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립미술관, 2023 국제특별전 '이주하는 인간_호모 미그라티오' 개최
제주도립미술관, 2023 국제특별전 '이주하는 인간_호모 미그라티오' 개최
  • 오형석 기자
  • 승인 2023.09.13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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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부터 도립미술관, 돌문화공원, 항공우주박물관, 국제평화센터서 전시
백남준 작 '거북' 1993(자료 제공=제주도립미술관)

[서울문화투데이 제주= 오형석 기자] 이주 문제를 다양한 예술작품으로 풀어내는 자리가 마련된다.

제주특별자치도 제주도립미술관(관장 이나연)은 2023 국제특별전 '프로젝트 제주' '이주하는 인간_호모 미그라티오'를 오는 19일부터 11월 26일까지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특별전은 2021년 시작된 프로젝트 제주의 두 번째 전시다. 도립미술관이 주관하는 ‘프로젝트 제주’는 국제적인 흐름 안에서 제주미술을 진단하고, 향후 제주미술 발전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시작됐다.

전시 주제인 '이주하는 인간_호모 미그라티오'는 이주와 생존에 관한 이야기로, 현대사회에서 잦은 이주를 경험한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온갖 위기로 넘치는 시대에 인류 생존의 대안을 제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역사적·문화적·생태적·우발적 이주 등 4개의 섹션으로 이주를 재해석해 다채롭게 펼쳐낸다.

박정근 작, 입도조 2023(자료 제공=제주도립미술관) 

역사적 이주에서는 △고닥✕요하네스 말파티 △오봉준✕사라 오-목크 △이지유 △청영 △클라라 청이 역사적인 배경 속에서 불가피하게 이주해야 했던 다양한 삶을 살피며 이주의 서사를 재현한다.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찾아 정착한 이주민들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문화적 이주에서는 △곽선경 △박정근 △배효정✕케이트 배 △양화선✕넷 △현우민이 다양한 문화의 맥락 안에서 이주, 정착, 거주의 과정을 축적하며 혼성의 삶을 영위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생태적 이주에서는 △김옥선 △마르코 바로티 △아키 이노마타 △양숙현✕캇 오스틴 △이유진✕루앙삭 아누왓위몬이 이주는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의 본능임을 이야기하며 생태적 이주를 통해 기후위기의 대안을 모색한다.

예술이 매체를 이동시키며 탄생한 예술적 생명체를 다룬 우발적 이주에서는 △박지현 △백남준 △새미 리✕엠제이 하딩 △지용호 △최우람이 이주의 개념을 물리적·한정적인 의미에서 탈피해 폭넓게 사유할 기회를 마련한다.

전시는 제주도립미술관을 중심으로 제주돌문화공원, 제주항공우주박물관, 제주국제평화센터를 경유하며 총 4개의 전시관에서 펼쳐진다. 도내외 작가와 9개국 작가 20개 팀(27명)이 협업해 신작을 제작하고 회화, 사진, 영상 미디어, 설치, 복합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 70여 점을 공개한다.

2023 프로젝트 제주 '이주하는 인간-호모 미그라티오'의 주제관인 도립미술관에서는 총 15팀(20명)의 작가가 국내외 현대미술의 흐름 속 다양한 이주의 모습을 다룬다. 이번 전시는 한국 출신 작가와 해외 작가의 협업으로 마련됐다. 이미 형성된 팀은 드물고, 대부분 ‘이주’라는 주제에 맞춰 이 전시를 위해 함께했다. 프로젝트 제주의 협업 과정이 작가들에게 새로운 작업방식이자, 새로운 작품으로 이동하는 계기가 된다.

이번 전시는 제주돌문화공원이 추구하는 환경적 가치에 맞춰 작품을 구성했다. 양숙현과 캇 오스틴은 돌문화공원 속 전시공간인 오백장군갤러리에 한라산의 식생을 영상과 소리를 통해서 생경하게 구현한다. 우리 주변에 있지만 조금은 낯선 제주의 자연이 소재로 쓰였다. 지용호는 버려진 타이어를 재사용해 동물 형상을 만든다. 야외공간에는 지용호의 '사자' 두 마리가 오백장군을 상징하는 거대한 돌들 가운데에 놓여 공격적인 자세를 취한다. 웅장한 돌의 모양과 달리 오백장군 전설은 어머니를 잃은 슬픈 이야기다. 맹수의 이면을 표현하는 '사자'의 투명한 눈빛이 오백장군을 투영한다.

아키 오노미타(자료 제공=제주도립미술관)

제주항공우주박물관에는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생중계 쇼 '굿모닝 미스터 오웰'을 기획한 백남준의 작품이 소개된다. 백남준은 텔레비전을 예술의 재료로 적극 활용한 비디오아트의 창시자이자, 예술의 차원에서 우주로 도약한 선구자다. 그는 기술로 상징되는 서구의 합리적 세계관 속에서도 동양의 정신적 가치를 놓치지 않았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은 '거북'으로, 제주에서 백남준의 대형 작품을 관람하는 흔치 않은 기회다.

청영과 클라라 청은 국제평화센터 기획전시실에 혼란스러운 홍콩의 정치적 상황 속 자신들의 처지를 반영한 작품을 소개한다. 새미 리와 엠제이 하딩은 제주의 오름과 전통 음악을 바탕으로 동적인 파형을 탐구해 기획전시실에 영상설치를 선보인다. 지용호는 폐타이어를 재료로 공상 과학 영화에 등장할 것 같은 돌연변이 동물을 만들어 전시장 입구를 지키도록 했다. 자유와 평화를 향한 바람, 제주의 신비로운 자연과 문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혼돈이 이곳 제주국제평화센터에서 조화롭게 펼쳐진다.

또한 19일부터 제주도립미술관 프로젝트 제주 누리집을 통해 온라인으로도 볼 수 있다. 문의는 제주도립미술관 프로젝트 제주 운영 사무국으로 하면 된다.

한편 이나연 제주도립미술관장은 "더 나은 환경을 찾아 인류는 끊임없이 이주해 온 역사가 있다"며 "현재의 기후위기의 대안도 이주가 될 수 있다. 이번 전시가 이주의 의미를 다시 묻고 새롭게 읽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