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코미술관, 《노원희: 거기 계셨군요》展 “그림으로 보는 사회의 타자”
아르코미술관, 《노원희: 거기 계셨군요》展 “그림으로 보는 사회의 타자”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3.08.22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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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1월 19일까지, 작가 화업 조망
현실인식 바탕, 사회적ㆍ개인적 인간 기록하는 시선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현실을 기록하고, 시대에 필요한 발언을 담아낸 회화를 선보여온 노원희 작가의 개인전이 열린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정병국) 아르코미술관(관장 임근혜)은 《노원희: 거기 계셨군요》를 오는 11월 19일까지 개최한다. 1980년대 회화부터 회화 신작, 대형 천 그림, 참여형 공동작업, 신문 연재소설 삽화 등 작품 95점과 함께 작가의 화업 세계를 조망할 수 있는 아카이브 자료 39점을 선보인다.

▲노원희, 거리에서, 1980, 캔버스에 유채, 60.6×72.7cm. 개인 소장 (사진=아르코 미술관 제공)
▲노원희, 거리에서, 1980, 캔버스에 유채, 60.6×72.7cm. 개인 소장 (사진=아르코 미술관 제공)

노원희는 1948년 경북 대구 출생으로 서울대학교와 동대학원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 1977년 문헌화랑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다. 1980년 소그룹 미술운동 ‘현실과 발언’의 창립동인으로 활동했으며, 1982년부터 2013년까지 부산 동의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한 바 있다. 노원희는 시대의 변천에 따른 역사 인식, 현실 인식을 토대로 개인과 집단이 만들어 낸 사회와 정치, 문화의 정황을 심리적인 풍경으로 포착하면서 우리 시대의 모습 이면을 표현해왔다.

《노원희: 거기 계셨군요》는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사회적, 개인적 차원의 인간사를 회화라는 시각언어를 통해 기록하려는 작가의 예술에 대한 지향점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다. 제1전시실에서는 노원희가 한국사회의 변화의 모습을 감지하고 그려낸 심리적 풍경의 작품이 전시된다. 그의 대표작이기도 한 <거리에서>(1980), <한길>(1980), <나무>(1982)는 당대의 현실 이면을 몽상적이고 무의식의 표현으로 그려낸 작품들이다. 또한 이번 전시에서는 산업재해를 다룬 신작을 공개한다. 작가는 그림을 통해 1980년대부터 노동자와 권력의 형상을 통해 사회적 문제에 대해 발언해왔다.

▲노원희, 말의 시작, 2015, 캔버스에 아크릴릭, 유채, 162×130.5cm
▲노원희, 말의 시작, 2015, 캔버스에 아크릴릭, 유채, 162×130.5cm (사진=아르코 미술관 제공)

제2전시실에서는 작가의 여성 서사에 대한 관심과 일상, 사적 공간에 침투하는 폭력과 억압, 나아가 인류 보편 서사에 대한 작가의 성찰을 담은 회화와 대형 천 그림을 공개한다. 대형 천 그림인 <몸 53>(2023)은 <몸>연작(2018-2019)에서 이어진 작품으로 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과 몸짓, 감정을 통해 인간사를 아우르는 파노라마를 제시한다.

▲노원희, 큰회사, 2023, 캔버스에 아크릴릭, 콜라주, 80×100cm
▲노원희, 큰회사, 2023, 캔버스에 아크릴릭, 콜라주, 80×100cm (사진=아르코 미술관 제공)

전시의 제목 “거기 계셨군요”는 작가노트에서 인용한 문장으로, 그의 그림에서 구체적인 개인을 그려내듯, 사회에서 소외된 누군가의 자리를 발견하고 말을 건네는 문장을 연상시킨다. 화가가 보낸 지난한 투쟁의 시간, 사회에 의해 고통 받은 인간의 삶에 보내는 연민들이 담긴 문장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번 전시에서 노원희의 그림을 통해 보고자 하는 사회의 타자들의 형상을 드러내고 있다.

임근혜 아르코미술관장은 “1980년도 현실과 발언 창립전이 검열로 인해 무산됐던 바로 그 장소에서 열리는 노원희 작가의 개인전은 미술관 개관 50주년을 한해 앞두고 예술과 사회의 관계를 되돌아보는 뜻깊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