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2023 청주공예비엔날레》 개막, “미래를 위한 ‘사물의 지도’ 펼치다”
[현장스케치] 《2023 청주공예비엔날레》 개막, “미래를 위한 ‘사물의 지도’ 펼치다”
  • 이지완 기자/ 김바울 사진기자
  • 승인 2023.09.01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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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문화제조창, 오는 10월 15일까지 45일간
강재영 예술감독 “우리가 맞이할 새로운 문명의 지도”
개막식서 비엔날레 주인공인 작가 좌석 무대 옆으로 배치, 아쉬움 남아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김바울 사진기자] 1999년 시작해 올해로 13회를 맞은 청주공예비엔날레가 막을 올렸다. 팬데믹을 넘어, 갑작스레 다가온 기술의 진보 속에서 ‘공예’만이 가지고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사랑과 공존의 시각으로 진중하게 탐색하는 비엔날레다.

▲《2023 청주공예비엔날레》 본 전시실 전경 (사진=청주공예비엔날레 조직위 제공)

일주일여 이어지던 비 소식이 멎은 지난 31일 《2023 청주공예비엔날레》가 문화제조창 야외광장에서 개막식을 열고 45일간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2023 청주공예비엔날레》에는 세계 57개국 251 작가ㆍ팀의 작품 3,000여 점이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다.

올해의 주제는 “사물의 지도-공예, 세상을 잇고, 만들고, 사랑하라”로, 팬데믹을 겪으면서 인류가 직면한 위기와 문명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인간을 위한 물건을 만드는 것을 넘어 공예가 나아가야 할 미래 지형도를 그린다.

▲도의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하고 있고, 참가자들 바라보고 있다. 좌석은 (왼쪽부터) 지사와 도의원석,시의원석 , 참가 작가 좌석 이다. ⓒ김바울 사진기자
▲도의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하고 있고, 참가자들 바라보고 있다. 좌석은 (왼쪽부터) 지사와 도의원석,시의원석 , 참가 작가 좌석 이다. ⓒ김바울 사진기자

비엔날레 주인공은 누구인지, 작가 좌석 무대 옆으로 밀려나

31일 열린 개막식에는 조직위원장 이범석 청주시장, 김영환 충청북도지사, 황영호 충청북도의회장, 조길연 충청남도의회장, 청주 시의원 등이 참석했으며 장동광 한국공예ㆍ디자인문화진흥원장, 김수정 서울공예박물관장 등 문화예술 관계자들이 다수 참석했다.

젊은 도시의 느낌이 가득한 청주인만큼 개막식에는 다수의 시민과 본전시 참여작가, 공모전 수상 작가들이 자리했다. 다만, 비엔날레의 주인공이어야 할 공예 작가들의 좌석이 무대 사이드로 배치돼 이번 비엔날레에 진정 누가 함께하고 있는지 의문스러웠다.

비엔날레의 주인공이 돼야 할 작가와 현장 직원들이 무대 양옆으로 밀려나고, 무대 중앙 좌석에는 이범석 청주시장과 김영환 충청북도지사를 비롯해, 충청도의원과 청주시의원들이 자리했다. 또한, 비엔날레 현장을 같이 만든 비엔날레 조직위의 좌석도 무대 사이드로 마련돼, 비엔날레의 주인공이 돼야 할 이들이 주목받고 있지 못한 것 같았다.

▲참여 작가들이 무대사각지대에서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김바울 사진기자
▲참여 작가들이 무대사각지대에서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김바울 사진기자

미래를 위한 반성, 세계를 잇는 ‘공예’ 역할

개막식은 식전공연을 시작으로 강재영 예술감독의 전시 설명, 이범석 청주시장의 인사말, 주요 인사의 축사, 개막식의 백미인 ‘2023 청주국제공예공모전 시상식’ 등으로 채워졌다.

강 예술감독은 팬데믹 이후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우리의 세계를 언급하며 “사물의 지도-공예, 세상을 잇고, 만들고, 사랑하라”라는 주제가 가지고 있는 의미를 설명했다. 강 예술감독은 “플라스틱의 발명으로 획일화된 세상 속, 자동화나 인공지능까지 등장한 세상 속에서 ‘공예’는 위협받고 있을 수도 있지만, 동시에 새로운 기술을 맞이하고 새로운 재료를 만나면서 공예의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것 같기도 하다”라며 “이번 비엔날레에서 공예로 그리는 ‘사물의 지도’는 공예를 통한 반성, 우리의 미래를 위한 상상, 우리가 맞이할 새로운 문명의 지도가 될 것이다”라며 이번 비엔날레의 지향점을 드러냈다.

▲개막식 전 전시투어를 앞두고 강재영 예술감독이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서울문화투데이
▲개막식 전 전시투어를 앞두고 강재영 예술감독이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서울문화투데이

이어서 이번 비엔날레 조직위원장인 이범석 청주시장은 비엔날레가 개최되는 ‘문화제조창’의 역사를 언급하며, 세계와 연결될 수 있는 하나의 콘텐츠로 ‘공예’를 언급했다. 이 시장은 “청주는 15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직지의 본고장이자 기록문화유산을 지닌 도시로, 지금 시대에서 다시 한번 세계를 하나로 아우를 수 있는 공통의 문화가 무엇일까 고민했고 ‘공예’에서 답을 찾았다”라며 “‘공예’는 인간의 손끝에서 만들어진 본연의 예술로, 청주공예비엔날레는 1999년 첫발을 내디뎌 세계 공예트렌드를 선도해왔다. 올해 비엔날레 주제인 ‘사물의 지도’는 공예로 지구촌을 하나로 만들 것이며, 기술 대전과 기후 위기 속 공예의 역할이 무엇인지 찾는 자리가 될 것이다”라고 《2023 청주공예비엔날레》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2023 청주공예비엔날레》 본 전시실 아리 바유아지 작가 전시 전경(사진=청주공예비엔날레 조직위 제공)

‘2023 청주국제공예공모전’ 대상, 고혜정 <The wishes(소원들)>

올해 ‘청주국제공예공모전’에는 총 54개국 862명이 참여했으며, 개막식과 함께 치러진 시상식에는 103명의 파이널리스트 가운데 16인이 참석해 수상의 영광을 나눴다. 올해 공모전은 총 상금 1억 4,300만원으로 역대급 규모로 치러졌다.

▲《2023 청주공예비엔날레》 청주국제공예공모전시장, 대상작 고혜정 작가 <The wishes(소원들)> ⓒ서울문화투데이 

작품공모 부문 대상은 고혜정 작가가 수상했다. 대상작 <The wishes(소원들)>는 3,000여개에 달하는 민들레 꽃씨 모양 금속 유닛을 이어붙이는 반복적이면서도 수행적인 작업으로 넉넉한 형태의 항아리를 빚어 올린 작품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판도라 상자’가 사실은 항아리의 모습이었다는 것에서 발상을 얻어, 마지막까지 상자 안에 담겨 있던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고 작가는 “매 순간 매초 불어넣은 간절한 소망과 소원들이 금속임에도 온기를 품게 한 원동력”이라며 “자연의 온기를 머금은 나의 작업이 관람객에게 치유의 시간과 더 나은 삶을 찾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2023 청주국제공예공모전 대상을 수상한 고혜정 작가 (사진=청주공예비엔날레 조직위 제공)

1946년부터 전국에 판매하던 담배를 제조하던 연초제조창공장이 2004년 폐쇄 후 2021년 문화제조창으로 재탄생했다. 문화제조창에서 펼쳐지는 《2023 청주공예비엔날레》는 “사물의 지도-공예, 세상을 잇고, 만들고, 사랑하라”라는 주제의 본 전시와 초대국가 스페인 전시 《Soul+Matter》, 2023 청주국제공예공모전시 등으로 이뤄져 있다. 비엔날레는 공간이 지닌 역사를 이해하고, 문화와 인간이 가진 힘이 무엇인지 ‘공예’로 선보이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