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남산 이전 50주년…국립극장 새 시즌 프로그램 ‘60편’ 발표
[현장스케치]남산 이전 50주년…국립극장 새 시즌 프로그램 ‘60편’ 발표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3.07.20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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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2024 레퍼토리 시즌, 신작 24편 포함 총 60편
박인건 극장장 “"공연 횟수 10∼20% 늘릴 것”
남산 이전 50주년 기념 ‘세종의 노래’, 3개 전속단체 포함 300여 명의 출연진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국립극장이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공연될 60편의 작품을 공개했다. 오는 9월 1일부터 내년 6월 30일까지 이어지는 국립극장의 ‘2023-2024 레퍼토리시즌’은 신작 24편, 레퍼토리 9편, 상설공연 14편, 공동주최 13편 등으로 구성된다. 

▲2국립극장 레퍼토리 시즌 발표 기자간담회 현장.(왼쪽부터)여미순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 겸 단장 직무대리, 박인건 국립극장장, 유은선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겸 단장, 김종덕 국립무용단 예술감독 겸 단장
▲2국립극장 레퍼토리 시즌 발표 기자간담회 현장.(왼쪽부터)여미순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 겸 단장 직무대리, 박인건 국립극장장, 유은선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겸 단장, 김종덕 국립무용단 예술감독 겸 단장

박인건 신임 극장장은 지난 19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2023-2024 레퍼토리 시즌’ 기자간담회를 열고 새로운 시즌에 대한 포부와 계획을 전했다. 국립극장은 2012년부터 1년 단위의 공연 프로그램을 미리 기획해 공개하는 레퍼토리시즌을 운영해 왔다. 박인건 극장장은 “취임한 지 4개월이 됐는데 국립극장이 제작극장으로서 탄탄한 시스템과 예술적 역량을 가지고 있음을 실감했다”라며 “전국에서 무대부터 직접 제작하는 극장은 국립극장 밖에 없다. 제작극장이다보니 무대 셋업부터 연습 과정까지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데, 이에 비해 공연횟수가 적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해오름극장을 중심으로 공연 횟수를 과거보다 10∼20% 정도 늘려나가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해오름극장은 메인 극장임에도 공연 횟수가 한해 110회밖에 되지 않았다. 이걸 올해 50회 정도 늘렸다”라며 “국립극장의 위상에 걸맞게 해오름극장은 공연 횟수를 앞으로 200회 정도로 늘리려고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국립극장이 남산 이주 50주년을 맞는 올해, 극장의 문턱을 낮춰 더 많은 관객이 즐길 수 있는 극장으로의 변화를 꾀하겠다”라며 “북카페 등 편의 시설을 늘리는 등 공간을 시민들에게 개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국립극장의 변화를 지켜봐달라”라고 전했다. 

▲국립창극단 신작 ‘만신 : 페이퍼 샤먼’
▲국립창극단 신작 ‘만신 : 페이퍼 샤먼’

국립창극단

국립창극단(예술감독 겸 단장 유은선)의 창극 <심청가>(‘23년 9월 26일~10월 1일, 달오름극장)는 ‘소리’가 주인공인 무대다. 손진책이 극본과 연출을, 안숙선이 작창을 맡아 5시간이 넘는 판소리 ‘심청가’의 사설을 약 2시간으로 압축했다. 군더더기 없이 정갈한 이태섭의 무대와 한국적인 미를 살린 차이킴 김영진의 의상은 우리 소리의 아름다움을 배가한다.

손끝으로 세상을 표현하는 경극과 소리에 우주를 담아내는 창극이 만난 <패왕별희>(‘23년 11월 11~18일)는 웅장한 대서사시를 선사한다. 셰익스피어 비극을 우리 소리로 풀어낸 창극 <리어>(‘24년 3월 29일~4월 7일)는 배삼식의 극본에 한승석과 정재일의 음악, 정영두의 연출이 더해져 깊은 여운을 전한다. 또한, 신작 <만신 : 페이퍼 샤먼>(‘24년 6월 26~30일)은 판소리와 무속음악, 한지와 종이접기가 어우러져 한국적 미학을 집대성하는 무대를 예고한다. 음악감독‧연출가‧배우로 활동하는 박칼린이 연출하고, 대명창 안숙선이 작창한다. 

판소리 그 자체의 힘을 고스란히 전하는 무대도 마련한다. 39년간 이어온 국립극장 <완창판소리>는 판소리로 일가를 이룬 명창의 깊고 귀한 소리를 들려주며, ‘절창’ 시리즈는 젊은 소리꾼의 신선한 소리판을 보여준다. 소리꾼 조유아와 김수인이 <절창Ⅳ>(‘24년 5월 17~18일, 달오름극장)을 선보이며, <완창판소리>(‘23년 9월 16일, 10월 14일, 11월 11일, 12월 30일, ‘24년 3월 16일, 4월 13일, 5월 11일, 6월 15일, 하늘극장)도 준비되어 있다. 유영애 명창이 동편제 ‘흥보가’로 포문을 열고 10월과 11월에는 김영자‧정순임 명창이 각각 정광수제 ‘수궁가’와 박록주제 ‘흥보가’를 부른다. 12월에는 안숙선 명창과 국립창극단원들이 함께하는 <송년판소리>로 한 해를 마무리한다. 

유은선 예술감독은 “창극단이 해왔던 작품을 안정적으로 올리는 동시에, 세계적인 콘텐츠로 거듭날 수 있도록 신작 개발 등 단원들을 도우며 최선을 다하겠다. 오는 12월에는 창극단의 현 위치와 나아갈 방향에 대한 세미나도 준비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국립무용단 신작 ‘사자의 서’ ⓒ김용호
▲국립무용단 신작 ‘사자(死者)의 서(書)’ ⓒ김용호

국립무용단 

국립무용단(예술감독 겸 단장 김종덕)은 지난 3년간 이어온 ‘홀춤’ 시리즈를 집대성하는 <온춤>(‘23년 9월 1~3일, 달오름극장) 무대로 새 시즌을 연다. <온춤>에서는 그간 선보인 총 9편의 작품을 한 무대에서 감상할 수 있다. 3편의 독무와 2편의 이인무가 더욱 깊어진 내공으로 무대에 오르며, 4편의 작품이 여럿이 추는 군무로 확장돼 새로운 모습으로 관객과 만난다. 이어 국립무용단 대표 레퍼토리 ‘묵향’(‘23년 12월14~17일)은 25번째 재공연을 앞두고 있다. 4년만에 돌아오는 이번 작품은 사군자를 소재로 정갈한 선비정신을 수묵화처럼 표현한 작품이다. 국립무용단 전 예술감독 윤성주가 안무하고, 디자이너 정구호가 연출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관객 선호도가 높다는 이유로 ‘묵향’이 너무 많이 공연되는 것 같다는 지적과 더불어 현재 한국무용을 휩쓸고 있는 소위 ‘정구호 스타일’ 속에서 국립무용단이 내세울 수 있는 지점은 무엇인지 묻는 질문이 나왔다. 김종덕 예술감독은 “같은 한국무용을 하더라도 각 단체마다 존재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국립무용단은 전통적 요소를 기반으로 이를 활용해 동시대성을 확보하는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라며 “정구호 선생의 작품은 전통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그 가치를 높게 평가받고 있는 것 같다. 말씀하신 대로 ‘묵향’은 관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이기에 그만큼 자주 공연됐다고 생각한다. 기존의 레퍼토리와 더불어 창작 작업을 지향하려 한다. 해외 안무가 및 연출가들과의 협업도 계획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김종덕 예술감독이 안무하는 신작 <사자(死者)의 서(書)>(‘24년 4월 25~27일)는 티베트의 대표적인 불교 경전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으로, 삶과 죽음, 인간 존재를 반추한다. 2022년 4월 더블빌(동시 상연) 형태로 한 무대에서 선보였던 <신선>(‘24년 6월 27일/29일, 달오름극장)과 <몽유도원무>(‘24년 6월 28일/30일, 달오름극장)는 각각 60분 내외로 규모를 확장해 돌아온다.

▲국립국악관현악단 ‘오케스트라 이음’
▲국립국악관현악단 ‘오케스트라 이음’(2022) 공연 사진

국립국악관현악단 

국립국악관현악단(예술감독 겸 단장 직무대리 여미순)은 틀을 깬 형태의 공연으로 관객에게 가깝게 다가간다. 첫 번째 관현악시리즈는 시즌 개막작 <디스커버리>(‘23년 9월 1일, 해오름극장)로, 여자경 지휘자의 시선으로 국악관현악 명곡을 새롭게 탐미하는 무대다. 관현악시리즈Ⅱ <관현악의 기원>(‘23년 11월 26일)은 관객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몰입하는 이머시브 공연이며, <한국의 숨결>(‘24년 3월 29일, 해오름극장)에서는 한국적 색채의 합창곡 두 곡을 한자리에 만날 수 있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이 야심 차게 준비한 야외 음악회 <애주가(愛酒歌)>(‘24년 6월 1~2일, 문화광장)는 탁 트인 야외광장에서 우리 음악과 전통 술이 어우러지는 오감 만족 무대다. 술 한 잔에도 자연을 벗 삼아 시를 짓고 거문고를 연주하며 운치를 즐긴 우리네 선조들처럼 푸르른 남산 자락을 배경으로 이 시대의 풍류를 찾아본다. 이어, 마지막 관현악시리즈 <탄誕, 명작의 생生>(‘24년 6월 14일, 해오름극장)에서는 국립국악관현악단 상주작곡가로서 완성도 높은 작품을 창작한 두 작곡가 김성국‧최지혜의 예술세계를 조명한다. 

2009년부터 15년째 관객과 만나온 <정오의 음악회>(‘23년 9월 7일, 10월 19일, 11월 2일, ‘24년 3월 14일, 4월 11일, 5월 9일, 해오름극장)도 계속된다. 한 달에 한 번, 오전 11시에 열리는 고품격 국악 브런치 콘서트로, 친숙한 국악관현악곡과 다양한 협연 무대를 아나운서 이금희의 해설과 함께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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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초청작 연극 ‘에브리우먼’

기획 및 해외초청 공연

남산에 자리 잡은 지 50년을 맞은 국립극장은 이번 시즌, 창의적 협업의 중심지로서 국내외 예술 단체들과 함께 문화적 포용성‧다양성을 실현하고 열린 문화공간으로 변화해 앞으로의 50년을 준비한다. 연말에는 한국 공연예술의 비약적인 성장 발판을 마련한 국립극장 남산 이전 50주년을 기념해 <세종의 노래>(‘23년 12월 29~31일)를 공연한다. 연출가 손진책, 작곡가 박범훈, 안무가 국수호가 의기투합해 3개 전속단체 포함 300여 명의 출연진이 선사하는 대형 무대를 완성한다. 

장벽 없는 극장을 위한 무대도 이어간다. 박지리 작가의 동명 소설을 무대화한 <합★체>(‘23년 9월 14~17일), 헬렌 켈러와 앤 설리번의 이야기를 다룬 음악극 <나는 재미있는 낙타예요>(‘23년 12월 6~10일) 등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장애에 대한 인식 변화를 꾀한다. 

이번 시즌 <엔톡 라이브 플러스(NTOK Live+)>는 올해 11월과 내년 4월 두 차례 달오름극장 스크린으로 상영한다. 11월에 선보이는 세 작품은 국내에서 최초로 상영되는 신작이다. 영국 국립극장 엔티 라이브(NT Live)의 <오셀로>(‘23년 11월 17일/22일/25일, 달오름극장)와 <갈매기>(‘23년 11월 19일/23일/26일, 달오름극장)는 22년 초연한 최신작으로, 각각 셰익스피어와 체호프의 고전을 재탄생시켜 현지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이타 라이브(ITA Live)의 <메디아>(‘23년 11월 18일/21일/24일, 달오름극장)도 상영한다. 인터내셔널 시어터 암스테르담이 제작한 연출가 사이먼 스톤의 대표작이다. 

해외초청작으로는 동시대 가장 논쟁적인 연출가 밀로 라우의 연극 <에브리우먼>(‘24년 5월 10~12일)이 처음 한국 무대에 오른다. 이외에도 국립오페라단 <라 트라비아타>(‘23년 9월 21~24일, 해오름극장), <나부코>(‘23년 11월 30일~12월 3일, 해오름극장),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24년 2월 22~25일, 해오름극장)를 선보이며, 현대무용단 <네덜란드 댄스 시어터 2>(‘23년 9월 28~29일, 해오름극장)가 국제현대무용제(MODAFE) 개막작으로 5년 만에 내한한다. 세계적인 현대무용 안무가 호페쉬 쉑터도 9년 만에 내한, <호페쉬 쉑터 컴퍼니>(‘23년 10월 14~15일, 해오름극장)를 공연한다.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에서 선보이는 <샤요 국립무용극장-익스트림 바디>(‘23년 10월 6~7일, 해오름극장)도 해오름극장 무대에 오른다. 이외에도 국립오페라·국립발레단 등 7개 예술단체가 함께해 연극·클래식·오페라·발레·현대무용·합창까지 즐길 수 있다. 

한편, 국립극장은 새 시즌을 시작하며 극장 내 편의시설을 확충해 일상과 예술이 만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나고, 2024년 파주 무대예술지원센터를 개관해 지속가능한 제작환경 조성을 위해 힘쓰고자 한다.

2023-2024 시즌 티켓은 두 차례에 나눠 판매한다. 2023년 하반기 패키지 티켓과 개별 공연 티켓은 각각 7월 20일(목)과 25일(화)부터 국립극장 홈페이지에서 구매할 수 있다. 패키지 티켓은 최대 40퍼센트, 조기 예매는 30퍼센트 할인을 제공한다. 2024년 상반기 공연 티켓 판매 일정은 11월 중 별도 공지한다. 자세한 사항은 국립극장 홈페이지(www.ntok.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