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근의 얼씨구 한국음악과 문화]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종목의 활용과 거문고 공연의 의미
[주재근의 얼씨구 한국음악과 문화]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종목의 활용과 거문고 공연의 의미
  • 주재근 이화여자대학교 강사
  • 승인 2023.07.26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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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근 이화여자대학교 강사
▲주재근 이화여자대학교 강사

“인류무형문화유산 종목의 가치가 널리 알려지고 활용하기 위해서는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연행할 수 있도록 관련 예술가나 단체들을 위한 활용 예산을 대폭 늘려야”

“‘무형문화유산보호협약’ 20주년 기념식 및 학술세미나 축하공연으로 무형문화유산 등재 20년이 된 판소리와 앞으로 등재되어야 할 거문고 음악 선보여”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 ‘판소리’, ‘강릉단오제’, ‘강강술래’, ‘남사당놀이’, ‘영산재’, ‘제주칠머리당굿’, ‘처용무’, ‘가곡’, ‘대목장’, ‘매사냥’, ‘줄타기’, ‘택견’, ‘한산모시짜기’, ‘아리랑’, ‘김장문화’, ‘농악’, ‘줄다리기’, ‘제주해녀문화’, ‘씨름’, ‘연등회’, ‘한국의 탈춤’. 2001년부터 2022년까지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한국의 인류무형문화유산 22개 종목이다.  

일본의 인류무형문화유산은 ‘가가쿠’를 비롯해 25개 종목이 지정되었고, 중국은 ‘경극’을 비롯한 34개 종목이 지정되었다. 인류무형문화유산은 문화적 다양성과 창의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세계 각국의 무형유산을 등재하는 제도이다.

인류무형문화유산을 비롯해 세계유산, 세계기록유산 등재는 자국의 국력을 바탕으로 보존해야 할 문화적, 자연적, 정신적 가치를 세계적으로 알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 표면적으로는 잔잔한 물결처럼 보이나 그 아래에서는 치열한 각국 문화외교의 살벌한 전장이다. 그 중요성과 전투성의 향상을 위해 우리나라 정부에서는 외교부 공공문화외교국 내에 유네스코과, 문화재청 문화재활용국에 세계유산정책과를 두고 있다. 특히, 프랑스 파리 소재 유네스코 본부에 대한민국 대표부 대사를 임명하여 협력업무를 수행하게 하고 있다.

앞으로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할 종목도 수없이 많고,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정부의 시스템도 잘 갖추어져 있는데 무엇이 문제일까? 대전 엑스포, 여수 엑스포 세계박람회 이후 폐허가 될 정도로 활용이 안 되는 것처럼 무형문화유산 등재 이후 활용이 잘 되지 않는데 문제가 있다.

‘문화재보호법’ 제19조(세계유산등의 등재 및 보호), 제2항에는 다음과 같은 법조항이 실려 있다. “문화재청장은 유네스코에 세계유산, 인류무형문화유산 또는 세계기록유산 등으로 등재된 문화재를 비롯한 인류문화재를 보존하고 문화재를 국외에 널리 알리기 위하여 적극 노력하여야 한다” 이를 이행하기 위한 문화재청의 2023년 ‘세계유산등재 및 보존관리’ 예산은 모두 397억8천3백만원이다.  이 중 무형유산과 관련된 예산인 ‘무형유산 관리역량 강화’에 4억원이 실제 실행되는 예산이다. 전체 예산 중 0.01%도 안 된다. 22개 종목이나 지정했다는 것에 자찬하고 자축할 것이 아니라 매우 낯부끄러운 실정이다.

문화재청 ‘문화유산 활용진흥’ 사업에 508억2천7백만원이 예산이 수립되어 있으나 인류무형문화유산 종목의 세계적 활용사업은 보이지 않는다. 세계적 인기팝그룹인 방탄소년단(BTS)의 ‘아이돌’의 뮤직비디오에 탈춤이 나와도 탈춤이 한국의 인류무형문화유산인지도 모르는 내외국인이 거의 다일 것이다.

우리나라 인류무형문화유산 22개 종목은 거의 대부분 국가무형문화재 지정 종목이다. 국가무형문화재 종목은 국내에서 잘 보존하고 전승되는 것이 주목적이라면 인류무형문화유산은 국가간, 민족간 문화적 다양성과 창의성을 인정하고 교류하는데 있다. 우리나라 국가무형문화재이자 인류무형문화유산 종목인 판소리의 특징을 더욱 또렷하게 알 수 있게 되는 것은 비슷한 인류무형문화유산 종목인 일본의 가부끼와 중국의 경극이 있기 때문이다. 인류무형문화유산 종목의 가치가 널리 알려지고 활용하기 위해서는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연행할 수 있도록 관련 예술가나 단체들을 위한 활용 예산을 대폭 늘려야 할 것이다.

중국에서 수 천년동안 문인(文人)들이 정신적 수양과 여유로움을 즐기는 대표적 악기로 고금(古琴)이 있다. 이 고금과 고금음악은 2008년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우리나라 또한 1600여년 전 고구려고분벽화에 거문고 연주 그림이 그려져 있고, 『삼국사기』 악지(樂志)에 거문고의 왕산악의 거문고의 탄생과정, 통일신라 이후 전승 과정이 실려 있다. 조선시대 보물로 지정되어 있는 『금합자보』(1572년)를 비롯한 현재까지 발견된 거문고 고악보로 130여종이 넘는다. 이처럼 중국의 고금과 견주어 그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거문고와 거문고음악 또한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야 할 것이다. 

올해로 ‘무형문화유산보호협약’ 20주년이 된다. 이를 기념해 7월25일부터 26일까지 유네스코 사무총장보를 비롯해 유네스코 수장들이 전 세계에서 서울로 모여든다. 이를 박진 외교부장관과 최응천 문화재청 청장이 반기고, 반기문 전 유엔총장 등이 축사를 한다. 이 축하공연 자리에 무형문화유산 등재 20년이 된 판소리와 앞으로 등재되어야 할 거문고 음악이 선보인다.

거문고 음악이 언제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 될지 모르지만 이제 시작이라도 알리게 되어 반갑고 행복한 일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