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Issue] ‘창작과 마케팅’ 어떤 것이 더 중요한가, 갤러리 작가 피(Fee)
[Hot Issue] ‘창작과 마케팅’ 어떤 것이 더 중요한가, 갤러리 작가 피(Fee)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3.07.26 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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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50’비율 보편적, 극히 일부 갤러리 악행 있어
수익 분배 비율 외, 지연 정산ㆍ페어 참가비 요구 등 폐해 존재
‘미술 시장’ 민간의 영역, 갤러리 역할 무엇인지 고찰 필요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하나의 예술 작품에서 얻는 수익은 어떻게 분배해야 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갤러리에서 작품을 판매하면, 그 수익은 갤러리와 작가가 나눠 갖는다. 현재 대부분의 갤러리에서는 작가와 ‘50:50’으로 수익을 나눠 갖는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일각에서는 갤러리 갑질, 갤러리의 작가 뒷담화 등으로 작가들이 곤혹을 겪고 있다는 얘기가 들려오고 있다. 현재도 이런 상황들이 지속되고 있는 것일까.

▲2022 키아프 현장 ⓒ Kiaf Operating Committee (사진=키아프 사무국 제공)
▲2022 키아프 현장 ⓒ Kiaf Operating Committee (사진=키아프 사무국 제공)

본지 서울문화투데이는 서울 내 주요 갤러리와 신진ㆍ중견ㆍ원로 작가, 미술비평가 등을 통해 현재 1차 미술시장의 수익분배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 여전히 남아있는 갤러리의 갑질이나 폐해 등이 있다면 무엇인지를 알아봤다. 더불어 미술시장의 건강한 성장을 위한 갤러리의 책임, 작가의 책임이 무엇일지도 함께 고민해봤다.

다행인 것은 갤러리와 작가 측 모두 현재 미술 시장의 수익분배는 ‘50:50’이 관행이라고 밝힌 점이다. 하지만, 여전히 극히 일부 갤러리에서 ‘갤러리(70): 작가(30)’과 같은 폐해를 저지르고 있고, 예전과는 좀 더 교묘한 방식으로 갤러리의 수익 비율 방식을 높인다는 점도 함께 확인해볼 수 있었다.

‘K-아트’ 시장도 점점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에는 미술 시장이 1조 원대로 성장했다. 지난 해 한국에서 첫 선을 보인 세계적인 아트페어 프리즈가 2회를 준비하고 있다. 갤러리와 작가는 한국 미술 시장의 기반이 되는 존재들이다. 지속적인 한국 미술 시장의 성장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다.

▲2023 화랑미술제 신진작가 특별전 ‘ZOOM-IN’ 현장 ⓒ서울문화투데이
▲2023 화랑미술제 신진작가 특별전 ‘ZOOM-IN’ 현장 ⓒ서울문화투데이

‘50:50’ 비율 보편적, 원로ㆍ신진의 경우는 다를 수도

취재에 응한 신진ㆍ중견ㆍ원로 작가는 모두 ‘50:50’의 비율로 계약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50:50’의 비율이 보편적이기는 하나 갤러리에 따라서 ‘작가(40):갤러리(60)’의 경우까지 계약을 진행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원로 작가의 경우 ‘작가(70):갤러리(30)’의 비율이 있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이 경우는 극소수의 유명 원로 작가에 해당된다는 설명이다. 중견작가A씨는 “많은 비율의 수익을 얻는 유명 원로 작가는 극소수이고, 이 경우에도 비교적 인지도가 없는 갤러리가 유명 작가를 초청하기 위해서 맺는 계약 비율이라고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신진 작가의 경우 ‘50:50’의 비율을 지키긴 어렵긴 하나, 그래도 많은 갤러리들이 ‘50:50’의 비율을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신진 작가 A씨는 “갤러리와 계약서를 작성할 때 ‘50:50’의 비율을 명시하고 작성한다”라며 “문제가 되는 것은 구두 계약으로 계약을 진행하려 한다거나, 작품 값을 갤러리에서 임의적으로 할인하고 그 할인된 최종 가격에 동일한 비율을 적용하는 등의 폐해가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취재에 응한 신진 작가들은 풍문으로 ‘갤러리(70): 작가(30)’의 계약이 존재한다고는 들었으나, 실제로 경험한 적은 없다는 답이 왔다.

중견 작가 B씨는 “갤러리 갑질 같은 것은 대게 신진 작가들을 대상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이 맞다”라며 “비수기 시즌에 원래라면 갤러리를 비워둘 시기인데, 아직 시장에 대한 이해가 없는 신진 작가에게 상황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갤러리 대관료를 포함해 더 많은 비율의 수익 요구하는 식의 폐해”라고 설명했다. B씨는 여전히 악질적으로 갤러리를 운영하는 곳이 있긴 하지만, 정말 극소수라서 알 만한 사람들은 다 피해간다는 말을 전했다.

신진 작가 A씨도 “어떤 갤러리가 위험하다고 공공연하게 언급되는 경우는 없지만, 그래도 젊은 작가들의 사적인 자리에서 이야기들이 오고가고, 그런 식으로 안 좋은 갤러리는 피하게 되는 것 같다”라며 “정말 최악의 경우에는 ‘예술인 협회’를 통해서 법적 자문을 받는 등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취재에 응한 갤러리 대표 A씨도 ‘50:50’ 비율은 오래 전부터 자리 잡아온 관행이라고 말했다. 갤러리 대표 A씨는 “갤러리의 갑질, 폐해 등은 정말 일부 갤러리들에서 행해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문제가 되는 갤러리들은 대게 미술 분야와는 전혀 상관없는 계통의 일을 하던 분이 갑작스럽게 갤러리를 여는 경우로, 미술계에 대한 이해가 없을 때 벌어지는 일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2022 키아프 현장 ⓒ Kiaf Operating Committee (사진=키아프 사무국 제공)

아트 페어 참가비 요구, 작품 값 미정산 등 다른 폐해 있어

취재를 진행하면서 다수의 작가들에게 들었던 얘기는 ‘사실 정산 비율은 중요치 않다’라는 얘기였다. 신진 작가 B씨는 “작품 대금에 있어서 비율은 소문이 많이 나니까, 모든 갤러리들이 ‘50:50’을 지키고 있는 추세”라며 “하지만 비율을 ‘50:50’으로 정해두고, 도록이나 작품 운송료 등을 작가에게 부담시키는 경우가 존재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직접 겪은 일은 아니지만, 지인인 작가가 레스토랑을 겸하는 갤러리에서 전시를 한 적이 있는데, 전시가 끝나고 뒷풀이 등은 모두 그 레스토랑에서 해야 한다는 계약이 있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라며 “도록 제작에 있어서도 특정 업체를 사용해야 한다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라고 말했다.

신진 작가들 사이에서는 ‘공모전’에 참여를 했는데, 이후 수상을 하고 전시를 할 때 비용을 따로 지불하라는 요구를 받은 적이 있다고도 했다. 또한, 갤러리와 ‘50:50’의 비율로 계약은 했으나, 작품이 일정 수준 판매되지 않았을 때, 갤러리에서 작품을 가져가는 경우도 있다는 얘기를 전했다.

중견 작가 A씨는 작품 대금의 비율보다도, 아트 페어 참가 시 작가들에게 부스 비를 요구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짚었다. 중견 작가 A씨는 “아트 페어 참가에 있어서, 작가들에게 참가비를 받고 이후 작품이 판매됐을 때에 ‘50:50’의 비율을 똑같이 적용하는 경우가 다수 있다”라며 “비율보다도 이런 식의 문제가 더 불합리하다고 본다”라고 지적했다.

꽤 오랜 시간 갤러리를 운영해 온 갤러리 대표 B씨와 C씨도 갤러리들의 부스비 요구는 실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고 언급했다. 갤러리 대표 C씨는 “간혹 페어에 참가한 갤러리들을 보면, 갤러리 규모에 비해 비용이 큰 작품이 걸리는 등 균형이 맞지 않을 때가 있는데 그런 경우 의심을 해볼 순 있지만, 명확한 증거가 없기 때문에 쉽게 단정 지을 수는 없다”라며 “화랑협회에서도 기이한 형태의 경우를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2023 화랑미술제 현장 ⓒ서울문화투데이

‘미술 시장’ 민간의 영역, 변화는 시장의 몫

한 문화계 인사는 미술시장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갤러리, 원로ㆍ신진 작가들의 선순환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현재 더 많은 수익을 가져가고 있는 원로 작가들이 조금 더 낮은 비율의 수익을 분배받고, 갤러리는 원로 작가를 통해 얻은 재화를 기반으로 신진 작가들에게 더 높은 비율의 수익을 제공하는 식의 운영이 필요하지 않겠냐는 뜻이었다. 즉, 현재 ‘원로작가(70): 갤러리(30)’의 비율로 운영되는 구조를 ‘원로작가(30): 갤러리(70)/신진작가(70): 갤러리(30)’의 구조로 변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었다.

이 제안에 대해서 갤러리와 작가, 비평가는 모두 ‘불가능한 구조’라고 잘라 말했다. A비평가는 “그런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갤러리-원로작가-신진작가’ 총 세 사람의 합의가 필요한데 그것은 가능하지 않은 발상이고, 시장과도 맞지 않다”라고 말했다. 또 B비평가의 경우 미술 시장의 구조를 너무 단순화하고, 기계적으로 본 시각 같다며 시도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중견 작가 A씨의 경우 그 순환의 과정을 원로작가와 신진작가가 과연 원할 것인지 되묻기도 했다. 그는 원로와 신진 양측이 모두 원하지 않을 것 같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갤러리 대표 C씨는 갤러리가 미술 시장을 활성화하고, 신진작가를 육성한다는 그 이론적인 개념은 정말 좋은 것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정말 불가능한 것이라고 짚었다. 갤러리 대표 C씨는 “갤러리도 결국은 수익창출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곳이다”라며 “오랜 시간 갤러리를 운영해오면서 느낀 바는 건강한 미술 시장을 만드는 것도 갤러리스트의 역할이지만, 공간 임대료, 갤러리 기획ㆍ운영료 등 당장 갤러리를 운영하는 것도 굉장히 버거운 일이라는 것이었다”라고 말했다.

B비평가는 갤러리와 작가 간 정산 비율이 ‘50:50’으로 자리 잡은 것은 맞지만, 작품 운반비, 기획비, 평론비 등을 작가에게 부담하는 방식의 운영을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이 경우 작가에게 정상적인 수익이 돌아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짚었다. 덧붙여 중견 작가 C씨도 평론비, 기획비 등이 작가에게 돌아가거나, 아예 갤러리와 작가가 모두 부담하지 않으려해 무급 기획자들이 생기는 것도 문제라고 짚었다.

B비평가는 “갤러리는 작가의 작품을 체계적으로 홍보하고, 미술계에 흥미로운 감각을 이끌어내야 하는 역할이 있다. 그 역할을 잘 해낼 때 갤러리로서 일을 하고 있고, 수익을 가져갈 수 있다고 본다. 즉, 시장에 새로운 상품을 만드는 일을 갤러리가 해야 한다”라며 “그런데 지금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갤러리가 있을 지는 많은 의문이 든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미술 시장’의 공정성은 결국 시장을 운영하고 있는 주체들의 실천으로 완성된다며, 정당한 계약서 작성, 계약서에 보다 세세한 갤러리와 작가의 역할을 명시하는 식으로 건전한 시장을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원로 작가 A씨와 중견 작가 A씨는 “결국 갤러리의 계약 요건에 응하는 것은 작가다. 정말 힘든 과정에 놓여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는 선택이라 여겨진다”라며 “그래도 장기적으로 갤러리와의 불공정한 계약은 작가에게 독이 될 수 밖에서 없다. 그런 기형적인 요구에 응하지 않는 작가로서의 역할도 필요할 것”이라는 조언을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