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흥륜사 하수관로 공사 준비 중, 고려시대 유물 대거 출토
경주 흥륜사 하수관로 공사 준비 중, 고려시대 유물 대거 출토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3.07.06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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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신라-고려시대 사찰 관련 건물지 등, 공양구 확인
육안으로 확인되는 유물 54점, 복원 과정서 더 나올 것으로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경주 흥륜사 하수관로 설치 공사 준비 중 고려시대 유물이 대거 발견됐다. 문화재청(청장 최응천)의 허가를 받아 경주시(시장 주낙영)와 (재)춘추문화재연구원(원장 양인철)에서 진한 경주 흥륜사(경주 사정동) 서편에서 하수관로 설치공사를 위한 발굴조사 중에 통일신라~고려시대 사찰 관련한 건물지와 담장지, 우물 등의 유적과 청동 공양구 등 다양한 유물을 확인했다.

▲철제 솥 내부 매납 유물 출토 모습 (사진=문화재청 제공)
▲철제 솥 내부 매납 유물 출토 모습 (사진=문화재청 제공)

통일신라~고려시대의 기와, 토기 조각들을 비롯해 청동 공양구 등을 넣은 철솥이 매납된 채 확인됐고, 통일신라 금동여래입상과 추정 ‘영묘사(靈廟寺)’명 기와 조각 등이 출토됐다. 특히 철솥 내부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고려시대 청동 공양구와 의식구들이 담겨 있어 주목된다.

현재 흥륜사가 자리한 곳은 사적‘경주 흥륜사지(興輪寺址)’로 지정돼 있으나, 사찰 주변에서 ‘영묘지사(靈廟之寺)’명 기와가 다수 수습되어 학계와 지역에서는 ‘영묘사지’로 보기도 한다. 이번 조사에서 건물의 적심(마루나 서까래 뒷목을 보강하기 위해 커다란 나무를 눌러 박은 것)과 담장지 등이 확인돼, 유물이 발견된 곳 역시 사역 범위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철솥 내부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고려시대 청동 공양구와 의식구들이 담겨 있다. 철솥은 지름 약 65cm, 높이 약 62cm의 크기로 외부에 4개의 손잡이가 달려 있으며, 안에는 작은 기와 조각들이 섞여 있는 흙이 30cm 정도 차 있었고, 그 아래에서 청동 향로, 촛대, 금강저 등 고려시대 불교공양구와 의식구 등이 확인됐다.

▲퇴장유물 출토 모습
▲퇴장유물 출토 모습 (사진=문화재청 제공)

현재 육안으로 확인되는 유물은 모두 54점이며, 일부 유물은 부식되어 철솥 바닥부분에 붙어있는 상태라서 정확한 상태가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 보존처리 과정에서 더 많은 유물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수습한 청동 유물과 철솥 등은 화재나 사고 등의 비상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급히 한곳에 모아 묻어둔 퇴장(退藏)유물로 추정된다. 하지만, 정확한 성격을 파악하고 보다 면밀한 분석을 위해 모두 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소장 황인호)로 긴급 이관됐다. 앞으로 연구소에서 과학적 보존처리와 심화 연구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청동 공양구 일괄(일부)
▲청동 공양구 일괄(일부) (사진=문화재청 제공)

이와 같이 청동 유물이 일괄로 출토된 사례는 창녕 말흘리 유적, 군위 인각사지, 서울 도봉서원(영국사지), 청주 사뇌사지(무심천변), 경주 망덕사지와 굴불사지 등에서 비슷하게 확인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 발굴된 유물은 그 수량이 월등히 많아 앞으로 관련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