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청주공예비엔날레》 ‘공예’ 담론의 장을 열다, 해외인사 참여 서밋 개최
《2023 청주공예비엔날레》 ‘공예’ 담론의 장을 열다, 해외인사 참여 서밋 개최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3.09.14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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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크라프트 서밋 1’ 개최, 오는 21일 2회 차 예정
‘사물의 지도’ 중심으로, ‘공예’ 중심 다양한 가치ㆍ연구 나눠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2023 청주공예비엔날레》의 주제 “사물의 지도-공예, 세상을 잇고, 만들고, 사랑하라”가 지니고 있는 공예적 가치와 철학을 공예계 인사들의 시각으로 해석하고 나누는 자리가 열렸다. 《2023 청주공예비엔날레》의 학술 행사로 지난 6일 치러진 <크라프트 서밋 1>이다.

▲<크라프트 서밋 1>에서 발표하고 있는 강재영 예술감독 (사진=청주공예비엔날레 조직위 제공)

지난 6일 문화제조창 동부창고 38동에서 열린 <크라프트 서밋 1>에는 세계 각국의 정상급 큐레이터와 작가, 디자이너 등 공예관련 전문가들이 모여, 올해 비엔날레의 주제인 “사물의 지도”를 두고 열띤 담론의 장을 벌였다.

서밋에는 강재영 2023 청주공예비엔날레 예술감독을 비롯해 동경예대 아키모토 유지 명예교수, 루쉰 미술대학 구츠나 미와 교수, 독립큐레이터 왕 이웬, 이번 비엔날레 본전시에 참여 중인 스튜디오 더스 댓의 케빈 루프, 역시 본전시 참여작가인 서도식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등이 참석했다.

약 3시간 여 진행된 서밋은 기조 연설, 주제발제, 주제발표, 사례연구 등으로 구성됐다. 세계 각국의 공예 전문가들은 본인들이 맡은 분야를 본인들의 시각으로 해석하고 연구해 공예에 대한 지금의 담론을 넓혔다. 비엔날레 조직위 측은 이번 서밋을 ‘글로벌 공예도시 청주가 마련한 이름 그대로 공예분야의 정상회담’이라고 칭했다.

▲<크라프트 서밋 1>에서 발표하고 있는 아키모토 유지 교수 (사진=청주공예비엔날레 조직위 제공)

‘공예’ 장르가 지니고 있는 가치에 집중

기조연설을 맡은 아키모토 유지 동경예대 교수는 <공예는 어디로 가는가?>라는 제목으로 자신이 기획해 2021년과 2022년 개최한 ‘GO FOR KOUGEI’를 사례로 ‘공예에서 전개한 예술’에 대한 생각을 피력했다. 일반적으로 공예적인 것의 본질은 ‘소재와 기술’이라 여긴다고 짚은 그는 장인정신으로 대변되는 ‘뛰어난 기술’과 반대 의미의 ‘서투름’으로 양분되는 판에 박힌 가치 축을 해체해야 공예를 현대예술의 마이너 혹은 하위 분류로 평가하는 계층의식이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는 공예를 축으로 예술 전반을 말하게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유지 교수는 “공예와 예술, 둘 사이에 걸친 장르 문제와 계층 문제는 흥미롭다. 어째서 다른 것으로 계속 존재하는가? 또한, 어째서 계층이 생겨나는가? 이 질문은 공예라는 장르를 뛰어넘어 일본의 근대미술의 방식을 묻는 것이며, 또한, 오늘날 세계의 미술을 지탱하는 서양에서 시작된 미술을 의심하고, 비평하는 일이기도 하다”라고 말한다. 즉 공예와 예술을 양분하는 현재의 시각은 서양에서 시작된 현대미술의 흐름과 다르거나, 그것을 해체시키는 일과 같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어서 강재영 2023 청주공예비엔날레 예술감독의 <사물의 지도-공예, 세상을 잇고, 만들고, 사랑하라>라는 제목의 주제 발제가 이어졌다. 강 감독은 ‘공예’가 인류의 가장 근원적이고 오래된 ‘지적설계’라고 설명하며, ‘공예’에 있는 ‘특별한 힘’을 주목했다. 그 결과가 이번 《2023 청주공예비엔날레》의 본 전시였다. 그는 공예가 인류의 가장 오래된 ‘지적설계’이자 ‘문명의 역사’라고 봤다.

‘사물의 지도’는 단순히 공예 재료로 지금 현재에 그려진 지도가 아니라, ‘사물이 어디에서 와서 , 어떤 관계항을 만들며,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라는 지금 시대가 마주하고 있는 큰 주제와 질문에 대한 답이 될 것이라고 강 감독은 본 것이다. 이에 따라 강 감독은 인간의 영향력이 더 윤리적으로 작동하는 세상, 인간의 노동, 기술, 공동체에 대한 새로운 대안으로 공예의 미래를 그려본다. ▲생명사랑의 공예 ▲바이오플라스틱 공예 ▲디지털 공예 ▲업사이클링 공예를 섹션으로 구성해 선보이고 있음을 말했다.

▲<크라프트 서밋 1>을 경청하고 있는 참석자들 (사진=청주공예비엔날레 조직위 제공)

공예의 미학, 창작, 가능성…다양한 영역에 대해

주제발표는 루쉰미술대학 구츠나 미와 교수의 <아시아 현대 공예에서 미니멀리즘의 근원>, 이번 본전시 참여작가인 서도식 작가의 <감 이야기>, 스튜디오 더스 댓의 케빈 루프의 <폐기물이란 무엇인가?>로 구성됐다.

미와 교수는 동아시아 근대미술을 전공한 입장에서 보면 공예적 요소를 중요한 요소로 받아들인 현대 미술작품에 특히 여백이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백자’에 대해서, ‘백자’의 흰색은 중국, 한국, 일본으로 전파됐는데, 그릇의 특성으로서 사람들의 생활 속에서 그 지역이나 민족의 독자적인 미의식을 반영하며 발전해 온 상징적 공예품이라고 설명했다. 미와 교수는‘여백’에 주목한 현대미술의 흐름을 언급하며, 한중일 삼국의 작가들도 간략히 소개 했다. 결론적으로 미와 교수는 여백이 바로 동아시아의 보편적인 가치고 아시아 현대공예의 미니멀리즘의 시작이라고 되짚었다.

본 전시 참여 작가로 이번 비엔날레에 함께 하고 있는 서도식 작가, 케빈 루프 작가는 창작의 영역의 공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서도식 작가는 작품을 창작하는 발상의 과정, 작품의 내용을 구성하는 작가의 내면세계 등을 얘기했고, 케빈 루프 작가는 급격한 환경ㆍ기후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지금 시대에서 메이커(창작자)로서 할 수 있는 행동과 실천을 얘기했다.

서밋에선 주제발제, 발표 이외에도 사례연구 발표 가 있었다. 왕 이웬 독립큐레이터는 200년 이상의 도자기 제조 역사를 가진 대만 잉거, 싼샤 지구 예술도시를 사례로 공예 중심의 도시 계획과 지역사회 개발이 이룬 성과를 들려줬다. 이는 공예비엔날레를 열어오고 있는 청주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한 의미 있는 지표가 되는 시간이었다.

이번 서밋을 준비한 청주공예비엔날레 조직위는 “3시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이어진 공예 정상회담에도 발제자들은 물론 참여한 관람객까지 흐트러짐 없는 집중력과 진지함으로 임했다”라며 “공예비엔날레 학술 프로그램의 위상과 필요성을 입증되는 순간이었다”라며 서밋의 의의를 전했다.

▲<크라프트 서밋 1>행사 현장 (사진=청주공예비엔날레 조직위 제공)

한편, 《2023 청주공예비엔날레》의 크라프트 서밋은 계속 이어진다. 오는 21일 오후 1시 문화제조창 본관 5층 공연장에서 두 번째 담론의 장을 준비한다. <크라프트 서밋 2>의 주제는 “Next 문화도시, 유네스코 창의도시를 향해”다. 배용 초대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케빈 머레이 세계공예가협회 부회장, 토시오 오히 일본 문화청 장관 자문위원 등이 참석해 공예로 지역을 살린 도시들의 사례 연구를 통해 문화도시 청주의 발전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서밋에는 공예 전문가부터 일반 시민까지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비엔날레 공식 홈페이지(www.okcj.org) 또는 온라인 접수링크(https://linktr.ee/craft_biennale2023), 현장 접수 모두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