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선화당을 흐르는 바람처럼”…전주세계소리축제 경기전의 아침 ’풍류뜨락’
[현장스케치]“선화당을 흐르는 바람처럼”…전주세계소리축제 경기전의 아침 ’풍류뜨락’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3.09.19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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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오전, 우천 관계로 공연 장소 전라감영으로 변경 후 진행
2차 ’풍류뜨락’은 24일, <김대진&박재홍: 포핸즈>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18세기 전후, 유럽의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던 악기 하프시코드가 전주 한옥마을 인근에 복원된 전라감영 대청마루 선화당에서 독특한 존재감을 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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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전라감영에서 진행된 경기전의 아침 ’풍류뜨락’ 공연 장면 ⓒ전주세계소리축제

전주세계소리축제는 지난 16일 아침, 고즈넉한 한옥을 배경으로 조선시대 선비들이 향유해 오던 전통 가곡을 선보였다. 당초 전주 한옥마을 경기전의 대나무 숲에서 야외 공연으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전날부터 계속된 비로 인해 장소를 전라감영으로 변경하여 진행하게 됐다. 

2010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국가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은 조선시대 중인계급 이상의 선비들이 즐기던 성악곡이다. 시조시를 거문고, 대금, 세피리, 장구, 해금 등 소규모 관현반주에 얹어 노래한다. 

이날 공연에서는 하주화 명인의 거문고, 김상준 명인의 대금과 단소, 이민주 연주자의 하프시코드 연주에 맞춰 강권순 명인이 소리를 들려줬다. 

▲지난 16일 전라감영에서 진행된 경기전의 아침 ’풍류뜨락’ 공연 장면
(왼쪽부터) 대금 연주자 김상준, 하프시코드 연주자 이민주, 강권순 여창가객, 거문고 연주자 하주화 ⓒ전주세계소리축제

하프시코드로 연주된 헨델 미뉴에트 사단조로 막을 연 공연은, 가곡 중 가장 느린 노래인 우조 이수대엽 ‘버들은’으로 이어졌다. 또한 수룡음, 우조 우락 ‘바람은’, 쿠프랭 ‘신비한 장벽’, 계면조 편수대엽 ‘모란은’, 계면조 태평가가 연주되며 동서양의 고전 악기들의 아름다운 어우러짐을 느낄 수 있는 무대를 선사했다. 

이날 90여 분 가량 진행된 공연에서 전라감영을 채운 50여 명의 관람객 중에는 오스트리아, 핀란드, 도미니카공화국, 싱가포르, 세르비아 등 약 7개국 대사들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100명 가까이 들어찬 내외국인 관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우리 귀에 익숙한 임팩트 강한 멜로디나 공감할 만한 노랫말이 등장하지 않아 낯설게 느껴지는 음악이었음에도, 더운 여름날 아침 선화당 구석구석을 스치는 바람처럼 잔잔한 휴식 속 산뜻함을 안겨준 공연이었다. 

한편,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준비한 오전 야외 공연 ‘경기전의 아침’은 축제의 마지막 날인 오는 24일 오전 10시 전주한옥마을 경기전에서 <김대진&박재홍: 포핸즈>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