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창작자 입장에서의 미술진흥법 Ⅰ
[특별기고] 창작자 입장에서의 미술진흥법 Ⅰ
  • 김창겸 (사)한국미디어아트협회 이사장
  • 승인 2023.08.23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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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겸 (사)한국미디어아트협회 이사장

2023년 6월 30일 미술창작을 근간으로 유통·향유까지 아우르는 총 33조항을 담은 ‘미술진흥법“ 제정으로 미술계는 큰 변화를 맞게 되었다.

(사)한국시각예술저작권연합회는 21개 미술 단체, 기관들과의 협력을 통해 미술진흥법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중추적 역할을 수행해왔다. 지난 7월 31일 연합회는 법안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미술계 주요 인사들을 모시고 ‘미술진흥법 시행준비를 위한 미술인 의견수렴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법을 대표 입법발의한 도종환국회의원은 “다른 장르에 비해 미술은 진흥법제정이 매우 늦었다. 이제 미술은 미술인만이 알아서 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미술진흥을 위해 정책을 만들고, 책임있는 지원을 한다.”라고 했다.

미술진흥법은 미술인 모두에게 기쁜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일부 언론의 보도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미술진흥법 내용중 추급권을 문제 삼으며 “소탐대실”, ”시장위축 가능성, 불투명한 국내시장의 특성상 부담을 피하려고 거래가 음성화할 가능성, 판매비용 증가, 일부 유명작가나 작고 작가에게만 혜택이 돌아가 상대적인 박탈감, 신진 작가들의 창작 의지와 사기를 꺾는 그림의 떡“ 그외에도 수많은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그동안 많이 보아 온 가짜뉴스와 닮았다. 창작자의 입장은 무시하면서, 유명작가, 신진 작가를 갈라치기로 서로 시기하고 싸우게 만드는 내용이다. 이는 귀족노조, 비정규직 노동자의 이분법으로 갈등을 유발해 왔던 수많은 기사와 유사한데 그렇다면 유명작가가 있어 양극화가 심화된다면 스타작가 만들어지는 구조를 막아야하나? 

손흥민 선수가 체육계의 양극화를 부추겨 그만큼 못 벌 수밖에 없는 선수들은 박탈감과 사기를 꺾으니 해외클럽에서 뛰는 것을 막아야 하지 않을까? 김연아 선수도 양극화의 암적인 존재 아닌가?

그렇지 않다. 우리는 손흥민, 김연아에게 박수를 치고 그들의 키즈가 성장하는걸 기대한다.

미래의 한국미술을 이끌어갈 키즈를 기대해야지 않겠는가?

80년대의 나의 어머니처럼 “아이고 애야 미술하면 굶어 죽는다.”라는 말을 지금도 반복해야 하는가?

추급권을 반대하는 논리는 “남이 잘되면 배가 아파야 해” 라고 주장하는 듯하다. 그러나 그 이면을 보면 “이 돈은 내 것이니까 아무도 건드리지 마!” 하는 자본주의의 탐욕을 볼 수 있다.

매일경제신문 2023년 1월 20일 기사에 의하면 24년간 한국 미술경매시장 1830배 커졌다 한다. 1998~2022 미술품 경매액수가 총 2조5345억 원 거래됐다.

이렇게 성장하는 동안 언제 옥션이 “신진 작가들의 창작의지와 사기를 꺾을 수 있는 그림의 떡”임을 걱정해 신진작가에게 기금을 내놓거나, 창작자, 작품원작자에 감사의 예를 표현한 적 있는가?

그 유명한 박수근 작가, 가난한 화가 아버지를 둔 유가족에게는 어떤 이윤의 분배가 없었다. 수많은 작가들이 말년에 혹은 사망 후 이차시장에서 작품가격이 수천 배 폭등해도 우리나라에서는 생산자에게 어떠한 분배가 있을 필요가 없었다. 왜? 우리나라는 추급권을 인정하지 않았고 미술진흥법도 없었으니까.

미술진흥법이 만들어졌다. 나는 지난 20년간 미술의 법이 만들어지기를 고대했고 미술진흥법이 만들어지는 초기부터 발로 뛰었던 여러 사람 중 하나로서, 추급권 하나만 콕 집어 잘했느니, 잘못했느니 하고 싶지 않다.

2021년 세계 10위, 2022년 세계 13위의 경제 규모에서, 미술이란 장르가 성장하고 세계로 뻗어가려면, 미술진흥법이 우리 사회 속에 자리를 잡아야 한다.

작품의 위작 논쟁, 표절, 작품가격 조작은 미술시장을 붕괴시킨다. 작가에게도 작품제작의욕을 주지 않는다. 천경자 화가가 본인은 가짜라고 하는 작품이 진품으로 유통되는 것을 보다가 절필하지 않았는가?

작품은 보증서로 증명하고, 갤러리는 신고제를 택하고, 국가기관인 통합종합정보시스템으로 작품의 현 위치를 알 수 있게 하고, 국립감정원 설립, 미술진흥원 설립, 추급권이 정착되어 미술생산자 측에 수익이 돌아가면, 불투명한 국내시장의 특성이 투명하게 개선이 된다.

이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2023년부터 본격 시행하는 미술품 물납제와 함께 시너지를 받아 미술시장을 선순환 구조로 바꿀 수 있다.

신진 작가들의 창작 의지를 고취 시키려면, 추급권 예외조항인 ‘재판매가 500만 원 미만, 단기 판매, 구입 후 3년 이내 재판매 및 2천만 원 미만’의 제한을 없애면 된다.

추유선 작가의 발언처럼 “독일 같이 예술복지기금을 납부, 추급권 혜택받지 못한 작가들을 위해 기금조성”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갤러리, 옥션은 구매자의 입장만 대변하는 것이 아닌 생산자·작가를 육성해야 한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