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연주자가 만든 여섯 개의 음악…국립국악원 창작악단 ’자출’
작곡가-연주자가 만든 여섯 개의 음악…국립국악원 창작악단 ’자출’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3.07.03 0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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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오후 7시 30분, 국립국악원 우면당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여섯 명의 중견 작곡가와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단원이 협업해 탄생한 곡을 선보이는 무대 ‘자출(自出)’이 오는 6일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개최된다.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기획공연 ‘자출’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기획공연 ‘자출’

공연명 '자출‘은 국악기 거문고의 특징적인 주법에서 따왔다. 조연이었던 왼손이 목소리를 내는 거문고 주법의 ‘자출’에 ‘스스로 나아가다·표현하다’라는 의미를 더했다. 국악의 주요 선율 악기인 피리, 대금, 아쟁, 가야금, 거문고, 해금의 각 악기별 합주곡 여섯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여기에는 6명의 작곡가 조혜영, 함현상, 최지운, 이경은, 윤민희, 손다혜가 한 곡씩 맡아 작곡을 진행했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이어진 “나무곁에 눕다” 시리즈 공연에서는 다양한 실내악 편성으로 협력 작곡가의 도움을 받아 창작악단 단원들이 직접 만든 곡들을 선보인 바 있다. 그러나 작곡의 몫이 작곡가로 바뀐, 그리고 각 악기별 합주곡을 발표하는 연주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창작악단의 기획공연은 작품을 받아서 연주하는 기존의 방식이 아닌, 연주자가 작곡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작품을 만들어내는 방법을 택했다. 이를 위해 악기별로 단원들이 작곡가 선정 과정부터 참여했으며 그간, 선정된 작곡가와의 소통을 꾸준히 진행해 왔다. 

무대를 여는 조혜영 작곡의 “피리합주를 위한 <번짐>”은 장석남의 네 번째 시집 에 수록된 동명의 시를 바탕으로 만든 곡이다. 아카펠라와 같은 이 곡은 한 음으로 시작하여 서서히 넓은 음정으로 퍼져가기도 하고, 하나의 피리 소리에서 여러 소리로 메아리처럼 퍼져나가기도 하며 여러 모양의 '번짐'을 표현한다. 피리의 음색과 음역이 사람의 목소리와 닮았다고 생각한 연주자들은 그 점을 잘 살리기 위해 합창을 많이 다뤘던 작곡가를 택했다. 

두 번째로 무대에 오르는 곡은 함현상 작곡의 “25현가야금 중주를 위한 <불의 춤>”이다. 춤추듯 피어오르는 불에서 느낀 규칙과 불규칙, 생성과 소멸, 서로의 인과(因果)에 의해 끊임없이 새로워지는 것들을 가야금의 여러 줄로 표현한 작품이다. 연주에 참여하는 서은영 수석 단원은 “불이 일렁이는 모습을 음악으로 형상화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세 번째 곡, 최지운 작곡의 “빛들에 대한 기억”은 자연의 빛에 대한 곡이다. 시간이나 장소 등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자연의 빛을 해금 합주로 표현했다. 작곡가는 현과 활의 마찰을 통해 무한한 음을 연주할 수 있는 해금의 자유로움이 빛이 가진 다양성과 맞닿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고 해금 본연의 음색과 표현력에 집중했다. 8대의 해금에 첼로 1대를 더한 편성으로 연주한다. 

네 번째, 이경은 작곡의 “Onda가 온다”는 거문고를 위한 곡이다. ‘Onda(온다)’는 이탈리아어로 파도를 의미한다. 자연의 파도와도 같은 인간의 요동치는 심리를 거문고 연주자 출신 작곡가답게 거문고의 다양한 주법을 통해 시청각적으로 표현했다. 표현에 있어 물결의 움직임은 술대(오른손에 쥐고 줄을 뜯거나 튕기는 채)의 주법을, 파도의 일렁임은 대현(여섯 줄로 되어 있는 거문고의 제3현으로 가장 굵은 줄)의 울림을 활용했다. 

다섯 번째로 연주되는 유민희 작곡, “다섯 대의 아쟁을 위한 <보고지고보고지고>”에는 판소리 “춘향가”의 두 장면이 교차한다. 한 장면은 광한루에서 처음 춘향을 본 몽룡이 춘향과 만날 약속을 하고 춘향을 기다리는 ‘천자뒤풀이’ 대목이고 또 한 장면은 춘향이 옥중에서 몽룡을 그리워하며 부르는 ‘쑥대머리’ 대목이다. 사랑과 그리움을 표현한 서로 다른 상황의 두 대목으로 춘향과 몽룡의 사랑과 이별, 옥중 재회까지의 이야기를 담았다. 서정적인 음악을 표현하기에 탁월한 아쟁의 중저음이 만들어내는 깊은 울림을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이다. 

대금을 위해 작곡된 손다혜 작곡의 “소금, 대금앙상블과 양금, 타악을 위한 <만산홍운(滿山紅雲)>”은 가장 다채로운 편성으로 무대를 여민다. 소금 1대와 대금 7대의 앙상블에 양금, 타악을 더했다. 설악산 공룡능선의 사진을 보고 영감을 받아 작곡됐다. 다양하고 풍성한 화성으로 되어 있으며 모든 연주자들이 한 번씩 화성을 이끌어가는 부분이 있다.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기획공연 ‘자출(自出)’은 오는 6일 저녁 7시 30분,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열린다. 국립국악원 누리집(www.gugak.go.kr)과 전화(02-580-3300)로 예매할 수 있다. A석 2만원, B석 1만원. (문의 02-580-3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