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SeMA, 최은주 관장 취임 간담회 개최 “청년기에 접어들 미술관 방향 선봬”
[현장스케치] SeMA, 최은주 관장 취임 간담회 개최 “청년기에 접어들 미술관 방향 선봬”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3.08.28 17: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취임 후 4개월, 미술관 운영 점검 앞으로의 계획 밝혀
‘서울미디어시티 비엔날레’, 서소문 본관 리모델링 등 주요 이슈 다뤄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35주년을 맞은 서울시립미술관이 최은주 신임관장 취임 후 미술관을 운영, 점검하며 설계, 추진한 사업 내용들을 공유하는 간담회를 열었다. 서울시립미술관(관장 최은주)은 지난 23일 언론간담회를 개최하고, 2023년 상반기 주요 사업의 운영 성과와 2024년 미술관 운영 방향과 전시계획을 발표했다.

▲2023년 상반기 주요 사업 성과 《에드워드 호퍼 길 위에서》 관람 전경 (사진=SeMA 제공)

2023년 상반기 주요 사업 성과로 언급된 것은 서울시립미술관 ‘해외 소장품 걸작전’의 일환으로 뉴욕 휘트니미술관(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New York)과 공동 기획해 선보인 에드워드 호퍼 국내 첫 대규모 개인전이었다.

2023년 하반기 및 2024년 미술관 운영 방향과 계획으로는 ▲제12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개최 ▲서소문본관 리모델링 계획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개관 및 네트워크형 미술관 가동 ▲2024년 기관 의제 ‘연결’, 전시 의제 ‘건축’ 등을 발표했다.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개최 및 서울시립미술관 네트워크 형성

오는 9월 21일부터 11월 19일까지 열리는 제12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는 서소문본관을 비롯해 서울역사박물관, 서울로미디어캔버스, 도시의 지하 공간 여의도 SeMA 벙커, 스페이스mm과 소공 스페이스까지 총 6개 기관으로 전시공간을 확장하며, 기존 비엔날레의 네트워크를 돌보며 나아간다. 전시 공간으로 활용되는 곳은 서울의 특정 문화지형에 기반을 두고 운영되고 있는 곳이며, 12회 비엔날레는 기존 장소와 공간의 특징과 상응하며 새롭게 발현될 수 있는 작품과 개념, 방식을 연결할 계획이다.

12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는 레이첼 레이크스(Rachael Rakes)가 예술감독을 맡았으며, 《이것 역시 지도(THIS TOO, IS A MAP)》라는 주제로 다양한 형식의 작품을 통해 동시대 삶의 ‘지도 그리기’를 보여준다. 40명/팀의 작가, 25명/팀의 출판 및 프로그램 참여자가 함께하며, 비엔날레에서는 초청 작가의 기존 작품과 더불어 다수의 커미션과 신작을 소개할 예정이다. 비엔날레 전시 작품은 추상, 발췌, 그리고 변위 형태를 통해 지리적이지 않은 ‘지도 그리기’ 방식을 선보이며, 자연적이면서 사회적인 네트워킹 구조를 보여줄 것이다.

▲제12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출품작, 아니말리 도메스티치-방콕의 기회주의 생태학(2019) (사진=SeMA 제공)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은 1988년 개관해 2002년 옛 대법원 자리로 이전해 서울시의 대표적인 미술관으로 자리해왔다. 하지만, 서소문본관은 준공 이후 22년이 경과하면서 건물이 노후되고 편의시설과 수장공간, 전시공간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서울시립미술관은 서소문본관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건축 구조물을 제외한 전반적인 리모델링을 진행해 2026년 5월 리모델링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서소문본관 리모델링 사업은 지상 공간 증축 없이 광장 지하 공간 증축과 전시동 리모델링을 추진하며, 증축 규모는 총 3,000㎡로 전시동 앞마당 지하 공간을 전시장 1,000㎡, 수장고 1,200㎡, 편의시설 800㎡로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현재까지 리모델링 타당성 조사를 완료하고 서울시 투자심사와 공공건축사업 검토를 통과했다. 2023년 하반기부터는 공유재산심의(9월), 공공건축심의(10월) 절차를 걸쳐 11~12월에 설계 공모를 통해 내실 있는 설계를 완료한다는 예정이다. 리모델링 기간에도 전시동의 전시는 중단하지 않는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립미술관은 네트워크형 미술관 가동의 신호탄으로 올해 4월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를 개관했다.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는 현대미술의 중요 자료를 수집, 보존, 연구하고 전시․교육 등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국내 국공립 최초의 아카이브 전문 미술관이다. 이를 이어서 서울시립미술관은 2024년 하반기에는 서울 동북권역의 ‘서울시립 사진미술관’과 서울 서남권역의 ‘서서울미술관’을 잇달아 개관한다.

사진미술관은 한국 사진사와 사진 문화를 이끄는 동시대 사진영상 특화 미술관으로 도봉구 마들로에 개관하고, 서서울미술관은 과거 도심 공업 지대의 기억과 정보기술(IT), 패션 등 미래산업이 공존하는 서울 서남 지역 특성에 맞춰 뉴미디어, 융‧복합 예술을 포괄하는 미술관으로 자리할 것이다. 이로써 서울시립미술관은 서소문본관을 모선으로 서울 전역에 위치하는 총 10개관을 지역별 거점을 통해 유기적인 결합과 연계를 도모하게 된다.

▲2024년 개관 예정인 서울사진미술관 조감도 (사진=SeMA 제공)

한편, 서울시립미술관은 2020년부터 매년 기관의제와 전시의제를 설정해 미술관 학예연구사가 기관 의제와 전시 의제를 다각적으로 연구해, 전시를 발의하고 모든 연구사와 공유하고 연구하며 심화시키는 ‘전시기획회의’를 제도로 안착시켰다. 미술관은 의제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학예사 개인의 역량을 강화하고 분관별 전시를 학예시스템에 따라 운영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2024년 서울시립미술관의 기관 의제는 ‘연결’, 전시 의제는 ‘건축’으로 설정됐다. 기관 의제 ‘연결’은 다양한 영역의 ‘연결’을 뜻한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형성된 ‘초연결 사회’ 속 생태계 파괴의 반성적 인식으로 인간과 비인간 행위자의 네트워크를 뜻하기도 하고, 시간과 세대, 장르, 국가, 인종, 젠더를 초월해 이들이 엮는 유연한 고리의 연결을 뜻하기도 한다.

전시 의제 ‘건축’은 서울시립미술관은 리모델링 사업과 2024년 두 개의 신규 분관 개관을 앞두고 미술관의 새로운 장소성을 탐구하는 등, 건축을 둘러싼 다양한 층위의 문제를 살펴본다.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장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장 (사진=SeMA 제공)

취임 후 4개월 지난 최은주 관장 향한 질문

미술관의 주요 성과 및 앞으로의 방향성 발표가 끝난 이후에는 취재진과의 질의응답 시간이 진행됐다. 서소문본관 리모델링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과 2024년부터 좀 더 본격적으로 진행될 SeMA발 국제교류 프로그램 활성화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미술관은 서울시립미술관 자체 기획으로 개최된 한국 대표 현대미술 작가의 전시를 해외로 진출시키는 국제교류 프로그램 등을 더욱 적극적으로 시도한다는 계획이다.

이어서 한 기자는 최 관장에게 현재까지 관장이 공석 상태인 ‘대구미술관’의 상황을 언급하며, ‘대구미술관’의 이전 관장으로 느끼는 책임감 같은 것이 있느냐는 날선 질문을 던졌다.

최 관장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만 4년을 대구미술관장으로 일해 왔으며, 사퇴 전까지 최선을 다해서, 대국 미술관 프로그램 운영될 수 있도록 마무리를 해놓고 나왔다”라며 “대구미술관의 2024년 사업까지 큰 줄기는 잡혀있는 상태고, 현재도 대구미술관은 흔들림 없이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답했다. 이어 “오늘 이 자리는 서울시립미술관의 사업과 향후 방향에 대해 브리핑하는 자리로, 서울시립미술관장으로 이 자리에 서있다”라고 선을 그었다.

기자는 이어 최 관장에게 현재 대구미술관 관장 채용 논란에 대한 입장 또한 물었는데, 최 관장은 “그 지점은 대구문화예술진흥원과 신임 관장으로 채용됐던 분의 문제이기 때문에 의견을 줄 수 없을 것 같다”라고 답했다.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전하고 있는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장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전하고 있는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장 (사진=서울문화투데이)

간담회에선 2023년 상반기 주요 성과로 언급된 ‘해외 소장품 걸작선’의 일환으로 열린 에드워드 호퍼 국내 첫 대규모 개인전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기자는 ‘에드워드 호퍼’와 같은 블록버스터 급의 유료 전시가 과연 ‘공공미술관’으로서의 성과라고 할 수 있는 지를 지적했다. 민간업체와 공동 주최하며, 티켓 가격도 턱없이 비싸다는 지적이었다.

기자는 “에드워드 호퍼 전시를 4개월 간 운영했는데, 공공미술관으로서 이 기간에 한국 현대미술 작가를 위한 다른 전시를 선보이는 것이 역할이지 않았겠냐”라고 꼬집었다.

이 질문에 대해선 백기영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 운영부장이 답을 전했다. 백 부장은 언제나 공공미술관으로서의 역할과 블록버스터급 전시를 기대하는 관람객들의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면서 답을 전했다. 그는 “해외 걸작선의 경우 기존 전시예산보다 10배, 20배 이상의 금액이 들고, 실질적으로 서울시립미술관의 전시 예산은 굉장히 적은 편이다”라며 “티켓 값은 합리적인 가격으로 정하기 위해 매번 여러 번의 토론을 거치고, 대중의 의견도 받고 있다. 앞으로 계속 개선해나갈 것이며, 가장 좋은 것은 외부의 예산을 확보해 좋은 전시를 선보이는 것이라고 본다”라고 답했다.

▲서소문본관 앞 증축 리모델링 후 조감도
▲서소문본관 앞 증축 리모델링 후 조감도 (사진=SeMA 제공)

키아프, 프리즈 등 국제적인 아트 마켓을 앞두고 서울시립미술관 35주년을 맞아 ‘서울’의 시립미술관으로써의 역할과 방향을 공유한 자리였다. 최 관장은 간담회 자리를 마무리 하며 이제 서울시립미술관은 성장기를 벗어나 ‘청년기’에 들어서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여태껏 미술관이 추구해 온 기관 의제 시스템을 더욱 공고히 하며, 서울시립미술관의 10개 분관 네트워크를 완성할 시점을 앞두고 있다. 서울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 가능성을 더욱 키울 수 있는 기관으로 미술관이 자리하고, 앞으로의 30년을 상상해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