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그래도 나아졌다” 2회째 맞은 키아프ㆍ프리즈 서울
[현장스케치] “그래도 나아졌다” 2회째 맞은 키아프ㆍ프리즈 서울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3.09.11 1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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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아프 10일, 프리즈 9일까지…대규모 아트페어 막 내려
차분해진 프리즈, 기획력 돋보인 키아프
77억 원 대 쿠사마 야요이 작품 거래, 국내 젊은 작가도 흥행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세계적인 갤러리들의 안목과 미술 시장의 지금을 파악해볼 수도 있었던 제22회 키아프 서울(Kiaf SEOUL)과 제2회 프리즈 서울(FRIEZE SEOUL)이 지난 6일부터 각각 10일, 9일까지 성대한 페어를 열고, 폐막을 알렸다.

▲Kiaf SEOUL 2023. Photos by Kiaf SEOUL Operating committee. Courtesy of Kiaf SEOUL.
▲Kiaf SEOUL 2023. Photos by Kiaf SEOUL Operating committee. Courtesy of Kiaf SEOUL.

올해 Kiaf SEOUL에는 총 20개국 210개 갤러리가 참가했으며, VIP 오프닝과 일반 입장을 포함해 5일간 총 8만 명 이상의 방문객을 맞이했다. 누적 방문 기록을 제외한 실제 방문객 수로 집계한 것으로, 작년 대비 약 15% 증가한 수치라고 밝혔다. 제2회 프리즈 서울에도 약 7만 명이상의 방문객이 찾았다.

키아프 서울과 프리즈 서울이 5년이라는 장기적 여정을 시작한 지 벌써 2년이 됐다. 첫 발을 내딛었던 1회 차에서 어떤 지점들이 성장되고 변화했을지 많은 이목이 쏠린 자리였다. 올해도 작년에 이어 페어 공동 티켓을 판매하고 공동 VIP 오프닝 날을 기획하는 운영 체계 구축을 위한 여러 노력을 함께 했다.

▲Frieze Seoul 2023 현장 (사진=프리즈 서울 제공)
▲Frieze Seoul 2023 현장 (사진=프리즈 서울 제공)

활기 찾은 미술 시장 모습 보여

올해 키아프와 프리즈는 성공적인 매출을 기록했다고 알렸다. VIP 오프닝 당일부터 판매완료를 알리는 붉은 스티커들이 작품 옆에 붙었고, 키아프에 참가한 일부 갤러리는 연일 작품이 매진돼 행사 개막 전 작품을 교체하느라 분주하기도 했다.

고가의 작품 판매 소식도 속속 들렸다. 프리즈의 경우 100만 달러(약 13억 원)를 상회하는 작품들 판매 소식을 알렸다. 타데우스 로팍(Thaddaeus Ropac)은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작품을 120만 달러(약 16억 원), 그리고 다니엘 리히터의 작품 두 점을 각각 37만5천 달러(약 5억원)에 판매했다. 데이비드 즈워너는 마마 앤더스과 캐서린 번하드, 로즈 와일리의 작품을 25만~55만달러(약 3억3370만~7억34만원)에, 구사마 야요이의 그림을 580만달러(약 77억원)에 판매했다.

▲Frieze Seoul 2023 학고재 부스, 관람객이 변월룡 작품을 보고 있다 ⓒ서울문화투데이

프리즈에 참여한 국내 갤러리의 실적도 돋보였다. 국제갤러리가 박서보의 작품을 49만~59만 달러(6억5000만~7억8700만원)에, 하종현의 작품을 22만3000~26만8000달러(약 2억9770만~3억5778만원)에 판매했고, 갤러리현대는 이성자 작가의 작품 2점을 각각 40만 달러 ~ 45만 달러 대(약 5억3400만~6억75만원)에 판매하는 등 다수의 주요 판매 실적을 올렸다. 학고재 갤러리는 변월룡 및 하인두 작가의 작품을 각각 1억에 판매하는 등 상당한 판매고를 기록했다.

상대적으로 키아프는 판매금액 자체가 프리즈에 비해 적지만, 그래도 안정적인 판매고를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갤러리현대는 라이언 갠더(Ryan Gander)의 실험적인 단독 부스를 꾸려, 그의 대형 캔버스 작품 3점을 모두 1억 원대에 판매했고, 학고재 갤러리도 정영주, 김현식, 김재용의 작품을 다수 판매했으며, 특히 정영주 작가의 그림이 큰 인기를 끌었다고 알려졌다. 갤러리위는 허필석의 100호 작품 4점이 모두 솔드아웃 됐고, 샘터화랑도 박서보의 3,4억 원대 작품과 천리주(Chen Lizhu)의 작품이 판매되는 호조를 보였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에브리데이몬데이, 이아, 갤러리 스탠, 디스위켄드룸도 좋은 성과를 거뒀다.

▲Frieze Seoul 2023 현장 (사진=프리즈 서울 제공)

차분해진 프리즈, 기획력 돋보인 키아프

‘기회냐, 위기냐’, ‘키아프가 죽 쒀서 프리즈 갖다 주는 것 아니냐’라는 등 키아프ㆍ프리즈 공동개최를 두고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드러났다. 결과적으로 키아프를 지켜본 한국 미술계에서는 “그래도 지난해보다는 나아졌다”라는 평이 주류를 이뤘다. 또한, 프리즈 역시 한국 미술시장을 파악하고 이에 맞는 규모로 갤러리들이 페어를 꾸린 것이 특징이다.

프리즈는 지난해에 비해 한국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는 부스들도 돋보였다. 엔데믹 이후 중국ㆍ일본ㆍ홍콩 등 아시아 컬렉터들도 많이 찾은 현장인 것이 특징이다. 또한, 아시아 미술에 대한 주목도도 높아졌다는 평가다. 아시아의 숨겨진 갤러리를 주목하거나, 한국 미술을 선보이는 특별 행사 등도 마련됐다.

VIP오프닝 날 프리즈는 파트너쉽을 체결한 게티와 함께 한국의 비주얼 리서치 밴드인 ‘이끼바위쿠르르’의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이끼바위쿠르르는 제주 하도 해녀 합창단의 ‘제주 아리랑’과 ‘해녀 물질 나간다’라는 노래를 담은 영상 작업 <해초이야기>(2022)를 확장해, 현장에서 관객과 상호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이끼바위쿠르르는 바다를 좀 더 감각적으로 접근하기 위해서 페어 현장에서 ‘바다의 맛(Flavor of the Sea)’이라는 퍼포먼스로 해초로 만든 묵 시식행사를 열고, 관람객들이 기억하고 직접 그리는 해초 그림을 수집했다. 현장에서는 ‘묵’을 처음 시식해보는 다양한 해외관람객들의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지난 6일 프리즈 서울에서 열린 이끼바위쿠르르의 퍼포먼스 현장 ⓒ서울문화투데이

또한 프리즈의 공식 헤드라인 파트너인 LG OLED가 환기재단과 함께 선보인 《서울, 여기서 다시 만나다》 특별전도 많은 이들의 이목을 끌었다. 김환기의 작품이 디지털 아트로 구현되는 현장을 관람객이 함께 즐기고, 김환기 작품을 만난다는 점에서 많은 관람객들이 현장에 오래 머물렀다.

올해 키아프는 젊고, 역동적인 아트페어를 선보이는 데에 많은 힘을 실었다. VIP오프닝 당일에 3층 프리즈 개최 공간에 비해 1층 키아프 구역은 많이 한산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오후 5시 이후부터는 키아프에도 인파가 몰리기 시작했다. 세계의 컬렉터가 모여 북적이는 프리즈에 비해 키아프는 한산한 모습이었지만, 실속있는 네트워킹이 진행되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또한 지난해에 세텍에서 열었던 키아프 플러스를 코엑스로 가지고 오면서, 국내 중견 갤러리와 신생 갤러리들의 흐름도 함께 느껴볼 수 있었다.

국내 갤러리의 경우 최근 아트페어를 자주 찾고 있는 젊은 컬렉터들의 니즈를 반영해, 단색화나 유명작가 작품 이외에도 떠오르고 있는 젊은 작가들을 선보인 것도 특징이다. 실제로 키아프 서울에서는 젊은 작가와 갤러리의 작품 판매가 크게 늘었다.

▲키아프 특별전 박래현과 박생광 《그대로의 색깔 고향》전경 ⓒ서울문화투데이

키아프의 경우 한국 미술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보여주고자 기획한 특별전도 돋보였다. 박래현과 박생광 《그대로의 색깔 고향》 특별전은 한국의 채색화를 선보이는 자리로, 한국 미술이 가진 하나의 힘을 알렸다. 그리고 미디어아트 특별전 《Gray Box Area : 사건으로서의 공간》도 한국 미술의 지금과 미래를 알리는 자리가 됐다. 매일 2명의 미디어 작가를 페어가 열리는 날마다 새롭게 선보였다. 고휘, 무니페리, 문준용, 스튜디오 아텍, 신기운, 이이남, 이예승, 장승효, 최성록과 (사)한국미디어아트협회 소속의 작가 그룹을 포함한 총 10팀의 작품이 공개됐다.

VIP오프닝 날 작품을 선보인 이예승 작가는 아트페어 자리에서 ‘미디어 작품’을 선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남다른 소회를 전했다. 이 작가는 “아트페어라는 상업적인 행사에서 상업과는 거리가 먼 미디어아트 작가들이 초청됐다는 점에서 놀라움을 느꼈다”라며 “예술은 사람이 살고 있는 지금과 미래를 사유하는 담론을 끊임없이 던지고 있는데, 기술의 발전으로 미디어가 익숙해진 관람자들이 어쩌면 기술의 발전에 있어서 가장 보수적일 것 같은 아트페어의 영역의 흐름을 바꿔놓았다는 생각이 든다. 초청됐을 때 굉장히 행복했고, 상생과 좀 더 나은 변화의 길을 나아가게 됐다고 느꼈다”라고 말했다.

이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상생과 조화라는 동양철학적 사상을 기반으로, 현재 우리가 마주 할 수 있는 여러 층위의 세상을 표현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정중동(靜中動) 동중동(動中動)>(2021), <다중 감각 차원 P-8, P-8>(2022) 등이다.

▲키아프 미디어아트 특별전 《Gray Box Area : 사건으로서의 공간》 이예승 작가 출품작 ⓒ서울문화투데이

지난해의 경험 속에서 키아프와 프리즈의 페어 공동 개최는 조금 능숙한 모습을 보여뒀다. 프리즈는 좀 더 효율적인 관람 동선을 제안했고, 키아프는 젊음과 활기를 앞세워 새로운 옷을 갖춰 입었다. 팬데믹 이후 침체된 경제 상황 속 미술 시장의 침체도 우려했지만, 걱정했던 시장의 하락세는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던 것으로 평가된다. 물론 갤러리 별 기획력과 안목에 있어서 보완할 지점이 있다는 지적도 동시에 들린다. 5년의 공동개최 계약을 맺은 키아프와 프리즈, 또 내년의 성장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