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조의 초정보화 시대의 문화예술 경영론] ‘그놈’들을 어찌하리?
[조기조의 초정보화 시대의 문화예술 경영론] ‘그놈’들을 어찌하리?
  • 조기조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장, 경남대학교 명예교수, 경영학 박사
  • 승인 2023.09.13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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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조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장, 경남대학교 명예교수, 경영학 박사

영화감독 박희곤은 중고거래 사기 범죄를 다룬 특집, '그놈'을 보고 이 영화를 기획하게 되었단다. 늑대같이 얄밉게 굴며 성가시게 구는 불한당 ‘그놈’들을 잡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이라 쉽게 공감하게 된다. 어둡고 습기 찬 곳에서 잘 자라는 곰팡이처럼, 이런 범죄는 사라지지 않는다.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스스로 단속을 해야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가? 영화제목의 영어 ‘target’은 타겟으로 더 익었고 심지어 ‘타게트’가 격해진 ‘타케트’도 통한다. 그래서 제목을 표적이나 과녁보다는 ‘타깃’ 아닌 ‘타겟’이라 한 모양이다. 국궁을 쏘는 활터에는 멀리 145미터 떨어진 곳에 과녁이 있고 화살이 과녁에 잘 맞으면 ‘관중이오!’ 하고 깃발로 동그라미를 그려 알렸다. 활쏘기에는 과녁이라야 어울리겠다. 그러면 특정한 사람은 표적(標的)이 더 어울리지 않는가?

인테리어 회사에서 현장을 챙기는 '장수현'은 부모와 떨어져 혼자 산다. 이사를 하고는 중고로 세탁기를 구매하였는데, 고장 난 세탁기를 받고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월급의 10%가 넘는 돈, 40만원을 사기당하고 그냥 넘어갈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배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참기 어렵다. 내가 기꺼이 준 것이 아니고 나를 바보로 만들고 사기를 쳤으니 복수를 해야 하는 것 아니겠나. 판매자, ‘그놈’의 문자 스타일을 보고 찾아내는데 성공한 '수현'은 그놈의 게시글마다 사기꾼이라는 댓글을 달아 거래를 방해한다. 고소하다. 그런데 사건은 그만하라는 그놈의 경고를 무시하고 일어난 일들이다. 범인이 앙심을 품고 보복을 시작한 것이다. 가녀린(?) 피해자 수현이 당하는 것을 보고, 안됐다는 동정심과 묘한 애정이 생겨났는지 직장의 상사인 실장과 경찰인 형사 팀장도 끌려든다.

나는 손해를 보고 말지라도 이런 싸움을 하고 싶지 않다. 소중한 시간을 그런 일로 허비하고 싶지 않아서다. 시간만 낭비하고 무얼 하자는 건가? 0팡이라는 사이트에 물건을 구매하고 대금을 지불했는데, 무얼 얼마나 샀는지 적어두지 않으니 물건이 와도 맞는지를 모르겠다. 안 와도 잘 모른다. 주문한 대로 오지 않으면 반품하고 시정을 요구하는 것이 까다롭고 불편하다. 그림이 번드레해서 샀는데 온 것이 딴 판인 때에는 차라리 동네 슈퍼로 갈 걸 싶기도 하다. 판매자는 박리다매를 하고 싶겠지만 대부분 싼 게 비지떡이다. 어찌 밑지고 팔겠는가?

출산을 앞두고 새 것 같은 유모차를 발견한 딸이 돈만 날렸다. 누가 봐도 속아 넘어갈 만한 방법으로 요구해서 돈을 먼저 보낸 것이다. 불룩한 배로 경찰서를 찾아 신고하고는 억울해하며 돈을 찾으려 방법을 궁리하는데 그러지 말고 포기하라고 했다. 사기꾼이 그리 쉽게 잡히겠는가? 중개 사이트에는 에스크로(escrow)라는 것이 있어야 하고, 대부분 있다. 제 3자인 사이트(플랫폼)가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 거래대금을 받아두고 구매자가 물건을 받아 이상 없고 구매의사를 밝힐 때 대금이 판매자에게로 전달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이 있지만 잘 안하는 것 같다. 두 당사자 간에 직접 거래를 하면 이런 사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중고거래 사기뿐 아니라 도처에 '그 놈'들

 

보복이 시작되어 '수현'에게는 정체 모를 전화가 오고, 주문한 적 없는 음식이 줄줄이 배달된다. 한밤중에 히죽거리며 찾아오는 얼빠진 남자들까지 소름 끼치는 일들이 연이어 벌어진다. 개인 정보는 쉽게 얻을 수 있는 모양이다. 사생활보호법은 정직한 사람들에게만 불편하다. 수현의 정보를 거의 다 입수한 그놈은 설치고 다닌다. 집안에도 침입한 흔적이 보인다. CCTV를 달아야 했다. 서서히 괴롭히니 모든 일상이 파괴되기 시작한다. 사태가 악화되자 드디어 본격적인 수사가 진행되고, '주형사'와 중고거래 판매자의 집을 찾아간 '수현'은 그곳에서 시체를 발견하고는 기겁을 한다. 경찰을 보내 수현을 보호하지만 틈을 노린 그놈이 공격을 한다.

중고거래는 정말 필요하다. 버리느니 조금이라도 받고 파는 것. 새것은 비싸니 기능 좋은 중고를 사서 쓰면 얼마나 경제적인가? 새 자동차를 3년마다 바꾸어 타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늘 중고차를 사서 타는 사람도 있다. 다들 형편과 사정 따라 사는 것이다. 살다보면 짐이 늘게 된다. 이사 갈 때면 상당히 버릴 수밖에 없다. 이게 다 중고 아닌가? 그런데 정직해야 장이 유지되고 거래가 이루어진다. 중고차 매장에는 할머니가 교회 갈 때만 탄 차 아닌 게 어디 있겠나? 더러는 중고일수록 더 귀하고 비싼 것도 있다. 희소성 때문이다.

중고거래 사이트인 0근마켓을 몇 번 이용했다. 내가 아끼던 좋은 물건을 싸게 처분한 일이 있기에 그런 물건을 찾으려 한 것이다. 가장 거래하기 쉬운 것은 브랜드가 명확한 단품이다. 새로 사는 가격을 알 수 있고 새것 같은 물건을 얼마나 싸게 살 수 있는가가 답이다. 내가 좋은 물건이지만 더 이상 필요가 없어 거저 주듯이, 버리는 대신에 싸게 가져가라는 물건이 있기에 필요하면 이용하고 있다. 그러다가 이제 그만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독버섯 같은 사기꾼들이 사기로 먹고 산다. 사자나 하이에나가 배고플 때마다 한두 마리의 들짐승을 잡아먹고 살듯이 그렇게 사기 쳐서 먹고 사는 그놈들이 많다. 순한 양들이 늑대 같은 이 꾼들을 어찌 대적하겠는가?

피싱(Phising)은 개인정보(Private data)와 낚시(Fishing)​의 합성어로 개인 통장에 보관된 현금을 꼬드겨서 계좌이체 방식으로 그놈들의 대포통장으로 송금 받아 가로채는 범죄다. 꼬드기는 수법이 너무 다양하고 발전해서 알면서도 속는다. 이제 금융기관에서 계좌이체를 막거나 규제하니 현금을 찾아 건네받는다. 피싱을 전화로 하면 보이스피싱, 문자메시지(SMS)를 이용하면 스미싱(Smishing), QR 코드를 통해 악성 사이트로 이동하게 하거나 악성 앱을 다운로드하도록 유도하면 큐싱(Qshing)이고 이처럼 컴퓨터나 스마트폰에 악성코드를 심게 하는 것을 ​파밍(Pharming)이라 한다. 006으로 시작하는 국제 전화가 수시로 오지만 아예 받지 않는다. 모르는 번호의 전화도 받지 않는다. 사정이 있으면 자신을 밝히고 문자를 하겠지 싶어서다.

중고거래 사기뿐만 아니라 도처에 '그놈'들이 ‘수두룩빽빽’하다. 신상정보는 쉽게 털리고, 매일 수십 통의 주식하라는 문자는 두더지 잡기 같아 차단하다가 포기하고 만다. 미국에는 아주 오래 전부터 ‘걸지마라(do not call)’ 라는 DB에 내 번호를 등록하면 광고성 전화를 차단하는 제도가 있다. 우리도 좋은 방법이 없을까? 의원님들 전화기에는 광고나 사기 전화가 안 오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