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2023 청주공예비엔날레 D-50, ‘K-공예’ 거점을 청주로
[현장스케치] 2023 청주공예비엔날레 D-50, ‘K-공예’ 거점을 청주로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3.07.14 17: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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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문화제조창 일원, 9.1~10.15
‘직지’의 도시 ‘청주’서 펼쳐지는, K-공예
본 전시 ‘사물의 지도’…동시대 공예의 의미를 묻다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지난 13일을 기점으로 개막까지 50일을 앞둔 《청주공예비엔날레》가 올해 비엔날레의 윤곽과 계획을 나눴다. 지난 13일 서울 안국동 한옥 도자공방에 청주시와 청주공예비엔날레조직위원회(조직위원장 이범석 청주시장, 이하 조직위)가 개막 D-50을 맞아 언론간담회를 개최했다.

▲서로재, 우리 서로 다리가 되어, 2023. ⓒ 2023 청주공예비엔날레 (사진 언리얼스튜디오) (사진=청주공예비엔날레 조직위 제공)
▲서로재, 우리 서로 다리가 되어, 2023. ⓒ 2023 청주공예비엔날레 (사진 언리얼스튜디오) (사진=청주공예비엔날레 조직위 제공)

폭우 속에서 이뤄진 간담회였지만, 청주공예비엔날레를 향한 은은한 관심이 전해졌다.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변광섭 집행위원장과 강재영 예술감독 등 비엔날레의 실무진이 다수 참석했다. 또한, 본전시 참여 작가인 황란, 이상협, 유르겐 베이 작가가 함께해 현재 진행하고 있는 작업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

2023 《청주공예비엔날레》는 이번 비엔날레로 ▲지속가능한 다음을 만드는 공예 ▲로컬 공예 콘텐츠의 글로벌화 ▲시민과 함께하는 열린 비엔날레라는 세 가지의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한다.

▲간담회에서 전시를 소개하는 강재영 예술 감독 ⓒ서울문화투데이

‘지속가능한 공예’를 말하는 본 전시

간담회는 박혜령 보도팀장의 사회로 시작됐다. 박 팀장은 참석한 기자들에게 오늘 간담회 장소를 찾기 위해 구글 지도를 사용한 분도 있고, 네이버 지도, 카카오 맵 등을 사용한 분도 있을 것이라며 우리가 어떤 장소를 찾기 위해 사용하는 ‘지도’가 이번 청주공예비엔날레의 주제라고 설명했다.

2023 《청주공예비엔날레》의 주제는 <사물의 지도-공예, 세상을 잇고, 만들고, 사랑하라>다. 본전시를 기획한 강재영 예술 감독은 기후변화와 팬데믹을 통해 인류가 직면한 위기는 인류 문명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고 정의했다. 강 감독은 자연의 사물을 이용해 인간을 위한 다양한 기물을 제작해온 공예 역시 반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고, 이번 비엔날레를 통해 새로운 공예 정신을 제안한다.

이번 본 전시를 기획하면서 강 감독이 중요하게 본 공예가 가진 특성은 융합성, 횡단성, 회복성이었다. 각 재료들의 융합, 금속ㆍ도자ㆍ직물 등 여러 장르를 오고가는 횡단성, 쓸모 있는 물건에서 나아가 아름다운 공예품으로서 전하는 회복성을 중심으로 기획 전시를 구성해나갔다.

본 전시는 총 5개 섹션으로 구성돼, 관람자들은 산책 하듯 전시를 즐겨볼 수 있다. 섹션은 ▲걷고 ▲잇고 ▲만들고 ▲사랑하고 ▲감지하는 이라는 테마를 지닌다. ▲걷고(walking)는 ‘생명애’라는 키워드로 대지와 호흡하며, 가공되지 않고 천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인간과 살아가는 공예를 다뤄본다. 예부터 이어져온 장인들의 기술, 천연 재료를 사용한 작품들을 통해 자연을 형상화 한다.

▲잇고(connecting)에선 공예 속 녹아있는 다양한 지역의 문화를 받아들이는 공간을 만든다. 인간, 자연, 사물을 연결하는 문화적 다양성의 맥락을 담는다. ▲만들고(making)는 청주의 유산이자, 우리나라의 유산 ‘직지’를 통해서 ‘기록’이라는 관점으로 공예의 다양한 ‘만들기’ 방법을 선보인다.

▲사랑하고(doing)는 ‘공예’의 윤리적 선택, 도덕적 선택이라는 주제를 다뤄본다. 업싸이클링 작업들을 선보이며, 공예가 가져야 할 앞으로의 책임을 생각해보게 한다. 환경운동을 하고 있는 최지한 작가, 화학자와 디자이너 등 다양한 직업군이 속해 있는 아마추어 옻칠 작가 17인이 함께하고 있는 서로재의 작품도 공개된다.

▲감지하고(sensing)는 앞으로 공예가들의 미래, 공예가가 나아가야 할 미래를 다룬다. 생명하사랑의 주제 아래 재료의 융합, 자연을 기반으로 한 작업 등 인간-자연-사물이 엮어내는 생명사랑의 그물망에서 지속되는 희망에 대해 언급해본다.

▲간담회에서 자신의 작품에 대해 소래하는 유르겐 베이 작가 ⓒ서울문화투데이

올해 청주비엔날레에서 더욱 특별한 지점은 해외 참여작가의 비율을 늘려, 지난 비엔날레보다 더 많은 해외 작가들이 참여하게 됐다. 18개국 96명의 작가가 참여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이번 비엔날레 출품작의 80%가 신작으로 채워졌으며 국내 작가들은 100% 신작을 출품한다.

해외 작가들의 대부분은 청주에서 실제 조사 작업을 펼치고 신작을 구성해 선보인다. ▲걷고(walking) 섹션에서 작품을 선보이는 네덜란드 작가 유르겐 베이는 이번 비엔날레의 해외 홍보대사로도 활동하며 행사에 큰 관심을 표하고 있다. 유르겐 베이는 기존 사물들의 개념을 재정의한 디자인 그룹 드룩 디자인(Droog Design)의 주요 디자이너다. 올해 출품작을 위해 작가는 현재 공주대학교 학생들과 협업해서 작품을 제작하고 있다.

간담회에 참석한 유르겐 베이는 “한국 사람이 하루의 1인분의 식사를 만들어 섭취할 때, 약 4000리터의 물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라며 “공주대 협업을 통해, 새로운 물질을 찾고, 새로운 기법, 공예법을 찾을 수 있을지 고민해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그의 친환경적인 삶에 대한 철학이 담긴 <Tree Trunk Bench>를 청주의 생태 속에서 자란 나무와 자연에서 영감을 바탕으로 완성해나가고 있다.

작가는 “최근에 작품의 재료가 될 ‘팽나무’를 찾게 됐다. 굉장히 행복한 일이었다. ‘팽나무’가 한국에서도 중요한 나무로 알고 있다. 우리가 발견한 나무는 이미 꺾여서 생을 다한 상황이었다. 나무를 처음 봤을 때, 이미 하나의 조각을 만난 듯 한 느낌이었다. 나무의 원형을 최대한 살리는 방식의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마이클 이든오렌지색 로마네스코 꽃병 I, 2017. ⓒAdrian Sassoon Gallery, Photo by Sylvain Deleu
▲마이클 이든오렌지색 로마네스코 꽃병 I, 2017. ⓒAdrian Sassoon Gallery, Photo by Sylvain Deleu  (사진=청주공예비엔날레 조직위 제공)

세계 속 ‘K-공예’의 위상 드러내다

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전한 청주공예비엔날레 변광섭 집행위원장은 올해 청주비엔날레에 대한 남다른 기대감을 드러냈다. 올해 13회째를 맞는 청주공예비엔날레는 그간 대내외적으로 많은 성장을 거듭해왔다.

특히 2021년에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규모를 축소하고 조용한 분위기에서 비엔날레를 개최해야하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올해는 팬데믹이 끝난 이후에 열리는 비엔날레로 보다 많은 시민들이 참여하는 축제 중심의 비엔날레로의 모습을 꾀해본다. 간담회에서 조직위원회는 올해 《청주공예비엔날레》를 ‘역대급’이라고 표현했다.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전하는 변광섭 집행위원장 ⓒ서울문화투데이

변 집행위원장은 “청주와 공예가 어떤 연관성이 있느냐 질문을 받곤 한다. 청주는 ‘직지’의 고장이다. 지난 4월 프랑스국립도서관에서 공개한 <직지> 전시에 다녀왔다. 놀라운 경험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인쇄본이 온전히 남아있는 것은 놀라웠다. 탁월한 보존기술과 고려시대에 우리가 보유하고 있던 기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라며 “직지를 품은 도시, 청주가 공예의 새로운 문화의 장으로 올라서길 바란다. 비엔날레는 시대정신을 반영하고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다. 그간 한국 공예의 위상이 점점 더 높아졌다. ‘청주공예비엔날레’가 세계 공예의 글로벌 허브가 되고, K-공예의 거점이 되도록 힘을 쏟겠다”라며 포부를 드러냈다.

올해 《청주공예비엔날레》는 세계공예협회(WCC)‧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가 공인하는 글로벌 공예도시로 나아가는 포석이 될 예정이다. 본전시 뿐만 아니라, 16명 국내외 공예관련 전문가들의 담론의 장 ⌜크라프트 서밋⌟과 7개국 13작가팀이 진행하는 ⌜국제공예워크숍⌟ 등 학술 프로그램을 강화해 진행한다. 또한, 유리, 금속, 도예 분야 작가들은 물론 발달장애인과 함께하는 대중참여워크숍까지 총 4차례 진행되는 국제공예워크숍이 열린다. 이외에도 여러 학술 프로그램이 열려, 공예의 토양을 비옥하게 만드는 무형의 자산도 준비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청주공예비엔날레》 기간 동안 청주에선 다양한 연계 행사와 여러 기획전을 함께 선보여, 관람객들의 문화예술적 경험치를 더욱 극대화시킨다. 우선 비엔날레 기간 동안 문화제조창 동부창고 6동에서는 한국문화재재단이 ‘문화재’를 테마로 한 미디어아트 전시를 선보인다.

같은 기간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에서는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피카소 도예》가 진행된다.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기증한 파블로 피카소의 도예 작품 112점이 모두 공개되는 전시다. 국립청주박물관 역시 ‘이건희 컬렉션 지역순회전’으로 청주를 찾는 즐거움을 더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어느 수집가의 초대》라는 제목으로 선보여 4개월 만에 22만여 명이 관람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던 전시가 청주를 찾는다. 더불어 청주시립미술관도 같은 기간 《건축과 미술이 만나는 현대미술특별전》을 개최해 비엔날레를 찾은 관람객들에게 청주에 조금 더 머물 이유를 선물한다.

이밖에도 스페인을 주빈국으로 전시 《Soul+Matter》와 춤‧음식‧영화‧여행 등 스페인의 다양한 매력을 만나는 문화주간 행사가 기다리는 <초대국가전>, 총 상금 1억 4천 3백만원 규모를 자랑하는 청주공예비엔날레의 역사성과 정체성 <청주국제공예공모전>까지 알찬 계획이 준비돼 있다.

▲간담회에서 이뤄진 질의응답 시간 (좌측부터) 변광섭 집행위원장, 강재영 예술감독 ⓒ서울문화투데이

<사물의 지도-공예, 세상을 잇고, 만들고, 사랑하라>라는 강 감독의 본 전시 주제는 쉽게 이해되지 않기도 한다. 강 감독은 이에 “우리가 어딘가를 찾아갈 때 지도를 사용한다. 어딘가를 찾아갈 때 사물을 통해서 찾아가면 어떨까 했다. 공예는 재료를 가공해서 만드는 오브제가 결국 그 오브제를 탐구하는 것은 공예의 세계를 탐구하는 일이라고 생각했고, 세계 공예비엔날레를 은유하는 언어였다”라고 답했다.

더불어 강 감독은 손에서 시작하고 손으로 기계를 사용해서 제작하는 ‘공예’야 말로, 인간 중심에서 벗어나 새롭게 다가오고 있는 시대에서 가장 실천적인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담았다고 했다. 공예가 잇고, 공예가 만드는 사랑의 길은 무엇일까. 전세계 공예의 중심이 되고자 하는 《2023 청주공예비엔날레》의 포부와 공예가 전할 수 있는 지금 시대의 메시지가 기대된다.

《2023 청주공예비엔날레》는 9월 1일 개막해 10월 15일까지 45일간 청주문화제조창 일원에서 개회된다. 13일 기점으로 이번 청주공예비엔날레의 참여 규모는 약 60여 개국 300여 작가ㆍ팀 2,000여 점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