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제22회 전주세계소리축제, 동서양 음악으로 ‘상생과 회복’ 노래하다
[현장스케치]제22회 전주세계소리축제, 동서양 음악으로 ‘상생과 회복’ 노래하다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3.09.18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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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전통음악 선율, 색다른 감동 선사
이달 15~24일 열흘 간 개최…11개국 89개 프로그램 총 105회 공연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지난 15일 철도 파업으로 전국 곳곳에서 열차 운행이 중단된 가운데, 전주세계소리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KTX ‘소리축제열차’가 각국의 주한 외교사절과 음악계 인사, 일반 관객 등 200여 명을 태우고 서울에서 전주로 향했다. 

전주세계소리축제가 팬데믹 이후 4년 만에 음악을 통한 ‘상생과 회복’에 나섰다. 판소리와 전통음악, 월드뮤직을 중심으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아우르는 공연예술축제인 전주세계소리축제는 장르와 국적의 경계 없이 다양한 소리로 하나가 되는 축제의 장을 마련한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과 전주한옥마을 일대, 전북 14개 시·군에서 펼쳐진다. 호주·캐나다 등 해외 13개국이 참여, 89개 프로그램, 105회 공연을 선보인다.

▲개막공연 ‘상생과 회복’에서 전주시립교향악단을 이끈 지휘자 성기선 ⓒ전주세계소리축제
▲개막공연 ‘상생과 회복’에서 전주시립교향악단을 이끈 지휘자 성기선 ⓒ전주세계소리축제

지난 15일 오후 7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는 2023 전주세계소리축제 개막공연 ‘상생과 회복’ 무대가 펼쳐졌다. 박애리와 장일범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공연은 소리꾼 김율희와 고영열, 소프라노 서선영, 바리톤 김기훈, 타악 연주자 서수복, 가야금 연주자 문양숙, 고수 김인수 등이 출연해 동ㆍ서양이 하나로 어우러진 무대를 꾸몄다.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2000여 석의 객석은 축제의 시작을 함께하고자 하는 관객들로 가득찼다.

2시간 가량의 공연을 책임진 연주는, 지휘자 성기선이 이끄는 전주시립교향악단이 맡았다. 1976년 북한 작곡가 최성환이 민요 아리랑을 환상곡 품으로 편곡한 ‘아리랑 환상곡’이 축제의 시작을 알렸으며, 가야금 연주자 문양숙이 오케스트라와 함께 ‘바람과 바다’를 연주해 조화로운 선율을 선사했다. 이 곡은 장구, 꽹과리, 징의 3가지 타악기가 중심이 되는 동해안 별신굿 장단과 선율을 재료로 작곡된 국악관현악곡이지만, 이번에 가야금과 서양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으로 완전히 개작되어 웅장함을 과시했다.

▲소프라노 서선영(왼쪽)과 바리톤 김기훈의 전주세계소리축제 개막공연 장면 ⓒ전주세계소리축제
▲바리톤 김기훈(왼쪽)과 소프라노 서선영의 전주세계소리축제 개막공연 장면 ⓒ전주세계소리축제

‘새야 새야 파랑새야’와 ‘밀양아리랑’을 부르는 소프라노 서선영의 청아한 보이스는 동서양 각각의 매력적인 멜로디와 음색이 더해져 객석에 황홀함을 선사했다. 바리톤 김기훈은 오페라 <박하사탕> 중 ‘나무꾼과 선녀’를 실감 나는 연기와 풍부한 표현력으로 선보이며 좌중을 만족시켰다. 또한, 소리꾼 고영열과 김율희가 국악관현악이 아닌 오케스트라 연주에 맞춰 노래한 ‘제비노정기’와 ‘사랑가’ 역시 새로운 즐거움으로 객석의 관객들에게 만족감을 주었다. 전통음악과 클래식이 가지고 있는 본연의 정체성이 유지되면서도 어색함 없이 어우러지는 무대는 이번 축제의 주제인 ‘상생과 회복’이라는 키워드를 제대로 소화했다. 

개막공연의 연출을 맡은 이소영 음악평론가는 이번 공연을 구상할 때 가장 염두에 두었던 것은 ‘서양 오케스트라의 한국적 수용’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양악의 향악화’를 위해 전체 레퍼토리를 판소리, 민요, 창작오페라, 위촉 창작곡 등 한국음악으로만 구성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공연에서 전주시립교향악단의 연주와 오페라 가수, 소리꾼의 협업을 통해 독창, 2중창, 4중창을 선보이며 가야금과 전통 타악이 양악 오케스트라와 협연 위에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모습을 연출해내며 객석의 기립 박수를 이끌어냈다. 

▲소리꾼 고영렬(왼쪽)과 김율희가 전주세계소리축제에서 함께 노래하고 있다 ⓒ전주세계소리축제
▲소리꾼 고영렬(왼쪽)과 김율희가 전주세계소리축제에서 함께 노래하고 있다 ⓒ전주세계소리축제

작곡가 최우정이 이번 축제를 위해 만든 ‘꿈’은 거문도 뱃노래를 중심으로 각기 다른 지역의 여섯 가지 뱃노래로 구성된 위촉 초연 곡이다. 오펜바흐의 오페라 <호프만의 이야기> 중 ‘뱃노래’와 타히티 뱃노래, 과테말라 뱃노래, 경상도 자진 뱃노래 등이 어우러져 화합과 공존을 노래했다. 성악가 김기훈과 서선영, 소리꾼 고영열과 김율희는 각기 다른 음색과 창법으로 하나의 노래를 부르며 동서양 4중창으로 ‘꿈’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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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전주세계소리축제 개막공연 ‘상생과 회복’ 커튼콜 (왼쪽부터) 고영열, 김율희, 성기선, 서선영, 김기훈

한편, 축제는 한국소리문화의전당과 전주 한옥마을, 경기전 등 전북 14개 시·군에서 이어지며 24일 오후 7시 30분에 만날 수 있는 폐막작 ‘이희문 오방신과 춤을!’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