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리뷰] 다다즈 개인전 《How Are You Feeling Today?》 “컬렉터 아닌 ‘패밀리’”
[전시 리뷰] 다다즈 개인전 《How Are You Feeling Today?》 “컬렉터 아닌 ‘패밀리’”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3.08.16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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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G한남, 오는 18일까지
이모지 기반 신작, 54점 출품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미술을 향유하는 새로운 방법과 문화를 제안하는 작가가 등장했다. 지난해 888 NFT 프로젝트로 웹3.0 시대의 선두처럼 등장한 다다즈 작가다. 작가는 올 3월 PBG(프린트베이커리갤러리)와 전속을 맺은 후, 좀 더 본격적인 작품을 시작하고 있다. 다다즈는 예술의 전당 Art Pick에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30인에 선정되는 등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다다즈, GM!, Acrylic and UV Print on Canvas, 2023
▲다다즈, GM!, Acrylic and UV Print on Canvas, 2023 (사진=PBG 제공)

PBG한남에서 오는 18일까지 열리는 다다즈 개인전 《How Are You Feeling Today?》는 본격적으로 ‘소통’을 주제로 한 테마를 가져온다. 이번 개인전에서 그는 유니코드로 표준화된 기존 이모지 위에 다다즈의 시그니처 얼굴을 부여한 작품 54점을 출품한다. 세로로 긴 눈과 코가 다다즈의 시그니처 얼굴이다.

이모지의 구조적 특징을 차용해 가상 환경에서 기호의 의미와 소통의 의의를 탐구한 이번 전시는 이모지를 매개로 표현되는 복잡한 감정과 숨겨진 텍스트를 풀어내며 누구나 겪었을 법한 다면적인 감정들을 상기시킨다.

전시 개막일이었던 지난 8일에는 다다즈 작가의 팬들이 함께 참여하는 오프닝 파티가 열렸다. 파티 당일에 이미 많은 작품들이 판매돼, 전시장 작품 옆에는 빨간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오프닝 파티 이전에는 몇몇 다다즈 팸이 모여 이모티콘 만으로 소통하는 행사도 열렸다. 참가자들은 아무도 말을 하지 않고, 오로지 웹상에서 언어가 아닌 이모지로 자신의 감정과 일상을 소통했다. 이모지로 ‘소통’을 마주하게 한 다다즈의 이번 개인전과 연결되는 활동이었다.

▲DADAZ, Hehe, Acrylic and UV Print on Canvas, 27x27x4cm, 2023 (사진=PBG 제공)

이모지는 의사소통의 형식이라는 점에서 디지털 시대에 다다즈가 추구하는 예술관을 관통한다. 다다즈가 전유하는 이모지는 프레임 밖 관찰자의 존재를 상정함으로써 관객으로 하여금 이모지 안팎과 상호작용을 이루며 다양한 맥락에서의 스토리텔링을 가능하게 한다.

추상적 '문자'의 조형이 차갑다면, 이모지의 조형은 따뜻하다. 이것은 다다즈의 철학과도 연결되는 지점으로 볼 수 있다. 다다즈의 그림에서 찾을 수 있는 평면적인 색채와 간결한 조형적 특징은 작품을 마주하는 관객들에게 분석보다는 느낌을 추구하게 한다.

다다즈는 작가 명이지만, 작가의 프로젝트 명이기도 하다. 아무 의미가 없다는 뜻의 ‘다다이즘’에서 따왔다. 다다즈는 지난해 7월부터 자신의 사비를 들여서 주변 지인들을 시작해서 총 888명에게 NFT그림을 선물했다. 단순히 NFT그림 선물 프로젝트로 끝날 것 같았던 이 프로젝트는, 선물을 받은 사람들이 커뮤니티를 이루고 2차 창작을 하면서 더욱 확장되기 시작했다. ‘다다즈 팸’의 시작이었다.

▲지난 8일 열린  다다즈 개인전 《How Are You Feeling Today?》 오프닝 파티 현장 (사진=PBG 제공)

다다즈의 그림을 사랑하고, 그가 만들어가는 예술관을 이해하고 공유하는 컬렉터들은 다다즈의 패밀리로서, 다다즈 곁에 함께 하거나 ‘다다즈 팸’으로서 오프라인 만남도 이어갔다. 다다즈 작가는 ‘다다즈 팸’이 있었기에 자신이 지금의 자리에 있을 수 있게 됐고, 그것을 또 다시 패밀리에게 돌려주고 싶다고 말한다.

다다즈 작가를 통해 모인 다다즈 팸은 어떤 사람들일까. 작가는 ‘다다즈 팸’은 무엇이라고 정의할 수 없다고 말한다. 70대 컬렉터부터 10대 컬렉터까지 특정 연령층을 뛰어넘어 모였고, 함께 하고 있는 사람들의 직업군도 굉장히 다양하다.

다다즈 작가는 “웹을 통해 만들어진 인연들이 더 확장되길 바라고, 그러기 위해서는 오프라인의 만남이 필요하다고 느낀다”라며 “‘다다즈 팸’ 안에선 다양한 프로젝트들이 제안되고, 시도되기도 하는데, 그것들이 함께 이뤄내고 싶다”라며 다다즈 팸에 대한 애정을 표했다.

다다즈 작가와 그의 팬덤 ‘다다즈 팸’이 일으키고 있는 미술의 향유 문화는 이전과는 새로운 방식을 띠고 있는 듯 하다. 이번 개인전 신작 작업도 작가와 다다즈 팸 사이에서 피자에 얼굴을 그려 넣는 활동에서 발상이 확장돼 완성될 수 있었다. 다다즈 작가는 PBG와 전속을 맺으며 미술계에서 자신의 입지를 넓히는 동시에, 의류와 IP사업 영역에서도 다양한 확장을 선보이고 있다.

▲다다즈 개인전 《How Are You Feeling Today?》 전시 전경 (사진=PBG 제공)

갤러리는 “다다즈는 웹3.0와 웹2.0를 넘나들며 다양한 분야에서의 작품활동과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미술계에 전에 없던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한다. 2021년 NFT미술에 대한 갑작스러운 주목과 이후 불어닥친 가상자산 시장의 침체기 속에서 다다즈 작가는 웹 3.0 시대에서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으로 자신의 입지를 다져왔다. 그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