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모차르트!〉 일곱 번째 시즌 대성황
뮤지컬 〈모차르트!〉 일곱 번째 시즌 대성황
  • 이채훈 서울문화투데이 클래식 전문기자, 한국PD연합회 정책위원
  • 승인 2023.07.03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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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란한 무대와 조명, 예술적 상상의 지평 넓혀
자막 없어서 아쉬움, 사실에 충실한 연출 기대
▲이채훈 클래식 칼럼니스트/서울문화투데이 클래식전문기자/한국PD연합회 정책위원/ 전 MBC 음악PD
▲이채훈 클래식 칼럼니스트/서울문화투데이 클래식전문기자/한국PD연합회 정책위원/ 전 MBC 음악PD/<모차르트 평전> 저자

모차르트가 스타는 스타인 모양이다. 지난 1일 오후 세종문화회관, EMK뮤지컬컴퍼니의 <모차르트!>는 대성황이었다.

2010년 국내 초연 이후 일곱 번째 시즌으로, 무엇보다 무대 장치와 조명 기술의 현란한 발전이 인상적이었다. 여러 겹의 회전무대, 홀로그램을 활용한 인물 묘사, 하늘로 날아오르는 깃털 펜 등 시종일관 눈이 즐거웠다. 테크놀로지의 발전이 예술적 상상의 지평을 넓혀 준다는 점을 실감케 한 공연이었다. 생기있는 연출과 화려한 무대…. 더 자세한 묘사는 불가능할 뿐 아니라 지나친 스포일러가 될 수 있다. 런던의 매킨토시 프로덕션은 <미스 사이공>에 등장하는 헬리콥터 촬영을 금지하는데, 이렇게 뮤지컬컴퍼니가 구사하는 ‘신비주의’ 전략도 존중해 줄 일이다.

작가 미하엘 쿤체의 말처럼 우리나라는 “무대 안팎으로 재능 많은 사람들이 가득한 활기찬 나라”인 듯하다. 출연진의 가창 실력은 고르게 훌륭했다. 부드럽고 달콤한 목소리로 모차르트를 연기한 유회승을 비롯, 콘스탄체의 허혜진, 레오폴트의 서범석, 콜로레도의 민영기, 난네를의 전수미, 발트슈테텐 남작부인의 윤지인, 체칠리아의 주아 등 모든 출연자들이 뛰어난 노래와 연기 실력을 발휘했다. 모차르트에게 빈으로 갈 것을 권하는 발트슈테텐 남작부인의 노래도 좋았고, 예술의 대중성을 강조한 만능 엔터테이너 시카네더의 활약도 인상적이었다.

순수한 예술혼과 창의성을 상징하는 꼬마 모차르트가 어른 모차르트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도록 설정했다. 모차르트가 창작의 산고에 괴로워하고 기력이 다하여 좌절할 때 꼬마 모차르트는 깃털펜으로 그의 팔을 찔러서 자극을 주고(1막), 심장을 찔러서 세상을 떠나도록 한다(2막). “존재 자체가 음악”이던 모차르트의 이미지를 선명하게 각인시킨 멋진 연출이었다. 모차르트가 살던 18세기 후반의 의상과 분장은 흠잡을 데 없었고, 세트와 조명의 색상에 잘 어울렸다. 2막 종반, 오페라 <마술피리>를 요약해서 보여준 장면은 매혹적이었다.

미하엘 쿤체의 원작은 니센과 콘스탄체가 모차르트의 묘소를 찾아나서고, 체칠리아와 토르바르트가 모차르트에게 결혼을 강요하고, 콜로레도 대주교가 아르코 백작을 시켜서 모차르트의 엉덩이를 걷어차는 등 모차르트의 생애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를 바탕으로 한 충실한 대본이라는 느낌을 주었다. 전체적으로 모차르트를 “자유 없이 살 수 없는 인간”으로 묘사한 것은 흠잡을 데 없었다. 다만, 모차르트의 생애를 전부 다 이야기하려 한 건 자칫 산만해질 우려가 있으므로 몇 가지 핵심 포인트에 집중하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싶었다.

콜로레도 대주교가 모차르트를 내쫓은 뒤에도 그에게 미련을 갖고 다시 잘츠부르크 궁정악단에 영입하려 한 것은 문학적 상상에 기반한 픽션이므로 아무 문제가 없다. 메스머 박사가 모차르트의 두개골을 분석하며 천재의 어린 시절로 넘어간 것도 사실과 다르지만 드라마의 재미를 더한 장치였다. 발트슈테텐 남작부인을 주요 인물로 설정한 것은 흥미로웠다. 그녀는 빈 초기 모차르트와 콘스탄체를 지지하고 보호해 준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였다. 레오폴트는 그녀의 중재 덕분에 아들과 극단적인 충돌을 피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그녀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연정까지 품은 것으로 보인다. 그녀가 모차르트를 빈으로 초대하며 ‘날아올라라’ 노래한 건 물론 픽션이지만 납득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이 뮤지컬은 밀로스 포먼 감독의 영화 <아마데우스>처럼 모차르트의 이미지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칠테니 좀 더 상세한 분석이 필요하다. ”모차르트가 하늘에서 떨어진 천재“라는 시각에 갇혀 있는 것은 진부했다. 그가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한 사람이자 피와 살로 된 인간이었음을 대중들이 잊어버리게 만들 위험이 있다. 모차르트는 ”고금의 위대한 음악가 중 제가 철저히 공부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저는 더 이상 연습할 필요가 없을 때까지 열심히 연습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모차르트가 남다른 노력과 집중력을 가진 음악가였다는 점을 전달하지 못한 건 원작의 한계였다.

뮤지컬 모차르트!의 무대인사에서 주연배우들이 관객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있다.
▲뮤지컬 모차르트!의 무대인사에서 배우들이 관객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있다.

모차르트와 콜로레도 대주교의 갈등을 더 구체적으로 묘사할 수 있는 팩트들 – 가령, 모차르트가 사직서를 제출하자 콜로레도가 레오폴트와 모차르트를 둘 다 해고한 일, 콜로레도가 “모차르트는 음악을 쥐뿔도 모르므로 나폴리 음악원에서 공부를 더 해야 한다”고 발언한 일, 1781년 빈에서 모차르트와 콜로레도가 정면충돌한 일 – 을 드라마에 녹여내면 더 실감났을 것이다. 모차르트는 이 모든 일들을 편지에 상세히 기록해 놓지 않았는가.

모차르트가 인기에 취하여 콘스탄체를 소홀히 대한 것처럼 묘사한 것도 사실을 오인케 할 우려가 있다. 그가 일부 여성 음악가들과의 관계로 구설수에 오른 것은 사실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친절하게 사람들을 응대했기 때문에 생긴 해프닝일 뿐, 무책임하게 바람을 피운 건 아니었다. 모차르트는 콘스탄체가 바덴에서 요양하도록 돈을 댔을 뿐 아니라 바쁜 일정을 쪼개서 그녀를 만나러 바덴을 여러 차례 방문했다. 그의 알뜰한 아내 사랑을 충분히 강조하는 게 자연스러웠을 것이다. 연출 권은아씨는 “왜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사랑해 주지 않나요?” 하소연하는 모차르트의 모습을 떠올렸다고 한다. 그렇다면 ‘있는 그대로의 모차르트’에 최대한 접근하는 연출 신공을 보여 주시길 기대한다.

실베스터 르베이가 작곡한 락(Rock) 음악은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열정적인 곡과 서정적인 곡을 적절히 안배하여 완급을 주면 청중들의 마음을 좀 더 강하게 사로잡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모차르트 음악 선곡에도 아쉬움이 있다. 잘츠부르크 시절을 얘기할 때 빈 시절 작품인 피아노 소나타 C단조 K.457이 나오고 빈 시절을 얘기할 때 잘츠부르크 시절 작품인 피아노 협주곡 E♭장조 K.271이 나온 것은 의아했다. 잘츠부르크 시절에는 귀족을 위한 세레나데와 성당을 위한 미사곡이 많고, 빈 시절에는 자유음악가의 드높은 긍지를 보여준 피아노 협주곡 D단조와 귀족의 위선을 풍자한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이 있다. 더 적절한 선곡과 배치를 고민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뮤지컬 <모차르트!> 일곱 번째 시즌은 8월 22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세종문화회관이라는 큰 공간이지만 전혀 산만하지 않았다. 사운드가 찢어지는 느낌을 주는 것은 개선의 여지가 있어 보였다. 자막 서비스를 하지 않은 건 아쉬웠다. 합창 부분은 가사 알아듣기가 쉽지 않았고, 자막이 없어서 불편했다. 가사를 전부 자막 처리하는 게 무리라면 넘버 제목이라도 자막을 넣어주시면 좀 더 친절한 프로덕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