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근의 얼씨구 한국음악과 문화]32개 대통령상이 수여되는 국악경연대회, 국악의 시대적·정신적 가치를 담고 있나?
[주재근의 얼씨구 한국음악과 문화]32개 대통령상이 수여되는 국악경연대회, 국악의 시대적·정신적 가치를 담고 있나?
  • 주재근 이화여자대학교 강사
  • 승인 2023.08.23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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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근 이화여자대학교 강사
▲주재근 이화여자대학교 강사

“우수한 국악 인재가 발굴이 되고 명인, 명창, 명무로서 등용문이 되는 국악경연대회의 순수한 목적이 유지가 되고 있는 대회는 몇 개나 될까”

“국악경연대회의 개혁과 혁신의 주체는 해당 지자체나 정치인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심사위원으로 참가하고 있는 국악전문가들이 나서야” 

국악경연대회 가운데 대통령상이 수여되는 대회는 몇 개나 될까. 무려 32개 국악경연대회에 대통령상이 수여 된다. 문화체육광광부 장관상을 수여하는 국악경연대회는 122개 대회가 있다. 다다익선(多多益善)이라기 보다는 차고 넘쳐 모자람만도 못한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할 수 있다.   

매년 문체부장관상, 국무총리상, 대통령상 수상자들이 쏟아지고, 적지 않은 예산과 행정인력, 준비 시간이 경연대회에 쏟아 부어지고 있다. 임방울국악제와 남원춘향국악대전 명창부 대통령상의 상금은 각각 5,000만원, 전주대사습놀이 판소리명창부 대통령상은 7,000만원이나 수여된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2015년 쇼팽콩쿠르에서 1위 수상 상금 3만유로와 폴로네이즈 최고 연주상 수상으로 상금 3천유로를 받았다고 한다. 국내 대회 가운데 세계적인 음악콩쿠르라 할 수 있는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의 1위 우승상금은 3,000만원이다. 세계적인 음악경연대회인 쇼팽국제피아노콩쿠르와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 등 세계적인 대회의 최고의 상금이 3,000만원~4,000만원에 비하면 국악경연대회의 상금은 대회 규모에 비하여 엄청난 액수라 할 수 있다.

경연대회의 상금 액수의 많고 적음에 따라 대회의 가치나 권위가 비례하지는 않음에도 불구하고 상금을 늘리는 것이 대회 참가자수와 대회의 질을 올린다고 여기는 것 같다. 새로운 국악 인재가 발굴이 되고 명인, 명창, 명무로서 등용문이 되는 국악경연대회의 순수한 목적이 유지가 되고 있는 대회는 몇 퍼센트나 될까 자못 궁금해 진다. 

대회 이후 남는 건 이런저런 심사에 대한 잡음과 대회 경연의 미숙함으로 인한 공정성, 투명성, 체계성에 대한 여러 문제들이 드러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이와같은 문제들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시상 지원 대회는 전문가를 대회 현장에 파견하여 현장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대회 진행 과정에서 사회적 물의를 야기하거나 진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상장지원이 불가하다고 판단될 경우 상장 지원 중단이나 폐지도 예고 하고 있다. 정부시상을 하는 대회는 당연히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관리 감독하는 것은 맞으나 대회의 질적 성장은 해당 지자체나 주체측에서 마땅히 책임지고 수행해야 할 것이다.

가야금의 ‘우륵’, ‘김창조’, ‘김죽파’, 거문고의 ‘옥보고’, 판소리의 ‘권삼득’, ‘정정렬’, ‘임방울’, ‘박록주’, ‘송만갑’, ‘박동진’, ‘김연수’, 정가의 ‘김월하’ 등 음악인을 기리는 대회의 명칭을 사용하고 있지만 경연 내용을 들여다 보면 그 명인이나 명창을 이해 할 수 있는 대회의 특징이나 차별성은 보이지 않는다.

또한, ‘군산새만금전국 판소리·무용 경연대회’와 같이 서울, 대구, 부산, 광주, 김해, 군산, 구례, 해남, 목포, 무안, 광명 고흥, 고창 등 수많은 지자체에서 대회명칭을 걸고 경연대회를 치루지만 왜 그 지자체에서 하는지도 모르고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어떤 대회는 30여년이 넘었지만 주무 부처가 바뀌거나 담당이 계속 바뀜에 따라 매년 겪는 시행착오들을 30년 넘게 겪고 있다고 한다. 가야금 대회 거의 대부분이 초등부, 학생부, 일반부 모두 예선, 본선 경연곡이 산조이다. 가야금 참가자들은 경연곡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김해, 고령, 충주, 구례, 의정부, 의령, 영암 등 아무 대회나 나가 상을 받으면 된다고 한다. 그 지역에서 왜 그 대회를 여는지는 굳이 알려고 하지도 않고 알려주지도 않는다.

인구감소와 대학 진학 필요성이 낮아지는 등 사회현상에 맞물려 지역 대학들이 고사 직전에 있는 것과 같이 지방 대학 국악과 또한 입학생이 점차적으로 줄어들고 폐과 되는 학교가 늘고 있다. 이와같은 물결은 국악경연대회도 예외는 아니어서 참가자수를 못 채워 강폐 위기에 있는 대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제 국악경연대회가 전문가들만의 전문 국악인만을 대회가 아니라 국악에 재능있는 모든 이들이 참가하여 즐기는 대회로 과감한 개혁과 혁신이 필요하다. 국악경연대회의 개혁과 혁신의 주체는 해당 지자체나 정치인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심사위원으로 참가하고 있는 국악전문가들이 나서야 할 것이다. 더 이상 대통령상의 남발로 국악의 시대적, 정신적 가치가 평가절하 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