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수 자수박물관 《의례와 장식의 궁중 자수》展, 조선시대 궁중 자수 품격 선봬
한상수 자수박물관 《의례와 장식의 궁중 자수》展, 조선시대 궁중 자수 품격 선봬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3.06.30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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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이후 복원한 조선시대 궁중 자수 선봬
무료 전시 설명 프로그램 및 유료 자수 체험 운영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뻔한 한국 전통자수를 복원하고, 후학 양성에도 힘썼던 국가무형문화재 한상수 자수장의 아름다운 궁중 자수를 만나볼 수 있는 전시가 준비됐다. 성북구에 자리한 한상수 자수 박물관에서 선보이는 《의례와 장식의 궁중 자수》전시다.

▲한상수, 십장생 액자 (사진=한상수자수박물관 제공)

이번 《의례와 장식의 궁중 자수》전시에서는 거의 사라질 뻔한 우리의 자수공예를 “전통자수”라는 이름으로 복원해 진흥한 선구자 수림 한상수의 작품을 선보인다. 1970년대 이후 조선시대 자수를 복원하고 창작한 자수품 가운데 50여 점을 선별해 전시한다. 상서로운 뜻과 아름다운 형태로 공경과 부귀함을 장식했던 고품격 궁중 자수들이다.

창덕궁의 장식화 궁중모란도를 참고해 제작한 <자수모란 8폭병풍>과 시카코자연사박물관 소장의 활옷을 참고한 <부금자수 활옷>, 영조 임금의 왕자 시절 초상화 <영인군 흉배>, <거치문 고리수 베갯모> 등이 있다. 창작품으로 <십장생자수 액자>, <봉황덩쿨문 대대>, <등용문 부채> 등이 출품됐다.

▲한상수, 수자문 흉배 확대 (사진=한상수자수박물관 제공)

의례의식을 중시했던 옛 사회에서는 예복과 기물에 사용하는 문양, 색채, 재질을 모두 법으로 규정했다. 특히 왕실 전용의 궁중 자수는 쓰임이 방대해, 나라에서 전문 자수장인과 그림 그리는 화사를 직접 양성했다.

손으로 직접 문양을 새기는 자수의 가치는 공산품이 많아진 현대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손 자수로 표현하는 권세와 길상의 상징은 희로애락을 겪는 사람의 일생에서 더욱 정성스럽고 귀한 품격을 만들어 주는 힘을 지니고 있다.

수림 한상수는 조선 중기부터 근대까지 이어진 평안도 안주 지역의 자수를 장인 오형율 옹으로부터 전수받았고, 이화여대 자수과 조정호 교수의 수제자로서 근현대자수기법을 익혔다. 1950년대 국전 등단 현대자수 작가로 활동하다 1963년부터는 ‘수림원 자수연구소’를 설립해 전통자수 전문인력 천여 명을 양성하고, 조선시대의 궁중 자수, 불교 자수, 의상 자수를 복원ㆍ전시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1984년 처음으로 ‘국가무형문화재 자수장’ 기능보유자에 지정됐다.

이후에도 한상수 선생의 자수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았다. 우리 자수의 원형을 찾아 선사시대 원시 자수에서 고조선 자수, 근현대자수에 이르기까지 자수변천사와 공예체계를 정립했고, 특히, 7세기 초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인이 제작한 천수국수장(일본 국보 1호)을 세 번째 복원했다.

▲한상수, 거치문 고리수 베갯모 (사진=한상수자수박물관 제공)

세 번째 복원 시에는 한상수 선생의 장녀 김영란 박사가 천수국수장의 바탕천인 능문라 직물을 세계 최초로 복원해 더욱 주목받았다. 1500년 한국의 자수, 직물공예가 뛰어난 조형미를 지닌 형상예술임을 세계에 알리는 작업이었다.

《의례와 장식의 궁중 자수》 전시는 상시 무료 관람으로 운영되며, 전시와 연계된 30분 전시 해설 프로그램과 유료 자수체험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이번 전시는 손으로 한땀한땀 완성한 자수가 가지고 있는 품위, 수작업의 가치, 우리 전통자수의 아름다움으로 모두 만나볼 수 있는 자리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