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핑 문제에 휩싸인 수영선수”…극단 신작로 <새빨간 스피도>
“도핑 문제에 휩싸인 수영선수”…극단 신작로 <새빨간 스피도>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3.07.18 09: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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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프리 · 배리어프리 등 새로운 연극적 상상력을 실험
8.11~20,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극작가 루카스 네이스의 연극 <새빨간 스피도>가 극단 신작로의 목소리로 관객들과 만난다. 

▲연극 ‘새빨간 스피도’ 연습 장면
▲연극 ‘새빨간 스피도’ 연습 장면

연극 <새빨간 스피도>의 극작가 루카스 네이스는 <인형의 집 part.2>, <크리스천스> 등으로 한국 관객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으며, <새빨간 스피도>로 2016년 오비상(Obie Awards) 극작 부문을 석권했다. 한국 초연은 김신록, 백현주 출연의 연극 <비평가>로 전석 매진을 기록하고, 2018년 월간 ‘한국연극’ 선정 ‘공연 베스트 7’에 오르며 관객과 평단을 모두 사로잡은 연극 연출가 이영석이 연출하고, 한글 자막과 음성 해설, 수어 통역이 제공되는 접근성 운영 (배리어프리) 공연으로 선보인다. 

주인공 레이는 무려 마이클 펠프스를 두 번이나 이기고, 컬런 존스는 셀 수 없이, 라이언 록티도 제친 전도유망한 수영 선수다. 그러나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을 단 하루 앞두고, 레이는 예기치 못한 약물 문제에 휩싸이게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레이는 감독과 변호사 형, 그리고 헤어진 여자친구와 대화를 시작하지만,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문제는 더 복잡해져만 간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인물들의 욕망이 수면 위로 천천히 떠오르기 시작한다. 

<새빨간 스피도>는 수영계를 배경으로 고도로 심화된 경쟁에 몰린 사람들의 윤리적 위기를 다룬다. 배경은 미국이지만, 인물들이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구사하는 논리는 우리에게 전혀 낯설지 않다. <새빨간 스피도> 속 ‘공정’을 말하는 인물들의 대사는 비단 아메리칸 드림의 어두운 민낯을 드러낼 뿐만 아니라, 입시 지옥, 위계적 권력관계, 과정보다 결과를 앞세우고 승리 앞에서 수단을 정당화하는 현재 한국 사회의 모습을 돌아보게 만든다. 

‘젠더프리’ 캐스팅으로 작품에 새로운 층위의 해석을 부여하며 관객의 호응을 얻은 극단 신작로의 전작 <비평가>에 이어, <새빨간 스피도> 역시 성별의 경계를 무너트리는 캐스팅으로 성 위계와 젠더 정체성에 대한 연극적 성찰을 계속해 나간다. 작가가 남성으로 지정한 주인공 레이와 레이의 감독을 여성 배우로 캐스팅 함으로써, 작품을 비트는 입체적인 캐스팅을 통해 한국의 성별 위계와 성 정체성의 문제를 바라본다. 

이에 대해 이영석 연출가는 “등장인물의 성별과 배우의 성별이 불일치하는 것은 성이라는 경계를 넘어 등장인물의 본질, 성적지향 등을 다르게 바라볼 수 있도록 하며 작품에 다양한 상상력을 허락한다”라며 “성별 이분법이 가장 엄격하게 지켜지는 영역이 스포츠 분야라 할 수 있는데, 현실에서는 실현하기 어려운 전복적 시도를 연극을 통해 구현함으로써, 현실을 거슬러 상상할 수 있게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새빨간 스피도>는 무대 위의 여성 배우의 신체를 통해 구현되는 남성 캐릭터를 통해 관객에게 텍스트 속 선입견을 뛰어넘어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할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할 예정이다. 

▲연극 ‘새빨간 스피도’ 출연 배우
▲연극 ‘새빨간 스피도’ 출연 배우

수영 선수 ‘레이’ 역은 <즐거운 너의 집>, <서울 도심의 개천에서도 작은발톱수달이 이따금 목격되곤 합니다>를 통해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 온 배우 ‘경지은’이 연기하고, 레이의 형이자 변호사인 ‘피터’ 역에는 <2032 엔젤스 인 아메리카>와 <이홍도 자서전(나의 극작 인생)> 등에 출연한 배우 ‘박종현’이 출연한다. 

레이의 전 여자친구로 극에 팽팽한 긴장감을 더해주는 ‘리디아’ 역에는 배우 ‘신유안’, 레이의 ‘감독’ 역은 연극 연출가이기도 한 배우 ‘김혜리’가 맡아 성 역할을 다채롭게 가로지르는 캐스팅을 통해 작품에 입체성을 더한다. 무대 디자인에는 장호, 조명 디자인 김민재, 의상 디자인 김미나, 분장 디자인 김근영이 협력하여 공연의 완성도를 높였다.

이번 공연은 관객들의 관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전 회차 접근성 운영 공연(배리어프리 공연)으로 진행된다. 실시간으로 수어 통역사가 무대 위에서 배우의 대사를 통역하는 수어 통역을 8월 15일과 16일 공연에 진행한다. 또한 8월 18일부터 20일까지의 공연은 시각 장애 관객에게 음성 해설을 제공하며, 8월 11일부터 17일 공연에서는 대사 및 소리 정보를 자막 해설을 통해 제공한다. 

한편, 연극 <새빨간 스피도(Red Speedo)>를 오는 8월 11일부터 20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공연 예매는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 홈페이지와 인터파크에서 가능하다. 티켓 가격은 정가 40,000원이다. 온라인 예매가 어려운 장애인 관객은 통화 혹은 문자로 예매 가능하다. 문의는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 (02-3668-0007), 극단 신작로 (010-4244-5928)를 통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