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국의 광장문화]한류 확산의 등잔 밑, 주한 미군과 그들의 가족 30만 명
[김승국의 광장문화]한류 확산의 등잔 밑, 주한 미군과 그들의 가족 30만 명
  • 김승국 문화칼럼니스트/전 노원문화재단 이사장
  • 승인 2023.08.23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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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국 문화칼럼니스트/전 노원문화재단 이사장
▲김승국 문화칼럼니스트/전 노원문화재단 이사장

정부, 한류 확산을 위하여 총력을 다하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나라는 우리의 유구한 역사와 자랑스러운 문화예술을 세계 각국에 알리고, 더 나아가 한류 확산을 위해 문체부 산하에 한국관광공사와 해외문화홍보원을 콘트롤 타워로 하여 세계 30국에 35개 문화원을 세우고 적지 않은 국가 예산을 들여 적극적인 해외 홍보활동을 벌이고 있다.

각국에 있는 한국문화원들은 한국문화 관련 행사를 개최하고 문화, 예술, 관광 자료를 문화원 내에 상시 전시하고, 주재국과 한국과의 문화교류 증진에 힘쓰고 주재국 내 한국문화 관련 사업을 지원하고 자문하고 있다. 매우 잘하는 일이다. 이와는 별개로 정부에서는 한류 확산과 K-콘텐츠 개발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들여 문체부 산하기관을 통하여 각종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한류 확산의 사각지대에 버려진 주한 미군과 그의 가족들

그런데 등잔 밑이 어둡다고 했던가? 한류 확산의 심각한 사각지대가 있다. 바로 주한 미군과 그 가족들에 대한 한류 확산을 위한 지원사업은 거의 없다. 세계최강 미군은 자유와 민주의 가치를 지키기 위하여 전 세계에 대략 50여 국가, 750여 기지에 3천만 명 이상의 미국인들을 파견시키고 있다.

G7 (미국, 일본, 카나다,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태리)에도 예외 없이 미군의 기지를 운영하고 있고, 우리가 새롭게 G10 (중국, 러시아, 한국)을 뽑으면 공산국가인 중국과 러시아를 제외하면 G10 국가에 미군들이 주둔하고 있다라는 사실은 그만큼 미국이라는 나라의 위상은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G10 한국은 밖에서 보면 정말 기적과 같은 나라일 것이다. 국내 정치가 서로 대립과 갈등 상황에 있는 것을 빼놓고 생각해보면 밖에서 한국을 바라보면 정말 한국은 대단한 나라이다. 일제강점기 36년의 식민 통치에서 벗어나자마자 6.25라는 동족상잔의 전쟁으로 잿더미가 된 나라에서 굶주림과 기아에서 불과 70년 만에 세계 10위의 경제 대국이 된 것이다. 이렇게 된 데에는 우리의 피나는 노력의 결과이기는 하지만 미국과 주한미군의 역할과 도움이 없었다면 절대로 오늘날과 같은 부강한 나라가 될 수 없었으리라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현재 미국은 해외파견 미군 병력 중 독일에 6만9천 명, 일본에 4만 명에 이어 한국에는 3번째로 많은 2만8천5백 명을 주둔시키고 있다. 한반도 문제에 직접 관여하고 있는 미군 장병들의 숫자는 무려 10만여 명에 이른다. 그리고 국내 미군 장병들의 가족 숫자까지 합치면 30만 명 정도에 이른다. 국내 거주 미군 장병들은 미국 본토는 물론, 전 세계에 퍼져있는 미군기지를 대상으로 순환근무를 하고 있어서 이들이 한국의 역사와 문화예술을 정확히 이해한다면 그 파급력은 거의 무한대에 가까울 정도로 크다. 그러나 정부 차원에서 이들에 대한 문화 지원사업은 없다.

나라가 해야 할 일을 36년간 묵묵히 해온 월간지 ‘오리엔털 프레스’ 발행인 챨스 정

그러한 가운데 우리 국가가 해야 할 일을 지난 45년간 음지 속에서 묵묵히 수행한 언론매체가 있다. Oriental Press가 발행하는 월간 잡지 United on the Rok이다. Oriental Press의 발행인 챨스 정은 1978년부터 현재까지 미군들과 그 가족들을 대상으로 하는 월간 잡지와 격주간 신문, 연보 등 많은 매체를 사비를 들여 30만 명에 가까운 구독자들에게 무가지로 제공하고 있다. 

  얼마 전 지인의 소개로 챨스 정을 알게 되었는데 그가 내게 보내온 장문의 메일에 왜 그가 이 잡지를 만들어 왔는가에 대한 이유가 담겨있었는데 그에 대한 감사한 마음과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어 그의 메일 내용을 일부 소개할까 한다. 

“Oriental Press는 재벌이 될 수 있는 기회도 있었고, 다른 기업처럼 돈도 벌 수 있는 기회도 얼마든지 잡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OP(Oriental Press)는 지난 1987년부터 오늘날까지, 한눈팔지 않고 오직 한길을 걸어왔습니다.

그 이유는 누군가는 미군에게 작은 부분이라도 보답해야 한다는 선친의 유언도 있으셨지만, 본인이 어린 시절 전쟁의 참담한 과정을 보고 느끼고 뼈에 사무치도록 기억하고 있기에 사실 어렵게 이 길을 선택한 것입니다.

OP는 지금껏 단 1$도 미국 정부의 도움을 받지 않은 유일한 기업입니다. 처음부터 이 사업에 대한 Propose를 미국 정부에 낼 때부터 'NO COST CONTRACT'이라는 단어를 만들어 못 막아 놓았기에 그 후부터는 어쩔 수도 없었지만, 그러나, OP는 미군의 해외기지에서 유일한 기록을 세우고 있는 것입니다. 혹자는 OP를 비웃기도 합니다. 하지만, 비록 어렵지만, 풍전등화의 상황에서 대한민국을 구해준 미군에 대한 나름대로 은혜의 작은 보답을 하고 있다는 나름의 애국심과 자부심, 긍지로 버텨 왔습니다.

정부, 주한 미군과 그의 가족들에 대한 한류 확산 지원사업 적극 검토해야

한국은 이제 부강한 나라가 되었고, 모두가 나름대로 열심히 나라 세우기에 노력하여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국가로 성장한 위치에서 반만년의 역사 속에 찬란한 문화융성 강국의 대한민국의 참모습을 미군들에게 알려야겠다는 새로운 일을 OP가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사실, 미군들은 한국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제대로 알지 못하고 3~5년의 근무 기간을 채우고 떠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 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OP가 미군에 대한 작은 보은의 차원에서 미군 커뮤니티 지원사업(Military Community Support)을 계속하는 이유입니다.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한복판에 김치 광고도 중요하지만, 정작 이 땅에 머무는 30만 명의 미국인들에게 제대로 한국을 알린다면 경제원리로 보아도 매우 남는 장사가 될 것인데, 지금까지 한국 정부는 미군에게 매우 인색한 것이 못내 안타깝습니다.

미국 정부가 보장하는 경제집단인 미군에게 우리 문화를 알리고, 그들이 가족과 함께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직접 확인하고 전 세계에 분포된 전임지 동료들과 고향의 부모와 친지, 그리고 친구들에게 SNS를 통하여 한국의 이미지가 전달된다면 어떠한 광고매체보다도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곳이 미군 사회입니다. 

나는 대한민국의 정부와 문화정책을 다루는 공무원들에게 감히 요청합니다. 미군의 과와 공은 논외로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대한민국의 철통같은 안보의 양대 축인 국군과 미군은 오늘날 한국을 세계 경제 10위권의 국가로 올려놓은 막강한 숨은 조력자로 좀 더 따뜻한 배려 차원에서 국익에 우선하는 한미동맹에 기초하여 한미 친선으로 이어져 더욱 굳건한 안보의 초석이 될 수 있도록 이제부터 한국 정부가 미군들이 좀 더 쉽게 한국문화를 이해하고 접근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입니다.”

나는 그의 메일을 읽으면서 한국인의 한 사람으로서 참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러한 훌륭한 교포가 있다는 것이 너무도 감사했다.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고 하였다. 이제라도 정부는 주한 미군과 그 가족들에게 우리의 유구한 역사와 자랑스러운 전통문화를 정확히 알려줌으로써 한류 확산의 또 하나의 동력을 창출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해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