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공예박물관, 특별전 《공예 다이얼로그(Dialogue)》 “공예-현대예술 어우러짐”
서울공예박물관, 특별전 《공예 다이얼로그(Dialogue)》 “공예-현대예술 어우러짐”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3.09.08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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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기획전시실, 오는 11월 12일까지
공예작가X미술작가 등의 협업 3팀 작업 공개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서울공예박물관이 미술로 서울이 물드는 키아프ㆍ프리즈 주간과 서울아트위크를 맞아 공예와 예술의 협연을 선보인다. 서울공예박물관(관장 김수정)은 오는 11월 12일까지 특별전 《공예 다이얼로그(Dialogue)》 전시를 개최한다.

▲《공예 다이얼로그》전 ‘금박, 빛을 새기다’ 전시 전경 (사진=서울공예박물관 제공)

이번 전시는 금박, 분청, 채화 3개 분야에서 사물의 탐구를 통해 공예의 조형적 확장을 모색하는 6인(팀)의 작품을 소개한다. 장연순×김기호(금박), 이강효×김혜련(분청), 황수로×궁중채화서울랩(채화)이 이번 전시에 참여한다.

《공예 다이얼로그》전은 전승 장인과 현대공예 작가는 물론 화가와 문화기획자 등 다양한 층위에서 공예 작업을 하는 작가들과의 대화를 시도한다. 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펼쳐지는 이번 전시는 총 세 가지 공간으로 구분돼, 각각의 공예와의 교류의 장을 선보인다.

‘분청, 산수를 담다’ 섹션에선 옹기와 분청 기법을 결합해 작업하는 이강효와 분청의 문양을 탐구하는 김혜련의 작품이 함께 공개된다. 이강효와 김혜련은 분청을 이용해 각각 <분청산수>와 <예술과 암호-분청> 연작을 제작했다.

김 작가는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국내외 유적지와 박물관을 답사하며 문양을 탐구해왔다. 그 시간들이 씨줄과 날줄처럼 엮이고, 15세기 분청에서 터졌다고 느낀다”라며 “이젤을 놓고 그리는 서양화는 투쟁적 회화라면, 동양화는 작가가 캔버스 안으로 들어가 우주의 한조각이 돼서 움직이는 듯한 수용적 감각을 전한다. 그 과정 속에서 도기에 표현된 회화적 필치를 표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라고 자신의 작품에 대해 설명했다.

이 작가는 사람 키를 넘는 대형 옹기 표면에 사물놀이 가락에 맞춰 화장토와 산화철을 흩뿌리고 쏟아붓는 <분청 퍼포먼스>로도 해외에 잘 알려진 도예가다. 이 작가는 분청이 회화성이 강한 기법이라고 말한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 마음에 떠오르는 자연의 형상인 산, 바람, 물 등을 거대한 산수 기형을 표현한 도자를 전시한다.

▲8일 개막식의 분청 퍼포먼스를 위해 이강효 도예가가 서울공예박물관에서 도예를 하고 있다 ⓒ서울문화투데이

‘금박, 빛을 새기다’ 섹션에선 현대 섬유예술가 장연순과 국가무형문화재 금박장 보유자 김기호의 작품이 시너지를 내며 관람객을 맞이한다. 장연순은 <중심에 이르는 길Ⅲ>이라는 작품을, 김기호는 <천상열차분야지도> 연작을 선보인다. 이들은 각각 산업용 테플론 메시와 전통 직물에 금박을 입혀 그들이 추구하는 고유한 정신적 질서를 기하학적 도형과 천문으로 형상화한다.

마지막 세 번째 공간은 ‘채화, 꽃을 피우다’라는 주제로 국가무형문화재 궁중채화 보유자 황수로와 궁중채화의 현대화를 모색하는 궁중채화서울랩의 작품이 공개된다. 황수로의 <홍벽도화준(紅碧桃花樽)>과 이것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신수목(神樹木)>을 소개한다.

궁중채화서울랩은 국가무형문화재 궁중채화 이수자 최성우가 궁중채화의 현대적 확장을 실험하기 위해 만든 연구소다. 최 이수자는 “‘궁중채화’라는 200년 전의 언어를 동시대 언어로 발전시키는 것이 지금의 역할이라고 봤다”라며 “궁중채화는 궁중 행사때 사용한 비단 꽃으로, 기능적인 역할과 자연을 훼손시키지 않겠다는 의식적 뜻이 함께 담겨있다”라고 설명했다.

▲《공예 다이얼로그》전 ‘채화, 꽃을 피우다’ 전시 전경 (사진=서울공예박물관 제공)

이번 전시를 함께 준비한 한국전통문화대학 최공호 교수는 “궁중채화는 ‘가짜 꽃’이라고만 정의할 수 없다. 현대의 조화는 대게 진짜 닮아가려는 데에 목적을 두고 있지만, 궁중채화는 진짜 꽃을 넘어서, 꽃이 생장하고 있는 생명의 질서에 닿아가려고 하는 데에 목적을 두고 있다”라며 “궁중 행사용 꽃을 만드는 것에서 나아가, 나비와 벌, 봉황과 새들을 함께 선보이며 나라의 태평성대를 기원하고 하나의 생명의 질서를 만들고자 한 것이 궁중채화다”라며 궁중채화의 가치를 설명했다.

박물관은 각각의 공예분야를 영원불멸의 빛을 새기는 ‘금박’, 산수를 담아내는 화폭으로서의 ‘분청’, 피어나는 생명을 상징하는 ‘채화’라고 정의한다. 공예는 단순히 아름다움을 넘어, 우리의 삶을 은유하고 있기도 하다. 같은 공간 안에서 전통공예와 현대의 예술이 어우러지는 것은 경계를 넘어 새로운 확장성을 제안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