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중미술관, 김주환 개인전 《Trimūrti - 시간의 세 얼굴》 개최
김세중미술관, 김주환 개인전 《Trimūrti - 시간의 세 얼굴》 개최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3.07.06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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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1,2 전시실, 오는 23일까지
‘창조-유지-파괴’로 이어지는 조형 퍼포먼스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조각을 하나의 미술 공연으로 느리게 호흡해 완성해나가는 특별한 전시가 준비됐다. 김주환 작가 개인전 《Trimūrti - 시간의 세 얼굴》이다. 김세중미술관 제 1,2전시실에서 오는 23일까지 관람객들을 만난다.

▲김주환, 검은빛 흰그늘 전시 전경 (사진=김세중 미술관 제공)
▲김주환, 검은빛 흰그늘 전시 전경 (사진=김세중 미술관 제공)

21일에는 특별한 행사가 펼쳐지기도 한다. 21일 오후 3시 김세중미술관 1전시실에선 ‘Time of Siva (파괴의 시간)’이라는 행사가 펼쳐진다. 작품의 해체를 볼 수 있는 퍼포먼스다.

전시 《Trimūrti - 시간의 세 얼굴》은 <삼수령>이라는 하나의 지점에서 출발한 두 가지 재료가 각각의 물성, 특질, 역사 문화적 의미를 동력으로 매우 다른 느낌의 조형 작업으로 해석돼 전시되는 체험형 설치프로젝트이다.

김주환은 지난 2년 간 ‘피자세이버’(피자삼발이)를 연구해왔다. 이를 통해 작가는 모든 생명체, 혹은 인간이 만들어 낸 문명에 깃들어 있는 탄생-삶-죽음을 체험하고 명상하는 ‘미술공연’의 새로운 형식을 선보인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한 알 한 알의 모래가 쌓여 거대한 모래성이 되고, 그것이 해체되는 일련의 과정을 선보인다.

▲김주환, Ephemera展
▲김주환, Ephemera 전시 전경 (사진=김세중 미술관 제공)

지난 4일 시작해 23일까지 이어지는 전시는 한 달간의 퍼포먼스라고 할 수 있다. 6월 27일부터 작품 설치가 시작되고, 7월4일부터 미술관의 1, 2전시실에서 전시되며, 7월21일 오후 3시에 펼쳐지는 해체 작업을 통해 전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 작품은 다변적이고 과정적 설치 작품으로 김세중미술관 각 전시실의 장소 특정적 환경과 공간 형태에 맞게 구성된다.

전시장은 두 개의 공간으로 완성됐다. <1전시실- 유목과 은둔의 집>과 <2전시실 - 숲, 홀로 서는 사람들>의 독립된 두 공간은 각기 다른 소재(플라스틱/나무)를 기반으로 설치된다.

<1전시실>은 기성의 플라스틱 ‘피자세이버' 유닛들을 쌓아 올리고 해체하는 퍼포먼스를 통해 ‘행위의 공간’과 지속되고 있는 '관조의 공간'으로 구성한다. <2전시실>은 검은 나무들이 숲을 이루는 설치작업으로 작가가 나무 위에 닦아놓은 길들을 눈으로 따라가며 시간여행을 하는 ‘관조의 공간’으로 구성한다.

<1전시실- 유목과 은둔의 집>은 『창조의 시간』, 『유지의 시간』, 『파괴의 시간』순으로 구성된다. ▲『창조의 시간』이 시작되면 전시실 바닥에 하얀 모래가 뿌려진다. 이 모래 위에 ‘화엄일승법계도’의 형태가 반복되며 연결되는 드로잉이 그려진다. 이 드로잉 위에 기성의 ‘피자세이버’를 한 층 한 층 쌓아 올린다. 한 사람이 하루 8시간 동안 쌓을 수 있는 피자세이버는 대략 5천 개 정도이다. 이 작품은 관람객의 참여가 가능한 프로젝트로 작가와 참여자들은 일정 부분 함께 쌓으며 일주일 동안 총 20만 개의 피자세이버를 축적한다. 관람객들은 매 순간 매시간 매일 조금씩 성장해 가는 작품을 볼 수 있다.

[물의 여정, 나무의 길], 나무 설치, 2022강원트리엔날레 전시전경
▲김중환, <물의 여정, 나무의 길>, 나무 설치, 2022강원트리엔날레 전시전경 (사진=김세중 미술관 제공)

▲『유지의 시간』 기간은 시간과 노력의 결과물로 만들어진 대략 5m×7mx2m40cm(높이) 이상의 조형물은 구축적 위용을 드러내는 때다. 이 기간 동안에는 20만 개의 피자세이버가 쌓아 올려진 장엄한 구축물을 감상할 수 있다. 고딕 성당, 타지마할, 이슬람사원, 빌딩 숲 같은 건축적 이미지와 동양의 산수화 같은 여백의 느낌, 또는 중첩된 천이나 종이, 생물의 뼈, 빙하나 오로라와 같은 거대한 자연 등 다양한 연상이 가능하다. 관람객들은 구축물 안팎에서 작품을 체험할 수 있다. 특히 구축물의 내부에 들어가 외부세계와는 단절된 고요한 하얀 벽(그러나 막혀있지 않은) 안에서 체험가능한 자연의 빛과 공간의 환영은 ‘몽유도원’과 같은 공감각적 체험을 가능케 한다.

▲『파괴의 시간』셋째 주에는 이 거대한 구축물을 한 순간에 무너뜨리는 이벤트가 연출된다. 구축물의 바닥 면에서 봉과 줄을 이용하여 구축물을 와해시키는 퍼포먼스가 이루어진다. 파괴 시간은 대략 2분가량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20만 개의 피자세이버가 무너져 내리는 광경은 마치 거대한 빙하가 바다와 만나 떨어져 부서지는 듯, 그것들이 부딪혀 내는 소리와 더불어 시각적 충격을 극대화하도록 연출됐다. 짧은 시간 충격적인 시각 경험이 가능하도록 의도된 이벤트다.

이후 평온해진 하얀 잔재물들은 모래와 함께 조용히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이렇게 해체된 잔재가 마지막 날까지 관객들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3주에 걸친 전 과정을 통해 비로소 ‘창조-유지-파괴’의 느린 미술공연이 완성된다. 이 모든 과정은 영상물로 제작되어 미디어룸에서 상영된다.

▲김주환, ‘숲, 홀로 서는 사람들', Woods, Biochar, Pizza saver 2003
▲김주환, ‘숲, 홀로 서는 사람들', Woods, Biochar, Pizza saver 2003 (사진=김세중 미술관 제공)

1전시실에서는 3주 동안 '유목과 은둔의 집' 작품이 탄생-삶-죽음 전 과정이 미술공연으로 이루어진다면, <2전시실 - 숲, 홀로 서는 사람들> 에서는 나무의 흐름을 찾아 깎고 표면을 태운 작품들이 숲을 이루는 설치 작품 ‘숲, 홀로 서는 사람들’이 전시된다. 유리 너머 갇혀진 공간 속에서 우리가 시간을, 풍경을, 기억을 박제하는 방식을 은유적으로 보여주게 된다.

이번 전시를 준비한 김 작가는 작가노트를 통해 “지난(至難)한 생성과 찰나(刹那)의 소멸을 통해 이질적인 것의 합일을 이루려는 ‘유목과 은둔의’ 연금술사의 작업 과정(Hermaphrodite Opus)을 천천히, 느린 시선으로 따라가 보는 시간이 되기를 희망한다”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