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국의 광장문화]국악 해외 진출, 지금이 기회이다
[김승국의 광장문화]국악 해외 진출, 지금이 기회이다
  • 김승국 문화칼럼니스트/전 노원문화재단 이사장
  • 승인 2023.09.13 10: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승국 문화칼럼니스트/전 노원문화재단 이사장
▲김승국 문화칼럼니스트/전 노원문화재단 이사장

K-culture의 약진으로 우리나라의 위상과 호감도 높아져 

세계적인 아이돌 그룹 ‘BTS’, 걸그룹 ‘블랙핑크’, ‘싸이’ 등 K-pop의 약진, ‘오징어 게임’ 등 K-drama의 성공, ‘기생충’ 등 K-movie의 성공으로 일컬어지는 K-contents 즉 K-culture의 약진으로 우리나라의 위상과 호감도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예전에는 외국에 나가서 어느 나라 사람이냐는 질문을 받아 한국인이라고 대답하면, 한국이 어디에 붙은 나라인지도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 넘었고, 그나마 한국에 대해서 조금 아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남한이냐 북한이냐를 다시 묻는 일이 많았다. 그런 반응에는 그들이 우리나라를 6.25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사는 지지리도 못사는 나라 한국을 연상하고 있었음을 묻지 않아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런 한국이 문화적으로 앞서 있는 나라, 세계적인 아이돌 그룹과 걸그룹을 배출한 나라, 세계 1위의 흥행물 영화나 드라마를 만든 나라로 그들 앞에 등장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조금 더 관심을 가져보니 IT 반도체 산업의 선두주자인 삼성전자가 한국 기업이라는 것, 현대 자동차를 만들어내는 나라가 한국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프랑스의 수도 파리를 다녀온 사람들의 말을 전해 들으면 파리 시내에 한식당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는 것이다. 예전 같으면 한식당을 한국 유학생들이나 한국 교민들이 주로 이용했는데, 요즘은 프랑스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 되었다는 말이다. 

K-Culture의 약진이 한국 수출산업의 이미지 제고에 기여

프랑스 국내 대학의 한국어과는 그 어느 나라의 어학과보다 인기가 높아 한국어과 응시에 떨어진 학생들이 2지망인 일본어과나 중국어과로 배정되는 일은 이제는 흔한 일이 되어버렸다. 비록 본인은 일본어과나 중국어과에 배정되었지만, 독학으로 한국어를 배워 한국어 몇 마디 정도는 다하게 되었다. 한국을 알고 싶고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늘어났다. 이것은 비단 프랑스만의 현상은 아니고 유럽 대다수의 나라들도 대등소이하다. 

이렇게 한국 문화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이 큰 지금이 국악 예술인과 예술 단체의 해외 진출의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판소리, 민요, 국악기 등 각 분야를 대표하는 국악인들이 꾸준하게 해외 공연을 펼쳤지만, 대중적인 관심을 끌어내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환경이 달라졌다.

예술인들이나 예술 단체의 해외 공연의 성공이 역으로 국내의 관객들에게 더욱 큰 호응을 얻어 다시 국내로 돌아와 성공한 사례는 무수히 많다. 예를 들어 2020년 국악 밴드 ‘이날치’와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가 한국관광공사와 협업해 만든 ‘범 내려온다’가 유튜브를 타고 당시에 5억 뷰 이상을 기록하면서 세계적인 화제를 불러일으켜 우리 국악의 세계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 바 있다. 그리고 해외 아티스트들과의 협연으로 스펙트럼을 꾸준히 넓혀간 타악그룹 ‘김주홍과 노름마치’, 이희문, 추다혜 같은 인기 보컬을 생산한 민요 록밴드 ‘씽씽’, 국악에 기반을 둔 독창적인 선율로 유럽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블랙스트링’, 거문고, 피리, 태평소 등으로 록을 연주하면서 독창적인 음악을 구사하여 성공한 퓨전 국악 밴드 ‘잠비나이’ 등 국악에 현대 음악의 색채를 가미한 국악 공연예술단체들의 해외 현지에서의 공연 성공은 그 가능성을 충분히 확인해준 좋은 사례이다. 

프랑스 등 유럽 각국, 한국의 전통예술 공연에 대한 목마름 커

얼마 전 프랑스에서 문화 관련 공직 생활하다 돌아온 문화계 인사와 만난 적이 있었다. 그는 “유럽 사람들이 좋아하는 국악 장르는 판소리, 가곡, 가사, 시조, 시나위 합주, 산조, 민요, 승무, 태평무, 살풀이춤 등 다양하며 우리의 전통예술 공연에 대한 목마름이 크다.”라고 하면서, 프랑스 곳곳에서 국악 공연을 유치하고 싶어 하는 곳이 많으며, 현지 연주자들은 국악 연주자들과 콜라보 연주를 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한국 국악인들을 초청하기 위해서는 항공료 및 체재비에 대한 부담이 커 쉽게 유치하지 못하고 프랑스 국내에 있는 국악 연주자를 찾아보지만, 그것이 그리 쉽지 않으며, 어렵게 현지 국악 연주자를 만난다고 하더라도 음악적 역량이 부족한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었다.

K-culture의 성공으로 우리나라 문화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이 커져 그만큼 우리 국악의 진출 공간이 넓어진 것은 분명하다. 다른 곳은 몰라도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오스트리아 등 선진국이 몰려있는 서유럽에서는 우리 국악의 수요가 많다. 우리나라에서 유럽으로 일회성 방문 공연을 하는 것보다, 차라리 유럽 현지에 체류하면서 현지의 수요에 바로 응답하는 것을 진지하게 생각해볼 때다. 

국악 해외 진출, 지금이 도전의 기회

그것이 초청 측의 처지에서 항공료나 체재비가 들지 않아 초청하기가 부담이 없어 좋고, 연주자나 연주단체의 처지에서도 신속히 수요에 대응할 수 있어 좋을 것이다. 유럽은 국내와 달리 EU라는 경제 공동체로 구성되어 있어서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스페인, 포루투칼, 이태리, 오스트리아 등 공연예술 네트워크가 원활하여 순회 공연하기가 좋고, 현지 연주자들과 콜라보 연주 및 공연의 기회를 많이 만들 수 있어 좋을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좁은 공연예술시장에서 악전고투하기보다는, 어디서 밥 세 끼는 못 먹을까 하는 모진 마음을 먹고 용감하게 해외로 나가 그곳에 체류하면서 현지 한국문화원이나 현지 외국인 연주자들과 협업하며 공연시장을 개척해보는 것은 어떨까? 도전 정신이란 이럴 때 쓰는 말이다. 이참에 용기를 내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