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가나아트나인원, 엘리자베스 슈바이거 개인전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간절함”
[전시] 가나아트나인원, 엘리자베스 슈바이거 개인전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간절함”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3.09.15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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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sing Shadows》展, 10월 9일까지
맷 블랙 큐레이터 협업, 엘리자베스 슈바이거 아시아 첫 선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브루클린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작가 엘리자베스 슈바이거(Elizabeth Schwaiger, b.1985-)의 개인전이 개최된다. 가나아트는 서울시 용산구에 자리하고 있는 가나아트 나인원에서 엘리자베스 슈바이거 개인전 《Pressing Shadows》를 선보인다. 오는 10월 9일까지 개최되며, 슈바이거의 평면 작품 15점을 공개한다.

▲Without Pause, 2023, Acrylic and ink on canvas, 213.4 x 193 cm, 84 x 76 in ©Elizabeth Schwaiger. Courtesy of the artist and Nicola Vassell Gallery
▲Pressing Shadows, 2023, Acrylic on panel, 30.5 x 22.9 cm, 12 x 9 in ©Elizabeth Schwaiger. Courtesy of the artist and Nicola Vassell Gallery (사진=가나아트 제공)

엘리자베스 슈바이거는 미국의 노스 텍사스 대학에서 학사, 스코틀랜드의 글래스고 미술대학에서 석사를 취득한 뒤, 브루클린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슈바이거는 Nicola Vassell Gallery(뉴욕), Jane Lombard Gallery(뉴욕), The National Portrait Gallery(런던), Co-Lab Projects(오스틴) 등 다수의 기관에서 개최된 개인전 및 단체전을 통해 소개된 바 있다.

이번 전시는 큐레이터 맷 블랙(Matt Black)과의 협업으로 마련됐으며, 슈바이거의 작품을 아시아에서 처음 선보이는 자리다.

▲The Mean Reds, 2022, Watercolor, acrylic, ink, and oil on canvas, 198.1 x 193 cm, 78 x 76 in
▲The Mean Reds, 2022, Watercolor, acrylic, ink, and oil on canvas, 198.1 x 193 cm, 78 x 76 in ©Elizabeth Schwaiger. Courtesy of the artist and Nicola Vassell Gallery (사진=가나아트 제공)

슈바이거는 슈바이거는 사회생태학, 기묘한 것들(the uncanny), 권력의 격차 등에 주된 관심사를 둔 리서치를 기반으로 해수면 상승, 지구 온난화 등 현대사회가 직면한 주요 문제에 대한 탐구를 지속해왔다. 이를 기반으로 작가는 마치 재난이 발생한 이후의 실내 공간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회화를 그려왔다. 외부세계로부터 피난처의 역할을 하는 내부 공간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현함으로써 현시대가 마주한 위협을 시각화한 것이다.

이번 전시의 제목인 《Pressing Shadows》는 동명의 출품작의 제목에서 따온 것인 동시에 그의 작업이 작동하는 역학관계를 그대로 보여주는 표현이다. 그의 회화에서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듯, “Pressing Shadows”는 작가가 평면에 구축해낸 세계에 서서히 다가오는 어둠을 의미하는 것이자 수많은 문화들이 붕괴하기 직전의 암울함을 암시하는 것으로도 해석 가능하다. 본 전시의 출품작에서 우리는 작가가 세밀하게 채취한 어느 문명의 편린이 화면에 압착되어 남긴 듯 한 흔적을 목도하게 된다.

▲Without Pause, 2023, Acrylic and ink on canvas, 213.4 x 193 cm, 84 x 76 in
▲Without Pause, 2023, Acrylic and ink on canvas, 213.4 x 193 cm, 84 x 76 in ©Elizabeth Schwaiger. Courtesy of the artist and Nicola Vassell Gallery (사진=가나아트 제공)

슈바이거는 아크릴, 유화, 잉크 등의 다채로운 재료를 한 화면에 뒤섞어 표현한다. 이를 통해 작가가 그리는 내부 공간은 다층적으로 파편화된다. 불길이 번지거나 물에 잠긴 것처럼 강렬한 색채로 뒤덮인 화면은 문화의 흔적으로 가득 찬 공간에 재앙이 다가오는 듯한 긴장감을 감돌게 한다. 작품 전체에 걸쳐 선이 번지거나 흘러내리는 느낌의 붓질은 작품 속 공간에 시간성을 부여하면서, 흐르는 시간 속에서 계속되는 변화에 대처하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들려는 자들의 간절함에서 비롯된 정신적 공간을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