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전세계 현대무용, 국제현대무용제서 ’모다페 세계관’으로 모이다 
[현장스케치]전세계 현대무용, 국제현대무용제서 ’모다페 세계관’으로 모이다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3.09.19 16: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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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0~10.15, 39개 팀 참가
-네덜란드 NDT2 개막ㆍ영국 호페쉬 섹터 폐막작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국내 최장수 현대무용축제, 제42회 국제현대무용제(MODAFE, 이하 모다페)가 모다페만의 세계관을 의미하는 ‘모다페 유니버스’를 주제로 여러 안무가의 작품 세계를 하나로 모은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존재하고, 존재할 전 세계 무용인들과 작품들이 모여 현대 무용이 가져야 할 시대정신과 방향성을 함께 모색하여 관객들에게 선보일 계획이다. 

▲지난 15일 서울 더 플라자 호텔에서 개최된 제42회 국제현대무용제 기자간담회에서 조직위원회 관계자들의 단체사진 (사진=한국현대무용협회 제공)

지난 15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더 플라자 호텔에서 모다페는 이달 20일부터 내달 15일까지 개최될 축제를 소개하는 자리를 가졌다. 조직위원장을 맡은 이해준 한국현대무용협회 이사장은 “그간 코로나19로 인해 국내 관객들에게 해외 단체 작품들을 많이 소개하지 못했기에, (올해는) 관객의 선호도를 중심으로 해외 초청작을 선정했다”라며 “아울러, 국립극장과의 공동주최, 국립현대무용단과의 공동기획, 서울아트마켓(PAMS)과의 협력을 통해 페스티벌의 지속가능한 발전의 기틀을 마련해 질적 향상을 도모할 수 있게 됐다”라고 전했다. 

해외 초청작 - NDT2 / Hofesh Schechter / Inbal Pinto

개막작으로는 독특하고 경이적인 현상으로 세계 최고의 컨템퍼러리 댄스 무용단으로 평가받는 NDT2(Nederlands Dans Theater)는 현존하는 최고의 안무가들인 Crystal Pite, Edward Clug, Nadav Zelner의 작품으로 MODAFE의 시작을 알린다. <Ten Duets on a Theme of Rescue>, <Cluster>, <Bedtime story>를 통해 아름답게 단련된 댄서들의 천재적인 기량을 만나볼 수 있다.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리는 폐막작 <Double Murder – Clowns/The Fix>는 9년만에 내한하는 영국의 세계적인 안무가 호페쉬 섹터가 아시아 프리미어로 선보이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고통스러운 진실을 탐구하고 우리의 가장 깊은 감정을 탐색하는 작품으로 흉내낼 수 없는 무용수들의 움직임과 호페쉬 섹터가 작곡한 음악이 더해져 국내 팬들에게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만나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해외 초청작 <Living Room>은 이스라엘 무용사의 이정표로 평가받는 Inbal Pinto의 신작으로 사물, 상황, 사람의 정체성은 항상 변하며 우리가 이루고자 했던 예측할 수 없는 현실은 스스로를 재구성한다는 점을 날카롭게 보여준다.

▲국립현대무용단 <정글-감각과 반응>
▲국립현대무용단 <정글-감각과 반응>

Center Stage of Korea, 국립현대무용단과의 공동 기획

공동 개막작으로 선보일 국립현대무용단의 <정글-감각과 반응>은 김성용 단장(안무)의 작품이다. 비정형적 움직임 리서치 'Process Init'을 통해 만들어진 움직임은 무용수 개개인의 지난 시간과 역사를 보여주듯 각자의 개성으로 빛을 발하고 가식과 허영이 있을 수 없는 곳, 스스로에게 가장 솔직한 움직임으로 무대 위 정글을 구현한다.

모다페가 공모를 통해 엄선해 선보이는 MODAFE Choice

한국과 아시아의 전통 등에서 독창적인 표현양식을 실험해 온 (사)메이드인댄스예술원의  <월하독작(月下獨酌)>은 신선으로 평가받는 중국 시인 이백의 시(詩)다. 천의무봉의 경지가 거침없는 일필휘지의 춤으로 표현되며 인생사의 절절함을 노래한다. Project GAE:MI는 무용인 삼 남매가 곤충 개미의 열심히 일하는 습성과 흡사하여 착안한 팀으로 <After Meeting>은 같은 배경에서 태어나 각기 다른 환경 속에서 성장한 안무자가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만나고 섞임으로써 하나의 모임을 만드는 작품이다.

안무가 정석순은 무용 외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이를 작업에 투영하여 쉽지만 가볍지 않은 작품을 만들어왔다. <Prayer–우리들의 봄>은 천천히 흘러가는 고통스러운 시간들을 지나 망가진 몸을 일으켜 세우고 내일을 마주해야 할 이유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전복된 해부학적 풍경(Subverted Anatomical Landscape)’이란 뜻의 SAL은 우리에게 주어진 동시대적 과제에 대해 새로운 제안 혹은 해석을 제공해 왔다. 이번 <꽃을 씹어먹은 나의 가장 연약한 괴물들에게>을 통해 인간의 일생에서 사회에 적응하고 또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외면할 수밖에 없었던 자아 그리고 솔직한 감정들을 복기하고 다시 들여다보고자 한다.

국내 무용계가 주목해야 할, MODAFE Collection

DAPcompany의 <HOME>은 집을 잃은 자들에게 ‘집’이라는 것의 의미가 어떤 것인지 탐구하고, 개인 내면의 성숙이 아니라 주변세계의 갈등과 방황을 극복하며 정체성 회복과 내적 치유를 목적으로 한다. 알.에이 컴퍼니의 <본>은 예기치 않은 사건과 남겨진 사람들 그리고 현상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리듬감 넘치는 작품이다. TOB GROUP의 <BARCODE>는 소비가 핵심 과제로 떠오른 현대 소비사회에서 소비란 행위를 통해 많은 허구를 포용하며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고찰한다. 

MODAFE UNIVERSE, 밀물현대무용단을 관찰하다

한국 문화예술발전에 선구적 역할을 주도한 우리나라 현대무용계의 거목 故이숙재 선생이 1984년에 창단한 밀물현대무용단(Rising Tide Dance Theater)은 한국적 메타포를 가진 작품의 글로벌 진출의 토대를 만들어 온 단체로 이번 작품은 훈민정음 탄생 과정과 동기 등 역사적 사실을 넘어 스토리가 갖고 있는 메커니즘을 확대, 추상화, 프리즘 시켜 한글 사랑을 표현한다.

▲NDT 2 Bedtime Story ⓒRahi Rezvani
▲제42회 국제현대무용제 개막작, NDT 2 ‘Bedtime Story’ ⓒRahi Rezvani (사진=한국현대무용협회 제공)

신인들이 펼치는 Spark Place

‘Spark Place #1’
우리네 일상에 유쾌하고 긍정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안무가 김영은의 <미음이응>은 누군가 제 자리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안무와 출연을 활발하게 병행하는 안무가 변혜림의 <A428>은 지구와 다른 생명체에 대한 궁금증을 유기적 관계와 단단한 에너지를 가진 것으로 표현한다. 무용 장르의 탈경계화에 흥미를 가진 안무가 임희종의 <달팽이>는 각자 다른 삶의 속도로 끊이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가는 흔적들을 담아내고 있다. 무대와 객석의 거리를 좁히는 작품을 추구하는 안무가 신규석의 <Human nature> 은 인간의 이중성을 인간의 두 얼굴로 상정하고 양면적인 상황을 무한한 해석을 제공하고자 한다.  

‘Spark Place #2’ 
컨템퍼러리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지속적으로 던지는 안무가 김재은의 <The Cradle>은 소소하고 소박한 것에서도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신체와 오브제를 매개체로 풀어내고자 한다. 인간관계, 철학, 본성 등에 대하여 끊임없이 고민하는 안무가 김재권의 <활성화(rev up)>는 다른 환경에서 자라났지만 가장 작은 사회의 단위인 두 사람이 만나 관계를 엮어내는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정교하고 디테일한 움직임을 구사하고 입체감 있는 안무를 선보이는 안무가 박지희의 <Rout finding>는 우리가 살아가며 어떤 루트를 설계하고 있는지, 어떻게 클라임을 하고 있는지 그 과정을 담은 작품을 선보인다. 다양한 삶의 모습에 공감하고 위로하며 예술이 가진 아름다운 힘을 보여주는 안무가 이화선의 <THE TABLE>은 우리가 나아가기 위해 해야 하는 선택은 단절이 아닌 대화이다라는 의도를 전달한다. 

‘Spark Place #3’ 
다양한 관객이 함께 즐기고 감상할 수 있는 예술 창작 활동을 목표로 하는 안무가 최정원의 <숨>은 호흡과 휴식의 이중적인 표현이 담겨있는 숨이란 단어에 움직임이란 요소를 더했다. 움직임 에너지를 극대화하는 것과 관찰자의 감각을 다채롭게 자극하는 안무가 송재윤의 <최면>은 실제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꿈, 환상, 망상 등에 지나치게 의존하였을 때 망가져 가는 한 인간의 모습을 최면에 빗대어 담아내고 있다. 극적인 요소를 활용한 감정선에 중점을 둔 안무를 만드는 안무가 전부희의 <Amen>은 무언가 간절히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은 어디까지 허용되고, 믿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일까 하는 물음을 던진다. 익숙함 속에서 새로움과 특별함을 찾아내는 안무 방식을 지향하는 안무가 최호정의 <Balance>는 균형과 불균형에 대한 의문 속에 자신의 균형과 불균형 역시 어떠한 형태인지 작품 안에서 표현하고 있다.

▲제42회 국제현대무용제 폐막작, Hofesh Scheter Company DOUBLE MURDER – CLOWNS ⓒTodd MacDona (사진=한국현대무용협회 제공)

안무자 개인의 예술성에 집중하는 ‘The New Wave’

‘The New Wave #1’
현대무용을 기반으로 한 융복합 단체로 음악, 미디어 아트, 설치 미술가와 협업하여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Strange Dance Company의 <Strange Instrument>는 소리에 반응하는 몸을 다룬 작품으로 브라질 전통 악기인 비린 바우와 루프 스테이션을 통해 이질적인 소리를 만들어 내고 그 소리에 자유롭게 반응하는 몸을 탐구하며 진행된다. 사회적 소재와 동양적 가치관을 접목시키는 안무자로 평가받는 김남진의 <기억>은 기억 속의 짜장면을 통해 사라져 가는 기억들, 잊혀가는 사람들을 아련하게 표현해 낸다. 항상 새로운 것을 탐구하고 매번 새로운 방향으로 작업을 펼치려 노력하는 무용가 김환희의 <Babel>은 인간의 끝없는 욕망은 어디까지이며 과연 신의 영역에 대적할 수 있을 것인가.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이 신이 되고자 했던 인간에 대해 이야기한다. 깊숙한 내면의 일렁임과 타자와 혹은 사회가 처한 현실을 솔직하게 표현하기 위한 작업을 시도하는 안무가 최은지의 <눈 먼 선택 2.0>은 눈이 특정 위치를 향하고 있지만 주의가 다른 곳이 있어 정작 중요한 사항을 놓치는 무주의 맹시를 동인(動因)으로 삼아 현대인의 무주의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낸다.

‘The New Wave #2’
인간의 깊숙한 내면과 양면성을 일상적 이미지의 상상과 신체의 감각을 확장하여 그려내고자 하는 안무가 이지숙의 <Digging Zone>은 어떤 것에 집중해 깊게 파고들어 성취해 내는 디깅(Digging)을 통해 막막한 시대를 건너고 있는 현시대의 청년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응원을 전달한다. 빠르게 바뀌는 사회에 깊은 관심을 보이는 안무가 박영대의 <달콤한 자유의 냄새>은 팬데믹으로 현대인들이 겪은 강제적 고독의 시간을 통해 역설적으로 삶을 고민하고 변화된 인간의 모습을 작품으로 풀어나가려 한다. 생활에서 밀접한 주제를 다양한 방법론으로 가공하여 움직임으로 만드는 안무가 성승정의 <수렴하는 것들>은 끊임없이 가까워질 수는 있으나 결코 겹칠 수 없는, 일종의 수렴하는 형태의 인간관계를 각자의 관계를 투영하여 감상될 수 있는지 실험하고자 했다. PJH Dance Company는 안무가 박종현이 중심이 된 단체이다. <아주 작은 세계>는 정치분열, 제국분열, 정신분열 등 혐오와 갈등의 증폭으로 인해 양극화되고 분열화된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인의 모습을 눈에 보이지 않은 세포들의 분열과 증식에 빗대어 표현하고자 한다.

‘The New Wave #3’
사회와 인간에 관한 이야기를 다양한 시선으로 접근하여 이미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안무가 박소현의 <아가미>는 한 개인이 살아남기 위한 제2의 능력을 아가미를 통한 호흡법으로 상정하고 새롭게 추구하고 적응할 세상에서 필요한 능력에 대해 다양한 방식으로 질문을 던진다. 정제공장프로젝트는 인간과 예술의 존재 이유를 담아내고자 하는 박선화 안무가가 이끌고 있다. <Same Old Story>은 표면적으로 드러나지는 이야기들 사이에 괄호 쳐진 숨은 사정들이 결론으로 이르는 길에 만나게 되는 삶의 아이러니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춤의 흐름과 리듬을 섬세하게 다루며 관객들에게 놀라움을 안겨주는 안무가 정하늘의 <Sketch>는 추상적인 형태와 색의 조합을 통해 인생의 다양한 경험과 복잡한 감정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작품이다. 무용은 관객들과의 소통이 우선이다라는 슬로건을 가진 안무가 최원준의 <롯데자이언츠>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는 야구란 스포츠를 유독 좋아했던 여동생이 포기하지 않고 병마와 싸우다 먼저 하늘로 간 것을 기리는 내용으로 감동을 선사한다.

▲제42회 국제현대무용제 이해준 조직위원장과 홍보대사 뮤지컬 배우 김호영
▲제42회 국제현대무용제 이해준 조직위원장과 홍보대사 뮤지컬 배우 김호영 (사진=한국현대무용협회 제공)

서울을 대표하는 Center Stage of Seoul

늘 생각하고 고민하는 안무가 김규진은 <산 것과 죽은 것 : 홀로 남겨진>을 통해 현시대적 배경에서 디지털 매체가 꼭 필요한 것인가 하는 질문을 던질 것이다. 춤을 통해 우리 삶과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고 공감하는 시나브로 가슴에의 <Zero>는 자신의 한계를 넘어 고차원의 자유로움을 향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관계성에 주목하여 작업하는 춤판야무의 <닮아가는>은 닮아짐으로 인해 닮아지는 과정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한편, 센터 스테이지 오브 코리아, 모다페 초이스 1·2, 모다페 컬렉션, 모다페 유니버스, 스파크 플레이스 1·2·3, 더 뉴 웨이브 1·2·3, 센터 스테이지 오브 서울 등 카테고리가 지나치가 나뉘어져 있어 오히려 축제의 방향성 이해나 관람에 방해가 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분류 기준이 모호하거나 더 자세한 설명이 부족해, 이에 대한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해준 조직위원장은 “모다페 초이스는 검증된 작품들을 선보이며, 해외 진출 가능성을 함께 보고 있다. 디밸롭해서 다음 모다페와 국내외 축제에 추천할 수 있는 작품들로 선정을 했다. 해외 작품의 경우는 앞서 말씀드렸듯, 국내 관객들의 선호도를 중심으로 선정했다. 작년에 대전예술의전당과 공동기획 했던 작품들도 디밸롭되어 올해 선보인다. 소극장 작품은 젊은 작가들의 품을 조망하는데, 미래를 기대하며 지원하고 있다”라고 부연했다. 

올해 페스티벌의 홍보대사를 맡은 뮤지컬 배우 김호영은 “올해 뮤지컬 데뷔 21년 차다. 그간 한국무용, 발레, 현대무용 등을 조금씩 익혔는데, 신체 움직임을 더 배웠으면 무대에서 더 좋은 표현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후회가 들기도 했다. 다시 배워보고 싶다”라며 “무용은 다른 장르에 비해 접근하기 어렵다고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무용 역시 다른 예술처럼 본인이 느끼는 대로 즐기면 된다고 생각한다. 모다페가 대중들에게 쉽고 친근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자발적인 홍보활동을 해보겠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이어 그는 “홍보대사로서는 얼굴마담으로만 머물기 보다는 보다 실질적인 어떤 것들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준비가 부족해 무대에 직접 오를 순 없겠지만, 관객과의 대화 등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열심히 홍보에 임하겠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