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광주박물관, 고故 허민수 기증 특별전 개최…대중 미공개 작품 4점 전시
국립광주박물관, 고故 허민수 기증 특별전 개최…대중 미공개 작품 4점 전시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3.09.15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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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 허련 가문 후손 고故 허민수 소장품
석농 김광국 수집작 《석농화원》 실체 확인할 수 있는 자리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한 사람이 오랫동안 품고 아꼈던 작품들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국립광주박물관은 15일부터 12월 10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고故 허민수 기증 특별전 《애중愛重, 아끼고 사랑한 그림 이야기》를 개최한다.

▲김진규
▲김진규  <묵매도墨梅圖>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이번 전시는 국립광주박물관이 지난 3월 미국에서 기증받은 조선 후기 공개 서화 4건 12점으로부터 시작했다. 이 작품들은 미국인 게일 허Gail Ellis Huh 여사(85세)의 소장품으로, 시아버지 고故 허민수許敏洙(1897~1972) 선생이 아들 내외에게 준 선물이었다.

허민수 선생은 전남 진도 출신의 은행가이자 호남화단의 거장 소치 허련許鍊(1808∼1893) 가문의 후손이다. 며느리 게일 허 여사는 시아버지 허민수 선생의 고향인 진도와 가까운 박물관에 존경하는 시아버지 이름으로 작품을 기증했다.

박물관은 게일 허 여사의 뜻깊은 기증을 기리기 위해 기획된 전시로, 고 허민수 기증 서화와 관련 작품 총 46건 83점을 모아 함께 선보인다.

▲석농화원 필사본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석농화원 필사본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 만한 작품으로는 17세기 문인 서화가 죽천竹泉 김진규金鎭圭(1658~1716)의 <묵매도墨梅圖>가 있다. 조선 중기 문기 넘치는 수묵 화조도의 양식을 따른 이 작품은 기증과정에서 조선 후기 최고 서화 수장가 석농石農 김광국金光國이 수집한 《석농화원石農畫苑》의 수록 작품임이 밝혀졌다. 기록으로만 전하던 《석농화원》권 1의 수록 작품이 새롭게 발견된 것이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김진규의 <묵매도> 기증을 계기로 현재 흩어져 전하는 《석농화원》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2013년 세상에 알려져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던 《석농화원》 필사본을 최초로 대중에 공개하고, 현재 50여 점이 전하는 《석농화원》 수록 작품 중 총 15점의 서화를 한자리에 모아 전시했다. 특히 조선 중기 서화가 창강滄江 조속趙涑(1595~1668)의 <묵매도>를 비롯한 미공개 개인 소장 작품 4점 등이 포함돼 관심을 끈다.

전시는 며느리 게일 허 여사가 스토리텔러가 돼 세 가지 주제로 이끌어간다. 첫 번째 ‘소치 허련과 동초 허민수, 그리고 의재 허백련’에서는 소치 가문의 후손인 기증자 동초 허민수 선생과 집안의 주요 작품들을 소개한다. 이번 기증품에는 소치 허련의 작품 2점이 포함돼 있다. 두 번째 ‘새로운 <동파입극도>의 발견’은 기증작 신명연申命衍(1808∼1886)의 <동파선생입극도東坡先生笠屐圖>를 조명하는 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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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련 <송도 대련>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세 번째 주제 ‘그림을 보는 탁월한 눈, 김광국의 《석농화원》’에서는 이번 기증으로 세상에 처음 공개되는 김진규의 <묵매도>와 《석농화원》 속 작품 15점을 감상할 수 있다. 마지막 에필로그 ‘11,500km의 여정’에서는 2022년부터 2023년 3월까지,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한국 국립광주박물관까지 11,500km 기증과정을 영상으로 소개한다.

이번 전시 제목은 김진규의 <묵매도>에 석농 김광국이 적은 “소중히 아껴 소홀히 여기지 말라(애중무홀愛重毋忽)”는 문구를 인용했다. 김광국의 당부처럼 허민수 일가에서 오랜 시간 아끼고 사랑했던 그림들이 긴 여정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온 것을 기념하며, 그 마음이 이번 전시를 찾는 이들에게도 전해지길 바라는 박물관의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