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우리 시] 그 여름의 끝/ 이성복 시인
[아름다운 우리 시] 그 여름의 끝/ 이성복 시인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3.07.26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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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름의 끝

                                     이성복 시인 (1952~ )

 

여름 나무 백일홍은 무사하였습니다
한차례 폭풍에도 그 다음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아
쏟아지는 우박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습니다
 
그 여름 나는 폭풍의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그 여름 나의 절망은 장난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지만
여러 차례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넘어지면 매달리고 타올라 불을 뿜는 나무 백일홍
억센 꽃들이 두어 평 좁은 마당을 피로 덮을 때,
장난처럼 나의 절망은 끝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