스 콰르텟은 슈베르트의 '크바르테트자츠' 등 3곡을 공연한다.

KBS교향악단은 첼리스트 한재민과 협연해 드보르자크의 첼로 협주곡과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5번'을 연주한다. 손유리 KBS교향악단 팀장은  "K-클래식의 저력을 많은 관객에게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한국을 대표해서 참가하는 만큼 책임감 있게 준비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해외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해 공연을 하는 만큼, 한국 작곡가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없는 것이 아쉽다는 현장의 의견도 나왔다. 이에 손유리 팀장은 “한국 작곡가를 세계에 소개하는 것에 대해서도 고민을 많이 했으나, 작품보다는 연주를 통해 K-클래식의 저력을 보여주는 것에 포인트를 뒀다”라며 “또한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의 경우 음반 발매를 앞두고 있다. 이에 준비 과정과 이 작품에 대한 단원들의 숙련도를 고려해 레퍼토리를 구성하게 됐다. 한국을 대표해서 참가하는 만큼 책임감 있게 준비하겠다”라는 각오를 전했다. 

▲국립창극단 ’트로이의 여인들’
▲국립창극단 ’트로이의 여인들’

그리스 고전을 원작으로 하는 국립창극단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을 에든버러에서 선보일 배삼식 작가는 “창극이 갖고 있는 음악, 드라마 형식으로서의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고 생각해왔다. 국립창극단은 외형뿐만 아니라 내용면에서도 확장하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계속해왔다”라며 “<트로이의 여인들>은 극한의 고통을 받으면서도 가장 낮은 자리에서 인간으로서의 자존을 지키기 위해 투쟁하는 여인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지금 시대에도 의미 있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창극은 우리 소리로 전하는 뮤지컬과도 같다고 생각한다. 판소리가 지닌 음악적 형식의 아름다운 힘이 해외 관객에게도 호소력 있게 다가간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안은미 대표는 9월 바비칸 센터와 맨체스터 라우리 극장에서 '드래곤즈(Dragons)'를 4차례 공연한다. 2000년 이후 태어난 무용수들이 출연해 용을 주제로 아시아의 정체성을 탐구하는 작품이다. 

▲안은미 댄스 컴퍼니 ‘Dragons’
▲안은미 댄스 컴퍼니 ‘Dragons’

2011년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에 참여했던 안은미는 “오랜만에 영국 관객을 만나는 자리라 긴장되면서도 반갑다”라며 “젊은 세대가 춤을 기억하는 방식을 탐구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영국은 아직 제 작품과 작업방식을 낯설어한다. 서양과 아시아는 몸의 언어, 물체를 해석하는 방식이 다르다. K-컬쳐가 전 세계의 관심을 받고 있는 이 시기야말로 쌍방의 교류가 이뤄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작품에 대해 토론도 하고 싶고, 이것이 만들어진 배경과 작업 과정 등 심도 있는 대화의 장이 마련됐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뉴미디어 아티스트 이진준은 다음 달 이씨(ESEA) 컨템포러리와 주영한국문화원에서 인공지능 기술 등을 활용해 인간과 환경의 관계를 탐구하는 전시회를 연다. 이진준 작가는 “12년 만의 개인전이라 긴장도 되고 감사한 기분도 든다. 단체전이 논문을 쓰는 거라면, 개인전은 책을 하나 출판하는 것과 같다. 공부하고 살았던 영국에 오랜만에 다시 돌아가는 만큼, 어떤 작업을 선보일까 오래 고민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시대를 함께 경험한 경계공간의 작가로서, 지금의 미디어 시대에 어떠한 답변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한 결과가 작품으로 나왔다”라며 “마지막 개인전이었던 ‘인공정원’에 이은 정원 시리즈 중 하나인 ‘들리는 정원’을 소개하게 됐다. 대부분 설치작업이라 내일 출국해서 20일 동안 작품을 설치할 예정이다. 초지향성 스피커로 12개의 모빌을 만들어, 보이지 않는 소리들이 공간 전체에 울려 퍼지게 만든다. 새가 공간 곳곳에 날아다니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정원은 자연과 인간의 경계공간이다. 우리가 바라보고 있는 풍경, 자연과의 관계를 좀 더 다른 해석으로 다가가보고자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진준作 (Site generating installation, LED, Air conditioner, Fan sound, Temperature(18-20 degrees), Grass, Soil, Spot light, Poly cabonate, 2011)
▲이진준作 (Site generating installation, LED, Air conditioner, Fan sound, Temperature(18-20 degrees), Grass, Soil, Spot light, Poly cabonate, 2011)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을 받은 김희천은 11월 런던 헤이워드 갤러리 등지에서 개인전을 개최한다.김희천 작가는 “기술환경을 다루는 작업을 하고 있다. 유럽에서도 기술환경에 대한 경험이 생기면서 내 작업에 대한 관심이 생긴 듯하다. 영국 관객들에게 어떻게 해석될지 궁금하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미쉐린(미슐랭) 가이드에 등재된 한식당을 운영하는 요리사 부부 박웅철·기보미의 한국 식문화 행사, 한국 영화 특별상영회, 웨스트민스터 대학과 한국예술종합학교의 교류 행사 등 다양한 분야의 행사가 열린다.

정길화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원장은 “에든버러 페스티벌에 한국이 중점국가로 초대받은 것은 소프트파워 강국 한국의 위상이 반영된 결과”라며 “앞으로도 우리 문화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국제사회 친선과 교류에 이바지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