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우 개인전 《길 위에서 그리다! 그리고 멈추다》, 화가가 건네는 마지막 인사
김철우 개인전 《길 위에서 그리다! 그리고 멈추다》, 화가가 건네는 마지막 인사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3.07.11 11: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갤러리 H 7.12~18, 오프닝 12일 오후 6시
금년 3월 암 4기 진단 후, 죽음 앞둔 작가의 마지막 전시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죽음을 앞두고 있는 화가의 마지막 인사가 담긴 전시회가 열린다. 수채화 작가 김철우의 마지막 전시회 《길 위에서 그리다! 그리고 멈추다》다. 인사동에 위치한 홍익대학교 총동문회 갤러리 H에서 오는 12일 시작해 18일까지 일주일간 전시를 개최한다. 전시 오프닝은 12일 오후 6시 전시장에서 열린다.

▲김철우, 제주 성산일출 (사진=
▲김철우, 제주 성산일출 (사진= 갤러리H 제공)

“유화가 소설이라면, 수채화는 시(詩) 같은 맛을 주지요”라며, 김철우 작가는 그의 시(詩)가 되어줄 곳들을 직접 물색하고 다니며 눈으로 보고, 몸소 느낀 것들을 화폭에 담아왔다. 50년 전 처음 눈앞에 맞닥뜨린 설악의 절경에 매료됐던 김철우는 그만의 느낌으로 본 자연과 우리네 삶의 터전을 작품으로 꾸준히 남겨왔다.

작가는 ‘길 위에서 그리다!’라는 전시 명으로 열 두 차례 개인전을 개최했고, 1983년부터 150여회의 국내외 단체전에 참여했다. 주요단체전으로는 제작그룹전, 현대수채화전, 서울현대미술제, 아시아수채화연맹전 등이 있다.

그의 사생(寫生)을 통한 작품 활동들은 코로나 기간 동안 잠시 멈추게 됐다. 그리고 다시 하늘 길이 열리게 됐을 무렵, 작가는 아들이 있는 호주로 떠나 ‘울룰루’를 보고자 또 한 번의 여정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금년 3월말 김철우 작가는 4기 암 진단을 받았다. 암세포가 복막, 간, 체장, 담도까지 모두 퍼져 있어서 손 쓸 방도가 없었다.

이후 김 작가는 아내 이현숙 씨에게 “항암치료도, 조직검사도 하고 싶지 않다. 여기저기 째고, 약물 투여하면서 병원에서 6개월, 1년 사는 것은 사는 것이 아니다. 병원에 갇혀서 죽고 싶지 않다”라는 자신의 뜻을 전했다. 김 작가의 말을 들은 아내 이 씨는 그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 품위 있는 죽음을 선택할 권리를 지켜준 것이다.

이번 전시는 아내 이 씨와 김 작가의 뜻이 모여 그가 아름다운 죽음을 맞이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김철우와 인연이 있는 제자들, 친구들 그리고 가족들이 한데 모여 작가 김철우를 위한 전시회를 연다. 죽음의 문 턱 앞에서 장례라는 이질적이고 형식적인 추도보다는, 전시를 통해 그동안 희노애락을 함께 해준 인연들과 잠시나마 자유롭게 만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함이다.

▲김철우, 베로나 (사진= 갤러리H 제공)

작가는 삶의 여러 모습을 아름다운 그림으로 그려냈다. 하늘과 함께 어우러진 제주도 성산일출봉, 추운 겨울을 버텨내고 동해 앞에 우뚝 서있는 울산바위, 한여름 파리 센느 강에서 느낄수 있는 푸르른 여름과 노트르담 성당. 우중충했던 구름들 사이로 비가 개이며 런던 건물 벽면에 드리워지는 따뜻한 햇볕을 만나볼 수 있다. 김 작가는 관람객을 여행지 그곳으로 잠시 데려갔다 돌아오듯 화폭을 완성한다.

이번 전시는 그가 이제껏 그렸던 모든 화풍들을 만나볼 수 있는 자리다. 매번 같아보였던 자연도 세월에 따라 모습이 바뀌듯, 그의 그림과 테크닉들도 많이 변했다. 아크릴과 유화같이 강렬한 색채를 지니면서도 수채화의 은은함을 동시에 살려내는 그만의 유니크한 테크닉을 구사해 왔다.

김 작가는 항상 자신의 그림을 통해 자연의 따스함을 나누고 싶어 했다. 직접 자연을 맞닥드리기에는 너무나도 각박한 도시생활을 하는 우리가 그림을 통해 한 걸음 물러나 몸과 마음을 힐링하길 바랐다. 그리고 그 따스함이 우리 사회 전체로 퍼지길 꿈꿨다.

이번 전시는 김 작가의 바람이 담긴 마지막 전시회다. 그리고 자신이 없는 장례식장 대신 자신이 사랑했던 ‘전시장’에서 이 세상에서 연을 맺었던 이들과 인사를 하고 싶은 그의 바람이 담긴 자리다. 아내는 이 전시를 준비하며, 남편인 김 작가에게 “작품활동은 멈추지만 당신의 그림은 영원하고 우리 모두 기억할 거야”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