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국악의 르네상스, 지금이 적기”…새로워진 ‘제22회 전주세계소리축제’ 9월 개막
[현장스케치]“국악의 르네상스, 지금이 적기”…새로워진 ‘제22회 전주세계소리축제’ 9월 개막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3.07.06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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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5~24,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주한옥마을 일대, 전국 14개 시군
13개국, 89개 프로그램·105회 공연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23살 ‘전주세계소리축제’가 평균 연령 82세를 자랑하는 명창 5인의 판소리 5바탕 완창부터 이희문, 이자람, 천하제일탈공작소 그리고 피아니스트 김대진과 박재홍의 피아노 듀오 공연까지. 국악, 클래식, 월드뮤직 등 장르와 국적의 경계 없이 다양한 소리로 하나가 되는 축제의 장을 마련한다.

각국의 다양한 소리를 즐길 수 있는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오는 9월 15일부터 24일까지 한국소리문화의전당과 전주한옥마을 일대, 전북 14개 시·군에서 펼쳐진다. 호주·캐나다 등 해외 13개국이 참여, 89개 프로그램, 105회 공연에 나선다.

▲이왕준 전주세계소리축제조직위원장과 김희선 집행위원장이 5일 서울 삼청각에서 열린 ‘2023 전주세계소리축제 프로그램 발표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전주세계소리축제조직위 제공)
▲이왕준 전주세계소리축제조직위원장과 김희선 집행위원장이 5일 서울 삼청각에서 열린 ‘2023 전주세계소리축제 프로그램 발표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전주세계소리축제조직위 제공)

지난 5일 서울 성북구 삼청각에서 열린 ‘2023 전주세계소리축제’ 기자간담회에서 이왕준 조직위원장은 “K팝, K무비, 그리고 K클래식까지 전 세계적으로 뻗어 나아가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국악과 판소리가 르네상스를 이뤄낼 적기”라며 “전주세계소리축제가 국악의 새로운 미래를 이끌며 우리 소리와 문화가 다시 한 번 꽃피우는 역할을 하겠다”라는 포부를 전했다. 

이번 축제의 키워드는 ‘상생과 회복’이다. 김희선 집행위원장은 “인류가 마주한 어려움을 음악으로 극복하고 전통음악이 다양한 장르와 만나 서로 상생하며 축제성, 정통성, 예술성을 회복하는 시간이라는 의미를 담았다”라며 “국악과 판소리를 중심에 놓지만 각 분야의 다양예술가들의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라고 소개했다.

다양한 프로그램 가운데 단연 눈길을 끄는 프로그램은 ‘국창열전 완창 판소리’(9월 19~23일)다. 김일구 명창(84), 김수연 명창(76), 정순임 명창(80), 신영희 명창(80), 조상현 명창(86) 등 5명의 국창(國唱)이 5일간 연이어 제자들과 함께 판소리 5바탕을 각각 완창한다. 전체 공연 시간을 합치면 무려 20시간에 달하는 대장정이다. 공연 또한 전문 공연장이 아닌 전주한옥마을 내 130여 년 된 동헌(과거 조선시대 전주부윤의 집무실)의 풍락헌 뜰에 마련해 전통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영화 ‘소리꾼’으로 대중에게 친숙한 소리꾼 이봉근, 스카밴드 ‘노선택과 소울소스’와 함께 활동했던 소리꾼 김율희 등은 ‘라이징 스타 완창 판소리’를 통해 판소리 완창에 도전한다. 가야금 명인 김일륜의 ‘산조의 밤’, 아쟁 명인 이태백을 주축으로 남도음악의 정수를 보여주는 ‘시나위·춤 그리고 씻김’ 등 국악의 정수를 만날 수 있는 무대도 있다.

소리꾼 김율희가 5일 서울 삼청각에서 열린 ‘2023 전주세계소리축제 프로그램 발표회’에서 판소리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사진=전주세계소리축제조직위 제공)

올해 소리축제는 새롭고 다양한 시도들의 공연을 통해 색다른 공연 경험의 기회를 제공한다. 소외계층, 환경오염 등 현시대와 맞닿아 있는 사회적 문제들을 인식하고, 공연예술을 통해 함께 소통하며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소리축제의 방향성에 따라 이러한 고민의 지점들을 담아낸 프로그램들이 기대를 모은다.

아무런 장벽 없이 장애인들도 공연을 즐겁게 관람할 수 있도록 하는‘배리어 프리(Barrier Free)’형식은 소리축제에서 처음 시도된다. 영국 설치미술가 루크 제람의 <가이아>는 나사(NASA)에서 촬영한 지구의 모습을 축소하여 담아낸 설치 작품으로, 소리축제가 초청하여 축제를 찾은 국내 관객들과 만난다. <가이아> 아래에서는 월드뮤직 워크숍, 어린이 그림그리기 <지구야, 사랑해!> 등 모든 세대가 즐길 수 있는 풍성한 프로그램들이 준비된다.

공연과 지역 명소의 결합을 통해 관객들의 새로운 공감각을 일깨워줄 수 있는 색다른 분위기의 특별 명소공연들은 더욱 다채롭다. 전주 동헌, 전주대사습청에서 펼쳐지는 한옥 경관 배경의 판소리 공연은 소리축제가 7년 만에 전주한옥마을로 귀환하는 판소리 무대다. 전주 경기전에서 펼쳐질 2회의 마티네 콘서트 <경기전의 아침>에서는 자연의 정취가 어우러진 가운데 여창가곡과 바로크 음악 하프시코드의 콜라보, 피아니스트 김대진과 박재홍 사제(師弟)간의 피아노 듀오 공연이 기대 속에 펼쳐질 예정이다. 

이자람, 천하제일탈공작소, 블랙스트링, 악단광칠, 김소라, 이희문 등 국내외에서 K-뮤직을 견인하는 예술가 및 밴드로 주목받는 작품들이 무대에 오른다.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전라북도립국악원 관현악단 등 오늘 한국 음악의 현장을 보여줄 국악관현악 공연도 펼쳐진다. 또한 한국소리문화의전당과 공동 기획한 <장한나와 미샤 마이스키 with 디토오케스트라>와 전북CBS와 함께한 별빛콘서트 <라포엠&정훈희: Once upon a time>도 준비되어 있다.

이날 자리에서 김일구 명창은 “요즘 세대는 빠른 음악을 좋아하지만 우리 것은 우리가 아껴야 한다. 부족하면 분장도 시키고, 새롭게 만들어 세계로 수출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이 영국 에든버러 축제와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에 참여했던 경험을 들려주며 “전주세계소리축제도 아비뇽 못지않은 축제로 발돋움하게 되길 바란다”라고 전했. 그는 이날 쇼케이스 공연 중 이난영의 '목포의 눈물' 연주를 들려주기도 했다. 거문고 허윤정 명인, 조용수 명고와 즉흥 시나위 공연도 선보였다.

▲김일구 명창이 5일 서울 삼청각에서 열린 '2023 전주세계소리축제 프로그램 발표회'에서 거문고 허윤정 명인, 조용수 명고와 즉흥 시나위 공연을 선보였다.(사진=전주세계소리축제조직위 제공)

올해 ‘전주세계소리축제’ 조직위원회는 성공적 축제 운영을 위해 집행위원회를 예술분과위원회 시스템으로 구축하고 각 분야 전문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축제 프로그램의 예술적 수준을 강화했다. 음악 애호가로 유명한 이왕직 명지병원 이사장이 조직위원장을, 국립국악원 국악연구실장을 지낸 김희선 국민대 교수가 집행위원장을 맡았다. 한승석 교수(소리1-판소리-분과, 중앙대학교 전통예술학부), 강권순 명인(소리2-정가, 민요-분과, 국가무형문화재 제30호 여창가곡 이수자), 윤중강 음악평론가(소리3-소리극-분과), 이태백 교수(산조&시나위 분과, 목원대학교 한국음악학부 교수), 김동원 교수(굿&연희 분과, 원광디지털대학교 전통예술공연학과 교수), 허윤정 교수(퓨전&월드뮤직 분과,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국악과 교수), 김성수 단장(창작&컨템포러리 분과, 서울시립국악관현악단), 이소영 음악평론가(포럼&아카이브 분과), 채수정 교수(캠프&아카데미 분과,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를 위촉하여 자문과 참여를 통한 협업 시스템을 구축하고 최고의 예술가와 작품들을 축제 무대에 올리고자 한다.

‘2023 전주세계소리축제’ 티켓은 오는 14일부터 인터파크, 나루컬쳐에서 예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