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몸의 기억을 공간에서 소환하다”…국립현대무용단 ‘몸쓰다’
[공연리뷰]“몸의 기억을 공간에서 소환하다”…국립현대무용단 ‘몸쓰다’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3.08.25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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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애순 안무가 작품, 1년 만에 재공연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산다는 건 신비한 축복 분명한 이유가 있어. 세상에 필요없는 사람은 없어 모두. 마음을 열어요. 그리고 마주 봐요. 처음 태어난 이 별에서 사는 우리, 손 잡아요.”

▲국립현대무용단 ’몸쓰다’(2023) 공연 사진 ⓒAiden Hwang
▲국립현대무용단 ’몸쓰다’(2023) 공연 사진 ⓒAiden Hwang

재주가수 故 박성연의 목소리가 무대에 울려 퍼지면 음악에 맞춰 무용수들이 춤을 춘다. 같은 음악을 듣고 있지만 이들의 몸짓은 저마다 다르다. 누군가는 가슴을 부여잡고, 또다른 누군가는 방향을 잃은 듯 비틀대며 힘겹게 중심을 잡는다. 

이어 무대 왼쪽 뒤편에서는 한 무용수가 걸어 나오며 가쁜 숨을 들이마셨다 내뱉기를 반복한다. 거친 숨소리는 비명이 되고, 비명은 울음 그리고 웃음으로 변한다. 그가 주체하지 못하는 감정은 이내 몸으로 표출된다. 무대 중앙에 가까워질수록 무용수는 격정적인 감정의 변화를 고스란히 내보이다 이내 발을 구르며 온몸으로 자신의 감정을 외부로 분출하기에 이른다. 

국립현대무용단은 지난달 27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된 <몸쓰다>는 똑같은 24시간을 살아가지만, 서로 다른 희로애락의 곡선을 그리며 저마다의 박자대로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담았다.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을 역임했던 현대무용가 안애순의 작품 <몸쓰다>는 지난해 4월 초연 당시 무용수의 개성적이고 폭발적인 움직임과 무대 장치들의 다양한 변주, 탁월한 공간 연출로 화제를 모으며 전석 매진을 기록한 바 있다.

▲국립현대무용단 ’몸쓰다’(2023) 공연 사진 ⓒAiden Hwang
▲국립현대무용단 ’몸쓰다’(2023) 공연 사진 ⓒAiden Hwang

이 작품에서 무용수와 음악만큼 무대 장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상하 리프트와 회전 무대 등을 통해 무용수들을 분리하기도 모이게 만들기도 하며 움직임의 공간을 자유롭게 설정한다. 이는 곧 관객들이 바라볼 수 있는 시야의 폭을 무대 장치로서 제안하는 역할도 한다. 운동장처럼 너른 무대에 무용수를 홀로 세워 그에게 온전히 시선을 집중시키기도 하지만, 액자처럼 무대를 잘게 분리해 관객들의 시선을 개인의 취향에 따라 흩어지게 만들기도 한다. 

여러 요소가 동시에 무대에서 연출되면서 관객들은 다양한 해석과 감상을 즐길 수 있다. 각기 다른 움직임 속에서도 때로는 함께 군무를 펼치는 무용수들을 보며 관객들은 무질서한 듯 보여도 일정한 질서를 갖추고 움직이는 세상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공연이 끝날 때쯤 되면 감정을 모두 쏟아낸 무용수들은 옷을 벗어던지고 가벼운 몸으로 자유롭게 춤춘다. 끊임없이 움직이며 자유와 해방을 찾은 무용수들과 무대, 조명의 변주에 관객들은 덩달아 후련함을 느끼며 스스로의 자유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