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려받은 역사의 공간서 펼쳐지는, 안젤름 키퍼 국내 첫 개인전 《가을 Herbst》
물려받은 역사의 공간서 펼쳐지는, 안젤름 키퍼 국내 첫 개인전 《가을 Herbst》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3.09.1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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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복합문화공간 ‘헤레디움’서, 내년 1월 31일까지
구 동양척식주식회사 대전지점 공간서, 현대미술 거장 작품 만나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안젤름 키퍼(Anselm Kiefer)의 국내 첫 미술관 전시 《가을 Herbst》가 열리고 있다. 대전 동구 인동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헤레디움(HEREDIUM)’에서 지난 8일 시작해 내년 1월 31일까지 관람객을 만난다.

▲. 안젤름 키퍼 작품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사진=헤레디움 제공)

이번 전시는 ‘2023 프리즈(Frieze Seoul)’와 타데우스 로팍 갤러리와의 협업으로 진행됐다. 키퍼가 국내에 최초로 선보이는 작품을 포함해 총 18점으로 구성된 국내 역대 최대 규모의 미술관 전시다.

전시 작가인 안젤름 키퍼는 역사, 문화, 신화적 소재에서 촉발한 다층적인 주제를 예술로 표현하며 현존하는 현대미술 ‘최고의 거장’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2007년, 생존 작가 중 두 번째로 루브르 박물관에 작품을 영구 설치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특히, 2022년 제59회 베니스 비엔날레에서는 베네치아 건국 1,600주년 기념행사로 베네치아 두칼레 궁전 내 단독 전시를 진행해 화제를 모았다.

작가는 다층적 주제만큼이나 다양한 매체를 이용해 혼합하고 축적하며 다시 제작함으로써 형식적 발전을 꾸준히 이루어왔다. 나무, 말린 식물, 모래, 진흙, 납, 밧줄, 전기줄 같은 비회화적인 재료는 실재적인 질감을 재현하며 캔버스 위에 입체감을 더한다.

안젤름 키퍼는 1992년부터 프랑스 파리와 바르작을 오가며 활동해오고 있다. 1980년 제 39회 베니스 비엔날레 (Venice Biennale) 서독 파빌리온의 대표 작가로 선정된 키퍼는 이후 뒤셀도르프 시립미술관(Städtische Kunsthalle Düsseldorf, 1984), 베를린 구 국립미술관(Nationalgalerie, Berlin, 1991),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Metropolitan Museum of Art, New York, 1998), 구겐하임 빌바오(Guggenheim Bilbao, 2007), 런던 왕립 미술 아카데미 (Royal Academy of Arts, London, 2014) 등 세계 유수의 기관에서 개인전을 다수 개최했다.

▲안젤름 키퍼의 작품 ‘Die Blätter fallen, fallen wie von weit, als welkten in den ferne Himmeln Gärten, 1995-2021' [ⓒAnselm Kiefer, Photo: Charles Duprat,
▲안젤름 키퍼의 작품 <Die Blätter fallen, fallen wie von weit, als welkten in den ferne Himmeln Gärten, 1995-2021> ⓒAnselm Kiefer, Photo: Charles Duprat (사진=헤레디움 제공)

《가을 Herbst》 전시에서는 키퍼가 사랑한 오스트리아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 (R. M. Rilke, 1875~1926)로부터 영감을 얻어 제작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릴케의 ‘가을날(Herbsttag, 1902)’, ‘가을(Herbst, 1906)’, 그리고 ‘가을의 마지막(Ende des Herbstes, 1920)’이라는 세 편의 시가 이번 전시를 관통하는 중심이 된다.

한편, 전시회가 열리는 장소인 ‘헤레디움’은 “폐허에서 피어나는 새로운 시작”을 담은 안젤름 키퍼의 작품 철학과도 연결돼 있는 곳이다. 헤레디움은 1922년 일제 강점기 경제 수탈을 위해 세워진 동양척식주식회사 대전지점 건물이었다. 전쟁 이후 폐허가 될 운명이었지만, 2004년 문화재로 등록됐고 다양한 고증자료와 분석을 통한 복원작업으로 옛 모습을 간직한 채 전시와 공연을 위한 복합문화공간 헤레디움으로 재탄생했다. 헤레디움은 유산으로 물려받은 토지라는 뜻을 같고 있다.

전시에 대한 상세 정보 및 티켓 예매는 헤레디움 공식 홈페이지와 공식 예매처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티켓은 성인 1만 5천 원, 청소년 1만 2천 원, 어린이 9천 원에 판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