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Interview]이동훈 발레리노ㆍ이은원 발레리나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 완성도 높은 ‘우리’의 창작발레”
[Artist Interview]이동훈 발레리노ㆍ이은원 발레리나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 완성도 높은 ‘우리’의 창작발레”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3.08.09 1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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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출신 이동훈ㆍ이은원, 현재 美 발레단서 활약
“클래식 위주의 국내 공연, 컨템퍼러리 위주의 미국 방식과 차이”
“한국 무용수의 실력은 이미 훌륭, 자신의 강점 더욱 부각해야”
안중근 의사 구국활동, 남성 군무로 표현…8월 11ㆍ12일 마포, 25ㆍ26일 성남 공연

[서울문화투데이 이은영 발행인ㆍ진보연 기자/김바울 사진기자]“대한독립의 함성이 천국까지 들려오면 나는 기꺼이 춤을 추면서 만세를 부를 것이오.”

광복절을 맞아 안중근 의사의 업적과 인간적 고뇌를 섬세하게 묘사한 창작발레가 관객을 만난다. M발레단의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문병남 안무, 양영은 대본·연출)은 광복 70주년이던 2015년 무용창작산실 우수작품제작지원 선정작으로 초연한 후, ‘2021 예술의전당 창작발레’로 예술의전당과 함께 재제작되어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무대에 올랐으며, 이듬해 ‘제12회 대한민국발레축제 개막작’으로 다시 한번 같은 무대를 통해 2년 연속 매진행렬을 이어갔다. 

안중근 의사의 유언을 핵심 모티브로 기획된 이 작품은 죽으면서도 평화로운 해방의 시대를 바라던 안중근 의사의 삶과 철학에 파고들며, 영웅이지만 한 인간이기도 했던 그의 짧은 생을 드라마와 같은 발레로 펼쳐낸다. 포기를 모르고 강행해 온 안중근 의사의 구국활동을 강렬한 군무와 함께 생생히 되살려내며, 우리의 역사가 지닌 강인함을 온 관객석에 전한다. 

올해는 예술경영지원센터 ‘2023 공연유통협력 지원 사업 선정 공연’으로 지난달 26일과 27일 충주시문화회관 공연을 시작으로 이달 4일과 5일에는 광명시민회관 대극장에서 관객들과 만났다. 이어 오는 11일과 12일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 25일과 26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창작발레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 무대에 오르는 발레리나 이은원(왼쪽)과 발레리노 이동훈 ⓒ김재성 사진기자
▲창작발레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 무대에 오르는 발레리나 이은원(왼쪽)과 발레리노 이동훈 ⓒ김바울 사진기자

안중근 역은 현재 미국 툴사발레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발레리노 이동훈이, 김아려 역은 워싱턴발레단 단원인 발레리나 이은원이 맡는다. 이동훈과 이은원 모두 국립발레단 수석으로 활약하다 현재 미국 발레단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동훈은 2008년 9월 국립발레단에 특채로 입단한 뒤 3개월 만에 ‘호두까기 인형’ 주역을 맡았고 2011년 수석 무용수로 발탁됐다. 지난해 7월부터 미국 툴사 발레단에서 활동 중이다. 이은원은 2010년 7월 국립발레단에 인턴 단원으로 입단했고 그해 12월 호두까기 인형에서 주인공으로 발탁됐다. 입단 2년 만인 2012년 수석 무용수에 올랐고 2016년 워싱턴 발레단으로 활동 무대를 옮겼다. 두 사람이 전막 발레로 한 무대에 오르는 것은 약 5년 만이다. 

새 시즌 전 잠깐의 휴식 기간 중 짬을 내 한국 관객들과의 만남을 준비하고 있는 이은원과 시즌 중 발레단에 양해를 구하고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출연하는 이동훈. 무엇이 두 사람을 고국 무대로 이끌었을까. 한바탕 장마가 지나간 8월의 어느 날, 이동훈과 이은원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M발레단 연습실에서 만났다. 

해외 활동에 주력하다가 오랜만에 국내 무대에 서는 기분이 어떠한가?

이동훈 무대 위에서의 저는 국내든 해외든 별다를 게 없다. 적당한 긴장감을 가지고 작품에 집중하는 건 어디서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변화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건 관객들이다. 해외에서는 아직 저라는 사람을 모르는 분들이 많지만, 한국에서는 팬분들을 비롯해 저를 아는 분들이 많으니 확실히 무대에서 느껴지는 객석의 반응도 다르다. 정겹다고 해야 할까, 그런 걸 좀 많이 느끼는 것 같다.

이은원 한국에 오면, 내가 무대에 서 있는 자체로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많으니 더 감사함을 많이 느끼게 된다. 무대에 서기 전 떨리고, 잘하고 싶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하는 건 똑같지만 관객들의 반응 하나하나에서 진심을 느낄 수 있다. 같은 레퍼토리의 공연을 하더라도 어떤 관객이 오느냐에 따라 느껴지는 에너지가 다른데, 국내 무대에서는 나의 존재 자체를 반가워해 주시고 좋아해 주신다는 게 느껴져서 더 큰 힘을 얻게 되는 것 같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다는 마음이 들진 않는지?

이은원 아직 그런 생각은 하지 않는다. 해외에서 해보고 싶은 일들이 많기 때문이다. 원래 성격 자체가 호기심이 굉장히 많다. 그래서 뭐든 일단 경험을 해보고 싶다. 아시다시피 어렸을 때부터 한국에서 발레를 해왔는데, 그러다 보니 무용을 처음 배웠을 때 함께 했던 선후배, 동생, 친구들과 대학도 같이 진학하고 그 친구들과 발레단 활동까지 함께하게 됐다. 서로를 너무 잘 아는 동료들과 함께하는 것이 익숙해서 좋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운 환경에 부딪혀보고 싶었다. 타지에서의 어려움도 물론 있지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낯선 환경에서 배우다 보니 영감을 계속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최고의 장점이고 힘들기보다 재밌다. 

다만, 조카들이 공연을 보러 왔을 때, 이모로서 내 모습을 더 많이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은 든다. 조카들을 보면 ‘아, 한국에서 활동하면 자주 볼 수 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약간 흔들릴 때도 있다. (웃음) 

이동훈 한국 관객들과 만나면 해외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감동을 받으며 감회가 새롭지만, 이와 별개로 미국에서 찾은 내 인생에 만족하고 있다. 가족들과 함께 생활하기에도 좋고, 개인의 삶이나 무대 위 생활 모두 자유로워 스트레스가 없다. 더불어 나를 개발할 수 있는 시간과 ‘나’에게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보장돼 더 발전적으로 살 수 있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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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발레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에서
안중근 의사를 연기하는 발레리노 이동훈 
ⓒ김바울 사진기자

이동훈 발레리노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 이은원 발레리나는 처음 이 작품에 참여하게 됐다. 각자 이 작품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이동훈 한국에서 공연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던 차에 문병남 대표님께서 오퍼를 주셨다. 미국 간 지 4년 정도 지났을 때였다. 한국 관객들의 박수 소리가 그리웠는데 대표님이 연락을 주시니 안 할 이유가 없었다. 근데 막상 대본을 받아보니 너무 부담스러웠다. 모두가 존경하는 위인인 안중근 의사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 누가 될까 걱정을 많이 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부담을 동력 삼아 더 열심히 연습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은원 외국에 나가면 한국적인 게 그리워지지 않나. 나 역시 미국에서 생활하다 보니 한국의 미에 대해 더 관심을 갖게 됐다. 발레 레퍼토리 가운데 우리나라 고유의 정서를 갖고 있는 작품이 많지 않을뿐더러, 타지에 나와 있으니 그런 작품을 접하기가 더 어려웠다.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은 우리나라 역사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매력적인 작품으로 다가왔고, 문병남 선생님과 동훈 오빠와 함께 할 수 있다니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함께 작업하니 국립발레단 시절 생각이 많이 난다. 

국립발레단에서 활동할 당시 (파트너로서) 함께 호흡을 맞춘 작품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아본다면?

이은원 다 좋았지만, 2013년에 했던 롤랑 프티의 <아를르의 여인>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그땐 어려서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게 ‘테크닉’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완벽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강했던 시절이다. 심지어 테크닉이 많은 작품이 아닌데도 거기에만 꽂혀있었다. 그런데 동훈 오빠와 <아를르의 여인>을 하면서, 작품 전체를 이끌어 가는 캐릭터를 표현하는 것이 테크닉만큼 중요하다는 걸 배웠다. 

이동훈 <차이코프스키: 삶과 죽음의 미스터리>라는 작품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원래 은원이가 파트너가 아니었는데 급하게 캐스팅이 변경되어, 짧은 기간 연습을 해서 무대에 올라야 하는 상황이었다. 당시 은원이는 (나에게) 한참 어린 신단원이었기 때문에, 이 친구랑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던 게 사실이다.(웃음) 심지어 초연에 분신 역할이었다가 2013년에 처음으로 차이코프스키 역할을 맡았던 터라, 내가 맡은 역할에 집중을 해야 되는데 은원이랑 갑자기 하게 됐으니 걱정이 하나 더 늘어난 셈이었다. 그때가 유일하게 은원이한테 싫은 소리를 해가면서 혹독하게 연습했던 시기이다. 

그런데 은원이가 너무나도 잘해줘서 깜짝 놀랐다. 연습을 하면서 점점 걱정 대신 믿음이 생겼던 것 같다. 정말 열심히 따라와 주는걸 보면서 ‘역시 발레단에서 차기 주역으로 성장하고 있는 아이답다’라고 생각했다. 은원이가 당시 맡았던 역할은 노련미가 필요한 역할이라 표현하기 어려웠을 텐데, 힘들다는 소리 한 번을 안 하고 잘 따라와줘서 기억에 많이 남는다. 파트너가 잘 해주니, 나도 무대 위에서 하나가 되어 감정이 섞이는 경험을 처음 하게 됐다. 그 이후로 나에게 은원이는 너무 편하고 믿을 수 있는 동료 무용수가 됐다.

클래식 발레가 주를 이루는 국내 발레단에서 활동하다가, 컨템퍼러리 발레가 메인인 해외 발레단에서 활동하게 되면서 느꼈던 갭이나 적응의 어려움은 없었는지?

이동훈 개인적으로는 발레 댄서 이전에 비보이 댄서였기 때문에 적응하기 어렵지는 않았다. 클래식 공연을 자주 해왔기 때문에 힘들 줄 알았는데 오히려 너무 재밌고, 오히려 지금은 컨템퍼러리가 더 편하다. 

이은원 반대로 나는 많이 힘들었다. 한국에서는 일단 클래식 발레 위주로 레퍼토리가 구성됐고 올해 <지젤>을 했으면 몇 년 뒤에 다시 <지젤>을 하고 이런 패턴이 있었는데, 여기 와서 모든 걸 새로 배워야 했다. 심지의 그렇게 많이 했던 <백조의 호수>도 다른 안무가의 버전이었으니까. 무용수마다 다른 테크닉 스타일도 익혀야 했고. 처음 몇 년은 카운트 세고, 외우는데 적응하느라 바빴다. 근데 한편으로는 그게 또 재밌었다. 외국에서는 굉장히 유명한 작품인데 나는 처음 보는 작품들도 너무 많았다. 
사실 클래식만 했을 땐, 창작 발레에 대한 두려움이 항상 있었다. 그런데 계속 새로운 것에 적응하고 익숙해지는 훈련을 하다 보니 이제 그런 두려움은 많이 없어진 것 같다.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도 클래식 발레의 요소가 많긴 하지만 창작 발레라, 예전이었다면 막막함을 먼저 느꼈을 텐데 지금은 너무 즐겁게 연습하고 있다. 

이동훈 은원이가 느낀 고충에 너무 공감한다. 나도 10년 넘게 볼쇼이 버전의 <호두까기 인형>만 하다가 미국에 와서 새로운 버전을 익혀야 했을 때 적응 기간이 필요했다. 음악은 같은데 다른 카운트의 다른 동작이다 보니, 몸에 배어 있어 자동적으로 나오는 동작들을 버리는 게 우선이었다. 
내가 속해있는 발레단의 경우, 미국을 투어하면서 매번 새로운 안무를 한다. 각자 맡은 배역이 있지만 그 배역이 반드시 표현해야 하는 캐릭터성은 정해지지 않았다. 무용수에게 맡기는 것이다. 나에겐 이 과정이 너무 잘 맞고, 재밌게 다가왔다. 이런 작업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작년에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에 처음 참여했을 땐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퀘스천마크가 굉장히 많았는데, 이번 연습은 너무 수월했다. ‘여기서 이 느낌으로 하고, 이렇게 보여주면 인물의 현재 감정이 표현되겠지’라는 생각의 진행이 (작년에 비해) 빨리 되고 있다.

▲M발레단 창작발레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 공연 장면
▲M발레단 창작발레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 공연 장면

이번 공연 일정과 관련해 소속 발레단에 어떻게 양해를 구했나?

이은원 새로운 시즌 시작 전 휴식 기간이라 별도로 컨펌을 받아야 하는 건 아니었지만, 공연에 대해 이야기하긴 했다. 그들에겐 낯선 역사와 문화이지만, 신기하다며 재밌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동훈 내가 속한 툴사발레단은 현재 시즌이 시작돼서 이 작품에 참여하려면 컨펌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들은 이해하지 못하지만, 우리에겐 중요한 역사이지 않나. 그래서 이 작품에 대해 설명하며 ‘우리가 독립하기까지 이런 역사가 있었고, 그 과정에서 정말 중요한 인물인 안중근 의사를 내가 맡게 됐다. 정말 의미 있는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라고 설명하니 발레단 측에서도 흔쾌히 허락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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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발레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에서
안중근 의사의 아내 김아려를 연기하는
발레리나 이은원 ⓒ김바울 사진기자

안중근 의사의 부인 김아려 여사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무엇에 중점을 두고 인물을 표현하려 하는가?

이은원 캐릭터는 지금도 찾고 있다. 경험해보지 않은 일이고, 쉽게 경험할 수 있는 일도 아니기 때문에, 인물의 감정을 짐작하는 것 자체만으로 어려운 과정이다. 그래도 캐릭터를 탐구하고 생각하고 해석하는 게 재밌기 때문에 열심히 알아가고 있다. 어느 날은 남편이 가는 게 너무 슬퍼서 모든 걸 놓듯이 통곡하고, 어느 날은 슬픔에 압도돼서 오히려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오늘은 이렇게 해보고, 내일은 저렇게 해보면서 매일매일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 아마 답을 하나로 정해두지 않고, 공연 당일 나와 파트너의 감정, 관객들의 반응에 따라 표현되는 감정의 깊이도 달라질 것 같다. 

안중근 의사의 업적과 그 사이 인간적 고뇌가 작품에서 함께 드러나야 하는데, 잘 알려진 인물을 표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동훈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안중근이라는 위인과 그를 둘러싼 시대적 상황을, 한국인 무용수로서 제대로 표현하고 싶었다. 작년에 처음 참여했을 땐 부담감도 있었고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조심스럽기도 했는데, 올해는 확신을 갖고 감정 표현을 할 수 있게 됐다. 

이 작품의 관전 포인트 혹은 가장 주목해서 봐야하는 장면을 꼽는다면?

이동훈 일본군과의 전쟁에서 패하고 사경을 헤매며 꿈을 꾸는 장면을 가장 좋아한다. 먼저 간 동료들의 혼과 함께하는데, 그 씬에선 애써 연기하지 않아도 나도 모르게 눈물이 펑펑 쏟아진다. 지금까지 그렇게 감정이 휘몰아친 적이 없어서 내 감정에 스스로도 놀랐다. 보는 분들께도 이 감정이 잘 전달되었으면 좋겠다.

이은원 내가 나오는 장면은 아니지만, 일본군과 독립군이 싸우는 전쟁씬이 이 작품의 묘미라고 생각한다. ‘스파르타쿠스’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발레 작품에서 메인은 여성 무용수가 맡는다. 그런데 이 작품은 의병활동, 단지동맹, 하얼빈 의거 등 구국활동을 강렬한 남성 군무로 표현한다. 발레로 표현되는 남성 발레의 색다른 매력을 느끼실 수 있을 것이다.

해외 활동을 염두하고 있는 우리나라 무용수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동훈 해외에서 활동해보니 한국 무용수들이 피지컬적으로나 테크닉적으로 굉장히 많이 발전해서, 부족한 점을 못 느꼈다. 그러니 좀 더 자신감을 갖고 자신의 강점을 부각시켰으면 좋겠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보통 겸손이 미덕이라고 생각해, 자기가 잘하는 부분은 감추고 부족한 부분은 크게 보는 것 같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아무도 이걸 좋게 봐주지 않는다. 잘할 수 있는 걸 강하게 어필하고, 못 하는 건 인정하고 채워나간다면 해외에서도 충분히 경쟁력 있다고 확신한다.

이은원 정말 동의한다. (국내 무용수들은)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어서 보완해야 할 부분을 꼽기 어렵다. 자신의 실력에 자신감을 갖고, 강점과 약점을 잘 파악한다면 그걸로 충분할 것 같다.

어떤 무용수가 되고 싶은지, 꿈이 있다면?

이동훈 기억에 남는, 잊히지 않는 무용수가 되고 싶다. 시간이 한참 지나도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무용수가 되는 것이 나의 목표이다. 사람들의 기억에서 지워진다면, 지금까지 해온 일들이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는 생각에 약간 집착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더불어 또 하나의 목표가 있다면, 발레 대중화이다. 단순히 직관적으로 표현하는 쉬운 발레가 아니라, 영화나 드라마처럼 만드는 사람의 철학도 들어가 있고 보는 이들을 웃기고 울리는 스토리도 있는 그런 작품을 만들고 싶다. 

훗날 국립발레단 단장직 제안을 받는다면 할 의사가 있는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이동훈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은 없다. 내가 그 자리에 가서 단체에 도움이 된다면 당연히 거절할 이유가 없겠지만, 스스로 판단하기에 부족하다거나 내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되면 거절하게 될 것 같다. 능력 없이, 단순히 타이틀 때문에 그 자리에 앉고 싶지는 않다는 뜻이다. 

은원 씨의 무용수로서의 목표도 듣고 싶다.

이은원 계속 성장하는 사람이고 싶다. 몸을 쓰는 직업이다 보니 신체의 변화도 있고, 테크닉은 점점 떨어질 테지만 사람으로서, 무용수로서 한 곳에 매몰되지 않고 발전하고 싶다. 그 잣대는 밖이 아닌 스스로 정하는 것이다. 

무용수 은퇴 이후 안무가로 활동하는 분들도 많이 계시는데, 나는 그쪽으론 자질이 없다고 생각한다.(웃음) 차라리 나는 경험을 나눠주고, 공감해 주고, 거기에 희망도 줄 수 있는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다. 

▲창작발레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 무대에 오르는 발레리나 이은원(왼쪽)과 발레리노 이동훈 ⓒ김바울 사진기자

끝으로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을 보러 올 관객들에게 한마디?

이동훈 해외에서 들어온 재밌는 스토리를 가진 작품들이 많지만, 같은 역사를 이야기하며 정서를 공유할 수 있는 건 우리만이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역사를 다루지만 지루한 이야기가 아닌, 그 시대 사람들이 살아가던 이야기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다. 국립이 아닌 개인 발레단에서도 이런 공연을 할 수 있다는 걸 직접 와서 보고 느껴보셨으면 좋겠다.

이은원 즐거운 역사를 다루는 작품은 아니지만, 공감의 정서로 치유하는 작품이다. 삶에 지쳐서 힘드실 때 예술을 통해 힐링 받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