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화약고에서 연주되는 평화의 클래식 선율”, <DMZ 오픈 국제음악제>
[현장스케치]“화약고에서 연주되는 평화의 클래식 선율”, <DMZ 오픈 국제음악제>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3.09.25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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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11,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
퀸 엘리자베스 김태한, 호로비츠 로만 페데리코··안나 게뉴세네 등 출연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전 세계가 주목하는 젊은 클래식 거장들이 경기도 비무장지대(DMZ) 일대에 모여 평화의 선율을 연주한다. 경기도와 경기관광공사는 오는 11월4일~11일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에서 ‘DMZ 오픈 국제음악제’를 개최한다.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 일원에서 지난 5월부터 열리고 있는 종합축제 'DMZ 오픈 페스티벌'의 일환이다.

▲바리톤 김태한(왼쪽)과 임미정 DMZ 오픈 국제음악제 예술감독(가운데), 조원용 경기관광공사 사장(오른쪽)이 기자간담회에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바리톤 김태한(왼쪽)과 임미정 DMZ 오픈 국제음악제 예술감독(가운데), 조원용 경기관광공사 사장(오른쪽)이 기자간담회에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이번 음악제의 총기획은 피아니스트이자 한세대 음대 피아노과 교수인 임미정 예술감독이 맡았다. 임 예술감독은 2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지난해까지 ‘렛츠 DMZ’라는 이름으로 열리던 축제가 올해부터 ‘오픈 페스티벌’로 명칭을 변경했다. 이 중 ‘DMZ 오픈 국제음악제’는 전체 페스티벌을 마무리하는 가장 큰 음악 행사다. 특히 올해는 정전 70주년을 맞아 평화의 이슈를 프로그램에 담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음악은 그 자체로서 궁극의 휴머니즘을 표현한다. ‘DMZ 오픈 국제음악제’는 DMZ의 어두운 역사를 넘어 인류애와 평화에 대한 인식을 확산하고자 기획됐다. 그 어떤 무기보다 강력한 힘을 지닌 음악으로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이번 음악제에는 국제음악콩쿠르세계연맹(WFIMC)에 등록된 콩쿠르에서 우승하거나 입상한 젊은 연주자들이 함께한다. 연맹은 러시아를 대표하는 차이콥스키 콩쿠크의 회원 자격을 박탈하고, 우크라이나에서 개최되던 호로비츠 콩쿠르를 제네바로 옮겨 ‘호로비츠 콩쿠르 키이우-제네바’를 개최하는 등 전쟁에 반대하고 세계 평화에 동참하는 메시지를 전달해왔다. 임 예술감독은 플로리안 리임 WFIMC 사무총장의 뜻에 공감하며, 콩쿠르 수상자들을 고양으로 불러 모았다. 

임 예술감독은 “평화의 메시지를 음악으로 확산하기 위해 해외 유수의 콩쿠르에서 수상하며 주목 받고 있는 젊은 연주자들의 무대를 마련했다”라며 “DMZ의 어두운 역사를 넘어서 인류애와 평화에 어떻게 기여할까 고민이 많았다. 음악은 그 자체로 궁극의 휴머니즘이지만 더 큰 역할을 한다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최근 국제 콩쿠르에서 수상한 젊은 거장들과 그 뜻을 함께 밝힌다면 더욱 의미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이번 음악제에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성악부문 우승자 바리톤 김태한, 호로비츠 국제 피아노 콩쿠르 1위 로만 페데리코, 윤이상 국제음악 콩쿠르 우승자 한재민(첼로), 칼 플레쉬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우승자 김은채, 지난해 임윤찬이 우승했던 미국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 입상한 드미트로 초니(피아노)와 안나 게뉴세네(피아노)를 비롯해 박혜지(퍼커션), 임희영(첼로), 임미정(피아노) 등이 출연한다. 또 국내 대표 교향악단인 KBS 교향악단,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과천시립교향악단이 공연을 펼친다.

11월 4일 개막공연에는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로만 페데리코가 출연해 ‘디엠지 오픈 국제음악제’ 위촉 곡 ‘치유하는 빛’(작곡 김신)을 세계 최초로 선보인다. 5일 공연은 영화 음악을 소재로 한 ‘시네마콘서트’로 과천시립교향악단, 김은채가 출연한다. 11일 폐막공연에는 KBS 교향악단(지휘 정명훈), 김태한, 한재민이 피날레를 장식한다. 

▲바리톤 김태한(왼쪽)과 임미정 DMZ 오픈 국제음악제 예술감독(가운데), 조원용 경기관광공사 사장(오른쪽)이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6일 DMZ에서는 토크 콘서트 형태의 심포지엄 및 음악회가 열린다. 플로리안 리임 국제음악콩쿠르세계연맹(WFIMC) 사무총장, 쟈끄 마르끼에 반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 CEO, 니콜라스 데논코트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사무총장 등이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열리는 심포지엄에 참석해 클래식과 평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심포지엄 이후 도라전망대를 거쳐 캠프그리브스로 이동해 과거 화약고가 있었던 공간에서 클래식 음악회를 가질 예정이다. 임 예술감독은 “옛 미군부대 자리였던 캠프그리브스에는 군 막사와 화약고 등이 있었으나, 지금은 음악회와 전시회가 열리는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라며 “시멘트로 만들어진 옛 화약고에서 평화의 음악을 듣고, 음악이 만들어내는 변화를 체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한 바리톤 김태한은 9일 퀸 엘리자베스 갈라 콘서트와 11일 폐막공연에 출연한다. 폐막공연에서는 바그너의 오페라 ‘탄호이저’와 베르디의 오페라 ‘맥베스’의 아리아를 선보일 예정이다. 폐막공연은 KBS교향악단이 연주하며 정명훈이 지휘를 맡으며, KBS교향악단은 첼리스트 한재민과 하이든 첼로 협주곡도 함께 준비하고 있다. 

현장에서 DMZ의 본질적 존재라고도 할 수 있는 디아스포라에 대한 프로그램 계획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임 예술감독은 “흩어져있던 많은 것들을 한 곳에 모은다는 의미로는 디아스포라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우회적이긴 하지만, 전 세계 유수의 콩쿨 입상자들을 한 데 모아 평화를 노래한다는 점에서 넓은 차원의 디아스포라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페스티벌과 국제음악제를 주관하는 조원용 경기관광공사 사장은 "음악을 통해 DMZ가 지닌 생태, 평화, 문화의 가치를 함께 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여러분의 참여와 공감이 우리 사회가 더 큰 평화로 나아가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티켓은 25일 저녁부터 고양아람누리 홈페이지에서, 26일부터 인터파크티켓에서 구입할 수 있다. 경기도민은 20%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수익금 전액은 기부된다. 곧 확정 발표될 프로그램과 더 자세한 정보는 DVZ OPEN 페스티벌 누리집(https://www.dmzopen.kr/)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