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생동(生動)’하는 서예, 쉬지 않고 나아가는 서예를 바라며
[현장스케치] ‘생동(生動)’하는 서예, 쉬지 않고 나아가는 서예를 바라며
  • 이은영 발행인ㆍ이지완 기자
  • 승인 2023.09.27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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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개막
지난 22일 개막식 열려, 오는 10월 22일까지
내적 수렴 예술로 향한 세계의 관심, 서예로 닿길

[서울문화투데이 이은영 발행인ㆍ이지완 기자] ‘생동(生動)’의 서예 의식이 지금 우리 일상과 예술을 관통할 수 있는 축제의 장이 시작됐다. 올해로 14회째를 맞는 《2023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는 생동’을 주제로 지난 22일부터 오는 10월 22일까지 31일 간의 여정을 펼친다.

《2023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는 전라북도가 주최하며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조직위원회(위원장 송하진)가 주관하는 행사로, 전주 소재 한국소리문화의 전당ㆍ전북예술회관ㆍ전주KBS갤러리ㆍ미술관 솔, 14개 시ㆍ군 전시공간에서 대규모로 개최된다.특히 올해 비엔날레에는 세계 40개국의 3천여 명의 작가가 참여해, 전세계 서예인들의 수준높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 <필묵에 핀 호연지기>전에 관심이 집중됐다.  10미터 길이의 한지에 써내려간 초대형 작품전으로, 서예 예술의 웅장함을 접할 수 있다. 

올해 비엔날레의 주제인 ‘생동’은 쉬지 않고 생장하는 덕성으로 활기찬 생명력을 회복한다는 뜻으로, 동양의 핵심 사상이자 서예정신이다. ‘생명’에 관한 건강한 의식이 우리의 삶과 예술에 관통되기를 염원하는 의미를 담는다.

지난 22일에 전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개막식에는 김관영 전라북도지사, 국주영은 전라북도의회 의장, 송하진 조직위원장, 윤점용 집행위원장, 초정 권창륜 예술원회원, 창현 박종회 원로서예인, 하석 박원규 원로서예인(올해 수상자 심사위원장), 산민 이용 원로서예인, 최진용 전 국립극장장, 우범기 전주시장, 김성모 KBS전주방송 총국장, 임천 이화자 그랑프리 수상자, 이광수 국제조형협회 회장(한국미술협회 이사장), 김태현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을 비롯해 페데리코 알베르토 쿠에요 카릴로 주한도미니카 대사, 타라쉬 파파스쿠아 주한조지아 대사 등 6개국의 주한외국 대사가 참석해 250석 규모의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이 자리에서 김관영 전라북도지사는 환영사를 통해 ‘전북의 서예가 세계의 서예’라고 칭하며, 26년간 시간을 일궈온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가 세계 서예인이 함께하는 자리로 성장할 수 있었다며 자부심을 표했다.

김 지사는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는 전통 서예의 맥을 이으면서, 세계의 작가들과 소통하며 창의성과 기발함으로 서예의 새로운 길을 열어 오고 있다”라며 “올해는 40개국 3,200여명의 작가가 참여하여 ‘생동’을 주제로 서예의 정신과 가치를 나누는 자리를 만들고, 한 달간의 여정 동안 세계 각국의 작가들이 혼과 열정을 담은 작품으로 서예의 정수를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2023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개막식에서 송하진 조직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조직위)

송하진 조직위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코로나19 팬데믹을 넘어,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갖게 된 인류가 외적 발산보단 내적 수렴의 예술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됐고, 이러한 시점에서 ‘서예’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에 대해 강조했다.

송 위원장은 “팬데믹 이후, 한글서예 등 세계를 감동시킬 서예의 예술적 가치와 목표가 더욱 주목을 끌고 있고 더불어 세계는 한국의 문화와 예술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라며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는 1997년 제1회 대회를 개최한 이래 26년 동안 국내ㆍ외 서예가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열정 속에서 꾸준히 발전해왔다. 한국서예를 세계화하자는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창립당시의 본래 취지를 절실한 마음으로 다시 상기해야 할 때로, 서예가 단순히 서예로만 존재하게 할 게 아니라, 미래 예술 발전의 신 동력이 되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서예를 당차게 발전시켜 나가야할 때다”라며 힘주어 말했다.

▲《2023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의 개막을 알리는 축하 버튼을 눌러지고, 주요내빈들이 행사의 성공을 기원하는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사진=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조직위)

국주영은 도의장은 축사를 통해 “전북은 서화의 본고장으로, 선현들의 문화유산을 현재화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시작된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가 이제는 세계 최고·최대 권위를 갖는 문화행사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라며 “‘생동’이라는 주제로 개최되는 올해 비엔날레는 서예의 근본과 정체성 회복을 강화하는 전시를 통해 뉴노멀 시대의 서예 문화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축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원로서예가인 초정 선생은 “서예는 정신문화의 핵심 정수다. 유구한 역사 속에서 서예가 한 때는 장식성과 그림에 치중하는 시대가 있었으나, 오늘날 정신문화고양을 위한 서예문화중흥시대가 도래한 것이 아닌가 한다”라며 서예를 통한 정신문화 부흥의 바람을 축사에 담았다.

▲《2023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개막식 후 전시장 앞에 마련된 공간에서 주요 내빈들이 휘호를 쓰고 있다. 앞줄 좌측에서 두번째 김관영 도지사.(사진=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조직위)

개막식 후 주요 내빈들은 전시장 입구에 마련된 휘호쓰기에 참여해 다양한 행사의 의미를 더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전시장을 돌아보며 수준 높은 작품에 감탄사를 연신 자아냈다.

이번 비엔날레에서 주목할 만한 전시로는 <필묵에 핀 호연지기>전으로 10미터 길이의 한지에 써내려간 초대형 작품전으로, 서예 예술의 웅장함을 접할 수 있다. 이색작품으로는<한글 천인천시>가 있다. 시와 노래는 삶의 애환을 진솔하게 담아내는 생명의 예술로 음률의 변화에 실린 서정적 매력은 서예의 선율과도 상통한다. 1,000개의 노랫말과 시를, 천년의 역사를 안고 있는 한지에 1,000명의 서예가가 한글로써 표현한 합동대형병풍 작품으로 시와 서예를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재미를 준다. 국내 1,000명의 작가가 참여했고, 한국소리문화의전당 1층 O실에서 볼 수 있다.

제23회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에서 선보인 '한글 천인천시(千人千詩)' 작품. 천명의 작가가 각기 다른 한글 시를 다양한 서체로 쓴  작품을 모자이크처럼 모아 병풍으로 만들어 선보인 작품.(사진=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조직위)
제23회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에서 선보인 '한글 천인천시(千人千詩)' 작품. 천명의 작가가 각기 다른 한글 시를 다양한 서체로 쓴 작품을 모자이크처럼 모아 병풍으로 만들어 선보인 작품.(사진=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조직위)

<명사서예전> 또한 눈길을 끈다. 한국 사회에서 덕망과 명망이 있는 명사들의 작품과 서예 작품을 전시해 서예의 사회적 효용성과 가치를 고취 시키고 대중들에게 서예의 일상화 및 저변확대를 장려하기 위해 기획된 전시다.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송하진 조직위원장, 소리꾼 장사익, 팝핀현준과 박애리 명창 부부 등 명사 31명이 참여했고, 한국소리문화의전당 2층 R실에서 개최된다.

주한대사 29명이 참여한 전시 또한 색다른 서예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주한 대사들의 작품들은 모두 전주 한지를 직접 전달해 작품을 제작하도록 해, 전주한지의 우수성을 알리는데도 적극 나섰다. 

▲올해 한글 궁서체로 그랑프리를 수상한 이화자 서예가가 김관영 도지사로부터 상장과 삼금을 수여받고 있다.
▲올해 한글 궁서체로 그랑프리를 수상한 이화자 서예가가 김관영 도지사로부터 상장과 삼금을 수여받고 있다.

한편 개막식에서는 학생서예공모전, 비엔날레그랑프리, 유공자 표창의 시상식도 진행됐다.

비엔날레그랑프리는 임천 이화자 서예인에게 수여됐다. 조직위는 올해는 역대 수상작과 달리 한글 작품을 수상작으로 정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공로상 표창은 산민 이용 원로서예인에게 돌아갔다. 학생서예공모전 수상자로는 대상에 전북 군산여고 3학년 김은영, 금상에 전남 곡성중 2학년 안희라, 경기 고양 성저초 4학년 이은호, 인천 은송초 3학년 박시은 총 4인이 선정됐다.

수상한 임천 이화자 서예인은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는 작가들에게 예의 범절 다 지켜 초대하고 대우해줘 감사하며, 동시에 작가의 자존심을 세워 주는 격조 높은 행사로 격녕으로 주제가 있고 변화 있는 전시형태 등을 준비해 조직위원회에 말할 수 없는 감사를 올리고 싶다”라며 “‘새 노래로 여화와께 노래하라’로 시작하는 시편 96 구절을 쓴 이번 작품은 성경을 읽다가 매일이 새로운 오늘이 되기를 기대하는 마음을 담아 창작 했다. 80평생 궁체를 연구하고 공부하면서 그러한 삶을 살고자 한다”라는 수상 소감을 전했다.

환영만찬장에서 즉석으로 마련된 왕기석 명창의 무대는 참석자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환영만찬장에서 즉석으로 마련된 왕기석 명창의 무대는 참석자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이날 식전 행사로 이번 서예비엔날레의 주제를 잘 표현한 '샌드 아트'와 조이풀 공연단의 ‘대북 난타’가 신명나게 연주돼 개막을 축하했다. 으며 환영만찬에서는 영상을 통해 역대 수상자들의 작품을 선보였다. 개막식 이후 환영만찬에서는 역대 수상작들의 작품이 무대 전면의 대형스크린에서 선보였다. 이자리에서 송하진 조직위원장의 청으로 즉석에서 이뤄진 왕기석 명창의 '사철가' 참석자들에게 깜짝 선물을 안겼다. 하석 박원규 원로서예가가 왕 명창의 소리 장단을 맞춰 훈훈하고 흥겨운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