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오페라앙상블, 조선말 화가 장승업 삶을 노래하다…창작오페라 <취화선>
서울오페라앙상블, 조선말 화가 장승업 삶을 노래하다…창작오페라 <취화선>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3.10.04 09: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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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중장기창작지원사업 선정작
10.20~21,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우리의 얼굴을 한 한국오페라의 세계화를 추구하는 서울오페라앙상블이 오원 장승업의 삶을 새롭게 해석한 이근형 작곡의 현대오페라 <취화선>을 오는 10월 초연한다. 

▲서울오페라앙상블 <취화선> 쇼케이스 장면
▲서울오페라앙상블 <취화선> 쇼케이스 장면

서울오페라앙상블은 1994년 창단 이후 고대소설 운영전을 소재로 한 창작오페라 <운영>(2015),  화가 윤두서의 파란만장한 삶을 노래한 창작오페라 <붉은 자화상>(2017), 윤이상의 삶을 그린 창작오페라 <나비의 꿈>(2018), 악기가 되고 싶었으나 총이 되어 버린 나무 이야기인 창작오페라 <장총>(2022) 등 다양한 작품을 선보여왔다. 

지난해 11월 쇼케이스 공연에 이어 올해 10월 본공연으로 관객들과 만나는 <취화선>은 격변의 구한말, 시대와의 불화를 겪으면서 기행과 파격적인 자기의 회화세계를 구축한 오원 장승업의 삶을 새롭게 해석한 작품이다. 동명의 영화와는 다른, K-Opera로 거듭난 새로운 형태의 창작오페라다. 

영화 <취화선>이 조선말 화가 오원 장승업의 파격적인 그림 기행과 한반도의 사계를 담은 아름다운 풍광으로 주목을 받았다면, 이근형 작곡의 창작오페라 <취화선>(부제: 장승업, 그 미친 영혼의 노래)은 남사당패의 어름(줄타기)의 줄광대꾼인 소운과의 사랑, 조선시대 그림에 관한 관청인 도화서(圖畵署) 화원 시절에 임오군란과 갑신정변을 겪으며 풍전등화와 같은 조선을 짊어졌던 고종과의 필연적 만남, 팔도를 떠돌며 자유분방한 그림으로 민중들과 함께한 그의 삶을 현대적 음악 구조 속에 넣어서 새롭게 작곡한 현대창작오페라이다.

▲서울오페라앙상블 <취화선> 쇼케이스 장면
▲서울오페라앙상블 <취화선> 쇼케이스 장면

제국주의 열강의 침탈 야욕으로 풍전등화와 같은 19세기 혼돈의 조선말. 저잣거리 환쟁이 장승업이 남사당패와 함께 팔도를 떠돈다. 남사당패 꼭두쇠는 새 세상을 꿈꾸지만, 민란의 주모자로 쫓기는 신세이다. 그 와중에 몰락한 가문의 딸인 줄광대꾼 어린 소운과 승업의 사랑이 싹튼다. 세월은 흐르고, 승업은 야주개시장에서 그림에 몰두하여 그의 명성이 장안에 퍼지자 청국과 왜에게 아부하던 탐관오리들도 앞다퉈 그의 그림을 탐내지만 매국노들에게는 한 점도 내줄 수 없다며 문전 타박한다.

임오군란 후, 조선은 더욱 혼탁해지고 남사당패도 흩어지게 되면서 승업은 10년 만에 소운과 해후하여 사랑을 불태우나 관군에 저항하다 끝내 목숨을 잃은 소운의 시신 앞에서 오열하며 ‘시대와의 불화’를 견디고자 스스로 ‘그림감옥’ 에 갇혀 버린다. 한편, 화원들의 그림 품평회에서 자유분방한 승업의 붓놀림에 빠져 그의 후원자를 자청하게 된 민영환이 잦은 정변으로 피폐해진 고종을 위로하고자 승업의 그림을 선보이게 되고 그는 자기 뜻과 상관없이 도화서의 화원이 된다. 궁궐 내 도화서의 생활이 갑갑하던 승업은 담장을 넘나들며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다가 발각되어 고종을 반강제로 알현하게 되고 그의 그림을 통해 위안을 얻은 고종이 그의 궁궐 밖의 삶을 허락한다. 다시 시간은 흐르고, 저잣거리에서 사랑하던 소운의 환영과 기녀 설향의 치마폭에서 술에 취해 미친 듯이 그림에만 몰두하는 장승업. 어느 날, 진흙 속 연꽃이 되어 홀연히 사라진다.

▲서울오페라앙상블 <취화선> 쇼케이스 장면
▲서울오페라앙상블 <취화선> 쇼케이스 장면

서울오페라앙상블 장수동 예술감독은 “서양오페라 작품만을 공연하는 대구국제오페라축제를 비롯하여 예술의전당의 전관개관 30주년공연 영국로열오페라단 프로덕션의 <노르마>공연, 서울시오페라단과 창원(경남오페라단)이 <투란도트>를, 전주(호남오페라단)이 <리골레토>를 같은 시기에 별도 공연할 예정이고, 수도권 경우 성남에서는 <나비부인>을, 고양에서는 <세빌리아의 이발사>를, 서울문화재단이 직접 제작까지 맡은 노들섬 오페라는 지난해 <마술피리>에 이어 10월에 <세빌리아의 이발사>를 선보인다”라며 “올 한해 서양 지휘자, 연출자, 무대미술가들에 의해 베르디 작품 5편만을 편중해서 공연하고 있는 국립오페라단의 왜곡된 공연현상을 무색하게 하고 있는 작금의 오페라공연생태계가 안타까울 따름이다. 공공극장이나 공공오페라단이 앞장서서 서양오페라만을 올리는 편중 현상은 흥행의 안전성과 관객동원의 용이성은 있겠지만, 한국오페라의 미래와 한국오페라의 세계화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방향성은 결코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장 감독은 “창작오페라가 살아나아 한국오페라의 세계화의 길이 열린다는 마음으로 이번 10월, 유일무이한 한국초연 무대로 조선말, 거리화가 오원 장승업의 예술혼을 그린 창작오페라 <취화선>을 선보인다. 이번 공연이 한국오페라의 다양성 확산에 신선한 자극제가 되기를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장승업 역에는 바리톤 임창한과 베이스 양석진이 무대에 오른다. 소운 역은 소프라노 노지윤과 김예은, 설향 역은 소프라노 이지혜와 나정원이 각각 연기한다. 주모 역은 메조 소프라노 김난희와 권수빈이 맡았으며, 민영환 역은 베이스 한혜열과 베이스바리톤 김지섭이 맡는다. 고종은 테너 왕승원, 내관은 테너 이정명이 분한다. 이대감과 안중식 역은 테너 유태근이 맡으며, 홍대감과 조석진 역은 바리톤 최정훈이 연기한다. 서울오페라앙상블오케스트라와 마에스타오페라합창단이 함께 공연을 만들어갈 예정이다. 

서울오페라앙상블의 신작 <취화선>은 이달 20일 오후 7시 30분과 21일 오후 4시,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에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