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신의 장터이야기 72] 한(恨) 많은 세월을 살아낸 장터엄마들
[정영신의 장터이야기 72] 한(恨) 많은 세월을 살아낸 장터엄마들
  • 정영신
  • 승인 2023.09.12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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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신의 장터이야기 72

 

2011 제주민속장 할머니장터 Ⓒ정영신
2011 제주민속장 할머니장터 Ⓒ정영신

우리 엄마들은 자신을 돌보기보다

묵묵하게 자식을 응원하며 한걸음 한걸음 나아 간다.

자식을 응원하는 순박하고 소탈한

우리 어머니의 숭고함이 한()이 아닐까.

장터에서 어머니들의 한()은 선한 영향력으로

공동체를 만들어 따뜻한 정()으로 승화된다.

장터는 어머니의 힘이 함축되어 있으며,

그들의 모든 감정과 정서가 한으로 응축되어 있다.

장터는 어머니들에게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정체성과 안정감을 규정한다,

나아가 자신을 외부로 지향시키는 출발점이다.

 

현대사회는 쉬지 않고 변해간다.

하지만 그들은 물질문명과 산업사회,

인간이 만든 제도나 이념이 무엇인지 모른다.

그들은 이웃과 흙과 더불어 오순도순 살아갈 뿐이다.

문명의 수용도 거부하고, 자연과 사람들과 호흡을 같이 한다.

장터는 그들만의 공동 사회로 생명이 살아있는 곳이다.

그들은 장터에서 물건을 사고팔지만 원망하거나

남을 탓하지 않고 묵묵히 자기 길을 걸어간다.

 

장터사람들은 한을 승화시킬 줄 아는 힘이 있다.

지금도 장터 곳곳에서 들리는 소리에서

영화 서편제에 나오는 대사를 생각한다.

이년아, 가슴에 저미는 한()이 있어야 소리가 되는 벱이여

장터 엄마들 삶 속에도 한()이 녹아있다.

세상에 한()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