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신의 장터이야기 70 ] 할배들의 수다
[정영신의 장터이야기 70 ] 할배들의 수다
  • 정영신
  • 승인 2023.07.25 18: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영신의 장터이야기 70
1991 전북 무주장 Ⓒ정영신
1991 전북 무주장 Ⓒ정영신

 

장날은 촌놈 생일이라는 사람들이 모였다.

몇해 전까지만 해도 농사를 지으며 사는 농민들은

기껏 멀리 나간다는 것이 장터 나들이가 전부였다.

그래서 아는 사람들이 모이면 땅바닥에 주저앉아

닷새 동안의 안부를 묻고, 농사 이야기를 한다.

지금처럼 핸드폰도 없었고,

텔레비젼도 드물어 장()에 나와 세상을 만났다.

 

짚신 백컬레보다 질기다는 하얀 고무신을 신은 할배가

농사는 말이여, 내가 짓는 것이 아니여, 해 힘이등마,

벼이삭 맺는 것 본께 내가 한 일은 아무것도 없드랑께

논매기 십년이면 허리가 무너진다는 말이 있는데도

당신이 이룬 공을 해와 땅과 물에게 돌리는 할배 말을

옆에 앉은 내가 질겅질겅 씹었다.

 

장에 나온 할배들은 빈손으로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콩 몇 됫박, 닭 한 마리 갖고 나와 돈을 사고도

막걸리 한 사발 나누지 못하고,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가족을 위해

고등어자반 한 손 사들고 집으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