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제6 회 《2023 한복상점》, ‘한복 축제’ 트렌드를 주도하다
[현장스케치] 제6 회 《2023 한복상점》, ‘한복 축제’ 트렌드를 주도하다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3.08.11 16: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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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엑스 D홀, 8.10~13
한복 차려입은 다양한 관람객 돋보여
서영희 예술 감독 “한복 디자이너들에게 응원 되길”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태풍 ‘카눈’ 북상 소식으로 비바람이 몰아치는 가운데서도,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한 《2023 한복상점》에는 많은 관람객들이 함께했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보균, 이하 문체부)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원장 장동광, 이하 공진원)과 함께 오는 13일까지 코엑스 디(D)홀에서 한복박람회인 《2023 한복상점》을 개최한다.

▲지난 10일 열린 《2023 한복 상점》 개막식 패션쇼 현장 ⓒ서울문화투데이 

올해 6회를 맞이한 《2023 한복 상점》에서는 108개 업체의 다양하고 참신한 한복 상품을 최대 80%까지 할인해 판매한다. 전통 한복, 현대적 한복, 아동 한복, 반려동물 한복까지 다양한 분야의 한복이 선보여진다.

《2023 한복상점》 공식 개막 전, 지난 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홍가혜 한복진흥센터장은 “지난 해에 비해 모든 면에서 2배로 확장된 《2023 한복상점》을 준비했다”라며 “작년에는 1,100평 규모에 74개 업체가 참여했다면, 올해에는 2,200평 규모에 108개 업체가 참여한다”라고 밝혔다. 덧붙여 홍 센터장은 “지난해에 한복상점을 찾은 관람객은 3만 명에 달했는데, 올해는 5만 명 방문을 예측하고있다”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이와 함께 《2023 한복상점》에선 전통무용을 주제로 한 기획전시 「춤의 날개, 한복」도 진행한다. 전통문화를 결합한 다양한 전시를 연출해온 서영희 씨가 예술감독을 맡아 전시를 꾸렸고, 시각예술가 박귀섭 씨의 영상 <이음>이 공개되며 전통과 현대를 잇는 한복의 단단한 멋과 흥을 역동적으로 선보였다.

이외에도 ‘2023년 한복디자인 프로젝트 공모전’ 수상작과 한복근무복·교복 등 올해 한복문화 진흥사업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는 <사업홍보관>, 전통복식 관련 학과를 운영하고 있는 대학들의 활동을 만나볼 수 있는 <교육관>, 한국 무형문화재 콘텐츠와 전통공예품 전시ㆍ협업 이벤트가 열리는 <협력관>, 한복 소품을 직접 만들어보거나 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남길 수 있는 <체험관>도 준비돼 ‘한복’을 중심으로 하는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행사로 준비됐다.

▲《2023 한복 상점》에서 관람객들이 현장을 즐기고 있다 ⓒ서울문화투데이 

남녀노소 세대 뛰어넘어 참여한 《2023 한복상점》 개막식

지난 10일 개최된 《2023 한복상점》 개막식에는 궂은 날씨 속에서도 많은 인파가 몰렸다. 장동광 공진원장, 정향미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정책관, 서영희 예술감독, 박귀섭 시각예술가가 자리했고, 이외에도 다수의 침선 장인이 함께 자리했다. 한복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는 가수 송가인씨도 현장을 찾아, 개막식에는 송가인 팬들도 대거 참석해 개막식을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외에도 현대적으로 리폼한 한복, 생활한복 등을 갖춰 입은 2030 관람객들의 모습을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갓과 도포를 갖춰 입거나, 올림 머리 가채까지 갖춰 전통 한복을 착용한 관람객들도 이목을 끌었다. 해외 관광객이 많이 보인 것도 흥미로운 지점이었다. 다수의 외국인이 한 시간여 진행된 개막식을 진지하게 관람하고, 개막식 후반의 한복패션쇼를 직접 영상과 사진으로 촬영하는 것이 인상적인 자리였다.

장동광 공진원장은 “‘한복’은 한국인들의 정신과 가치를 담고 있는 중요한 자산으로, ‘한복상점’은 소비자, 관람객들과 직접 소통하며 한복 입는 문화가 우리의 삶 속에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는 자리"라며 "이번 행사를 통해 일상 속 한복 입는 문화가 보다 확산돼 고유의상인 한복의 가치가 국민과 더불어 더욱 새롭게 인식되길 바란다”라는 인사말을 전했다.

▲지난 10일 열린 《2023 한복 상점》 개막식에서 장동광공진원장이 축사를 전하고 있다 ⓒ서울문화투데이 

이 자리에서 서영희 예술감독의 기획전시 「춤의 날개, 한복」의 전시 소개가 있었다. 서 감독은 이번 기획전의 시작이 지난해 런던 빅토리아 앨버트에서 열린 《한류! The Korea wave(더 코리아 웨이브)》전시로부터 시작됐다고 밝혔다. 서 감독은 우리 한류가 이렇게 세계적인 인기를 얻게 된 것의 근원은 무엇일까 고민했고, 그 근원을 한국이 가진 ‘흥’에서 찾았다. 그렇게 한국 전통무용 복식을 주제로 한 전시를 기획할 수 있었다.

서 감독은 “한국이 가진 에너지가 무엇일까 계속 찾다 보니, 우리 민족 곁에는 항상 춤과 노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명절이나 정월대보름 등 우리 민족이 함께 즐기는 날에는 항상 ‘흥’이 함께 했다”라며 “사실 이 ‘한복상점’ 행사에 한 번도 와보지 못한 디자이너들이 참 많은데, 이번에 한국전통무용복을 다루며 새로운 디자이너를 많이 조명했다”라고 말했다.

서 감독은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종로 3가에서 2,30년 동안 한국 전통 무용복을 섭렵한 장인, 특정 무용복마다 특화된 장인들을 만나며 다시 한번 한복디자이너들의 능력을 느껴볼 수 있었다는 소회를 밝혔다. 서 감독은 전시 소개를 하며, 각각의 한복을 디자인한 디자이너와 장인들을 불러 그들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지난 10일 열린 《2023 한복 상점》 개막식에서 서영희 예술감독이  기획전 「춤의 날개, 한복」을 설명하고 있다 ⓒ서울문화투데이 

이번 전시에는 탈춤, 풍물놀이, 검무, 한량무, 처용무, 승무, 지전무, 학연화대합설무 등의 복식이 소개됐다. 참여한 한복디자이너는 ▲김지원(모리노리) ▲백선희(예무) ▲신근철(신의상실) ▲이효수(수 무대의상실) ▲이서윤(이서윤 한복) 총 5인이다.

전시에 출품된 다양한 한국전통무용복식은 각 무용들의 특성을 담고, 특화된 아름다움을 전한다. 탈춤 복식의 경우 개별 캐릭터(소무, 노장, 취발이)의 특징을 극적으로 담고 있는 것이 눈여겨볼 지점이다. 이번에 공개된 검무 한복은 대표적인 ‘진주검무’ 복식과 더불어 단독 공연을 할 수 있는 ‘구음검무’의 복식도 선보인다. 궁중 무용 독무인 ‘춘앵무’의 의상은 한복의 겹침과 트임의 미학을 더욱 깊이 있게 느껴볼 수 있는 의상이다.

서 감독은 풍물놀이의 의상을 통해 한복 복식에서 가장 특징적인 요소로 ‘모자’를 언급했다. 서 감독은 “우리나라 한복의 의상을 보면, 모자가 없는 의상이 드물다. ‘갓’이라는 아주 특징적인 모자가 존재하고, 풍물놀이의 경우 동작에 따른 모자들이 있다”라며 “풍물놀이의 의상을 살펴보면서, 모자 아래에 달린 꽃장식에 대해 주목해봤는데, 세계의 어떤 복식을 봐도 꽃을 모자 아래에 단 경우는 드물다. 아주 독특한 우리네의 복식이라고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전시 소개 이후에는 김지원(모리노리) 대표가 기획한 패션쇼와 우리 민족의 춤과 흥을 도깨비들의 모습처럼 표현한 무용 공연이 이어졌다. 패션쇼에선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한복을 선보이며, 전통의 현대적 구현 가능성을 선보이고 한복만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선의 미학들을 드러냈다. 또한, 전통한국무용을 중심으로 한 기획전시인 만큼 몸의 유려한 동작을 드러내는 한복과 공연도 관람객의 이목을 끌었다.

▲<2023 한복디자인 프로젝트 공모전> 대상(문화체육 관광부 장관상) 수상작 윤연선(명지전문대학 패션리빙디자인과) '性 2023 한복의 형태' ⓒ서울문화투데이

한복디자이너를 향한 응원, 긍정적 미래 담아

전시 소개를 마친 서 감독 잠깐의 시간을 내 기획전시를 준비하고, 《2023 한복상점》에 참여하게 된 소회를 전했다.

서 감독은 “이번 전시와 ‘한복상점’을 통해 우리나라의 수많은 한복 디자이너 분들이 힘을 얻길 바랐다. 나는 패션을 전공했고, 단순히 우리 복식인 ‘한복’이 너무 좋아서 이런 기획을 맡아오고 있는데 항상 기획을 준비할 때마다, 서양의 것을 서양식으로 보여주는 것은 쉽지만 우리의 것을 서양식으로 보여주는 것이 참 어렵다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계속 지금 시대에서 한복을 보여주려 하다보니 이것 또한 능하게 됐는데, 지금 시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복 디자이너 분들은 이것이 정말 능하신 분들”이라며 “‘한복’이라는 우리 전통복식에 지금의 언어를 씌운다면 그 콘텐츠들은 정말 무궁무진할 것이다. ‘한복상점’은 국내에서 유일무이하게 지금 시대의 한복 트렌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장소로, 한복 디자이너와 관계자 분들이 하나라도 더 가능성을 발견하고, 디자인적 요소를 얻어가길 바란다”라는 진심 어린 응원과 애정을 드러냈다.

‘한복상점’은 한복디자이너, 브랜드와 소비자들을 직접 연결하는 유통의 장으로 그 역할을 점점 확장 시키고 있다. 간담회에서 홍 센터장은 “한복브랜드는 대부분 1인기업인 경우가 많은데, 다들 홍보와 유통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난다. 한복상점은 그런 한복 기업들의 어려움을 개선해주고자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라며 “온라인에선 텀블벅, 아이디어스를 통해 유통로를 개척하고, 올해에는 추석 명절을 기점으로 오프라인 매장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올해 《2023 한복상점》에는 전통한복이 3, 현대한복이 7의 비율로 참가했다는 것이 한복진흥센터의 설명이다. ‘한복상점’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온라인 모집 공모에 응해야 해서, 공모가 익숙치 않은 이들에겐 참여가 제한되는 것이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홍 센터장은 최대한의 대안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 센터장은 “종로3가나 광장시장 한복시장을 대상으로 소통을 하고, 또 광장시장 협의체에 진흥원의 소식과 ‘한복상점’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라며 “올해 ‘한복상점’에는 광장시장 업체 2곳도 참여하고, 추석 연휴 오프라인 행사때도 함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23 한복디자인 프로젝트 공모전> 대상 수상자 윤연선씨 ⓒ서울문화투데이

개막식에서는 <2023 한복디자인 프로젝트 공모전> 시상식도 함께 열렸다. 한복/패션분야 경력 5년 미만 예비·신진 디자이너를 대상으로 한 공모전으로 올해는 “성별의 경계를 깨뜨린 한복”을 주제로 공모했다. 총 10인의 수상자(대상 1인, 최우수상 1인, 우수상 2인, 장려상 6인)가 선정됐다. 대상에는 명지전문대학 패션리빙디자인을 전공한 윤연선씨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윤연선 수상자는 “‘젠더리스’ 한복이라고 하면 먼저 여성복을 남성복으로, 남성복을 여성복으로 전환하는 시도를 생각하곤 하는데 나는 그 성별의 정체성을 완전히 지운 의복을 만들어, 새로운 복식을 선보이고자 했다”라며 “대부분 현대적 한복에선 한복의 요소로 동정과 깃을 주요 포인트로 삼는데, 나는 동정에 셔츠 깃을 접목시켜 성별의 경계를 허물고 한복적 요소를 현대화하는 데에 힘을 실어봤다”라며 작품에 대해 설명했다.

윤 수상자는 “전문대를 졸업하고, 개인적으로 자신감이 좀 떨어져 있는 시기에 좋은 학벌을 가지신 분들 속에서 내가 수상을 할 수 있어서 정말 큰 용기를 얻게 됐다”라며 “현재는 개인 브랜드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항상 한국적 요소에 관심이 많았고 우리나라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데에 관심이 많았다. 이번 공모전을 계기 삼아 한국을 알릴 수 있는 브랜드를 꼭 만들어보고 싶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2023 한복상점》 <2023 한복디자인 프로젝트 공모전> 수상작 전시 ⓒ서울문화투데이

올해 《2023 한복상점》에는 한복의 보존과 발전을 위해 전통 복식의 교육 명맥을 잇는 단국대학교 대학원과 배화여자대학교, 한국전통문화대학교 등의 한복 교과과정과 학생들의 창작 활동을 선보이는 <교육관>도 마련됐다.

<교육관>에 참여한 배화여자대학교 학생들은 이번 참여 과정이 코로나시기에 멀어진 선후배 사이를 가깝게 만들어주는 긍정적인 효과를 전했고, 현재 우리나라에 있는 많은 한복 디자이너들을 실제로 만나볼 수 있는 자리였다고 소감을 전했다.

배화여대 참여 학생 중 한 명은 “이번에 ‘한복상점’에 참여하면서, 다른 부스들을 많이 구경할 수 있었는데, 우리 학교 졸업생 선배들이 실제로 개인 브랜드를 창업해 활동하고 있다는 것을 많이 볼 수 있었다”라며 “졸업을 하고 나의 브랜드를 창업해서 활동할 수 있다는 걸 볼 수 있어서 큰 힘이 됐다”라고 말했다.

《2023 한복상점》은 소비자와 판매자를 잇는 유통의 장의 역할 뿐만 아니라, 한복 산업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신진 디자이너들과 학생들의 좋은 배움터로도 작동하고 있었다. 서 예술감독은 한복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는 때에 국가적 차원의 도움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큰 동력이 된다며 ‘한복상점’이 지닌 의의를 다시 한번 짚었다.

▲《2023 한복 상점》에서 관람객들이 현장을 즐기고 있다 ⓒ서울문화투데이

세계로 뻗어 나가는 K-패션, 한복

폭염과 기상악화 등으로 파행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대회’의 참여자들이 한국 곳곳을 흩어지고 있는 중에, 《2023 한복상점》 역시 잼버리 대원 맞이를 준비했다. 송 센터장은 기획전의 경우 영문 설명을 따로 붙였고, 입장부터 통역 요원을 배치하는 등 외국인 관람객들이 《2023 한복상점》을 편하게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도록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2023 한복상점》에서는 한복 판매뿐만 아니라, 한복 소재나 한국의 전통무형유산을 선보이는 자리들도 마련돼 눈길을 끌었다.

<협력관>의 형식으로 무형유산의 가치를 계승해 보급하고 활용을 도모하는 한국문화재재단이 명주짜기, 지승장 등의 K-에이에스엠알(ASMR)콘텐츠를 선보이고, 국가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들이 설립해 전통공예를 이어가는 국가무형문화재기능협회가 은장도, 노리개, 갓 등 고품격 전통공예작품 11점을 전시했다.

▲《2023 한복 상점》에서 한국문화재재단의 K-에이에스엠알(ASMR)콘텐츠를 즐기고 있는 관람객들 ⓒ서울문화투데이

K-에이에스엠알(ASMR)콘텐츠는 한국문화재재단이 운영하는 문화유산채널(k-heritage.tv)에서 제작하는 콘텐츠 명칭으로 한국적인 멋이 스며있는 무형문화재의 모습과 현장의 생생한 소리를 담아 제작한 영상이다. 현장에는 영상과 함께 소리에 집중해 체험할 수 있도록 헤드폰이 설치돼 있었는데, 여러 관람객이 집중해서 콘텐츠를 즐기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올해 6회째를 맞은 ‘한복상점’은 규모가 더 확장됐을 뿐만 아니라, ‘한복’을 즐기고 있는 새로운 세대를 만날 수 있는 자리였다. 하나의 문화가 자라기 위해서는 오랜 노력이 필요함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자리이자, 앞으로 더욱 확장될 ‘한복’의 힘이 돋보인 현장이었다.

《2023 한복상점》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공식 누리집(www.kcdf.or.kr/hanbokexpo) 이나 한복상점 사무국(이메일 hanbokexpo@kcdf.kr, ☎ 02-398-1631/1634)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특히 한복을 입거나 사전 등록한 사람은 ‘2023 한복상점’에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