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CA 《이신자, 실로 그리다》展, 독창적인 섬유예술을 펼치다
MMCA 《이신자, 실로 그리다》展, 독창적인 섬유예술을 펼치다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3.10.06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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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CA 과천, 내년 2월 18일까지
한국 섬유예술 구축ㆍ확장한 이신자 대규모 회고전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한국 1세대 섬유예술가 이신자의 대규모 회고전이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김성희)은 내년 2월 18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이신자의 대규모 회고전 《이신자, 실로 그리다》를 개최한다.

▲이신자, 자연의 이미지 I, II, 1965, 면에 면사, 모사, 견사, 화학염료; 납방염, 자유기법, 108×166 cm, 서울공예박물관  소장 (사진=MMCA 제공)

《이신자, 실로 그리다》는 이신자(1930~ )의 예술 세계 전반을 재조명하고자 마련됐다. 작가는 1970년대 섬유예술이라는 어휘조차 없던 시절에 ‘태피스트리’ (tapestry)를 국내에 소개하는 효시적 역할을 하며, 한국 섬유예술의 영역을 구축하고 확장한 주역이다. 이번 회고전에서는 초기작부터 2000년대 작품 90여 점과 드로잉, 사진 등의 아카이브 30여 점을 통해 이신자의 생애와 다채로운 작업 전반을 새롭게 읽어보고자 한다.

이신자는 다양한 섬유 매체를 발굴하고 독자적인 표현 기법을 적용한 작품 활동으로 한국 섬유예술계의 이정표를 세웠다. 이신자의 초기 작업에는 전통적인 섬유 소재 대신 밀포대, 방충망, 벽지, 종이와 같이 일상의 재료와 한국적 정서가 담긴 평범한 소재가 활용됐다. 이로 인해 일반적인 공예 기법과 틀에서 벗어나 당시 “대한민국 자수는 이신자가 다 망쳤다”라는 혹평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 작가는 파격적인 시도들로 1956년(제5회)과 1958년(제7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서 문교부장관상을 수상하며 30세에 국전 초대작가가 됐다. 1972년 국전에 출품한 <벽걸이>(1971)는 국내에 처음 선보인 태피스트리 작품으로 전통적인 태피스트리의 단조로움을 극복하고 독특한 재질감과 입체적 표현을 만들어냈다. 이후 작품에는 강렬한 색상의 대비로 신비감을 더하고, 간결하지만 대담한 기하학적 구성을 통해 섬유조형의 가능성을 확장했다.

▲한강, 서울의 맥, 1990-1993, 모사, 합성사; 태피스트리, 65×1870 cm,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설치 전경 (사진=MMCA 제공)

전시는 이신자의 작품세계가 형성되는 과정을 4부로 나누어, 각 시기별 한국 섬유미술사의 변천사와 작가의 작품세계의 변모상을 함께 살펴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특히 작품의 뒷면까지 볼 수 있는 입체적인 전시 연출로 작품을 제작하는 일련의 과정을 연상할 수 있게 한 것이 특징이다, 견고한 밀도와 디테일로 작품을 완성한 이신자의 공예가로서의 면모도 확인할 수 있는 구성이다.

1부 <새로운 표현과 재료> (1955-1969년)는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초기 작품들로, 작가의 거칠지만 자유롭고 대담한 시도들을 엿볼 수 있다. <장생도>(1958), <도시의 이미지>(1961), <노이로제>(1961) 등 크레파스나 안료를 칠하고, 천을 덧대는 기법인 아플리케(appliqué)를 해 캔버스의 바탕을 새롭게 바꾸어 나가며 한국 섬유미술의 폭과 깊이를 확장한 시기다.

2부 <태피스트리의 등장> (1970-1983년)은 작가가 1972년 대한민국미술전람회를 통해 태피스트리를 최초로 국내에 소개한 시기다. <숲>(1972), <원의 대화 I>(1970년대), <어울림>(1981) 등은 전통적 태피스트리의 단조로움을 피하고 올 풀기로 독특한 표면 질감을 유발하는가 하면, 이미 짜인 실을 밖으로 돌출시키는 부조적 표현으로 입체적인 질감을 형성한 작품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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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자, 산의 정기, 1996, 모사, 합성사, 금속; 태피스트리, 60×86 cm, 작가 소장 (사진=MMCA 제공)

3부 <날실과 씨실의 율동> (1984-1993년)에서는‘한국 섬유미술의 개화기’라 일컬을 만큼 국내 섬유 미술계가 새 국면을 맞이한 시기의 작품을 다룬다. 작가는 <숲의 왕자>(1987)와 같은 의상디자인과 무대막 등 작업 범위를 넓히고 자유로운 표현 방법을 구사했다. 동시에 작가 자신이 구현하고자 하는 회화적 분위기와 서사적 의미를 완벽하게 담을 수 있는 태피스트리 작품 <추억>(1985>, <가을의 추상>(1987), <기구 I>(1985), <메아리>(1985)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 섹션에서 이 시기의 정점을 이루는 작품으로 길이가 19m에 달하는 <한강, 서울의 맥>(1990-1993)도 감상 할 수 있다.

4부 <부드러운 섬유-단단한 금속> (1994-2000년대)에서는 자연을 관조할 수 있는 하나의 창으로 금속 프레임을 배치해 3차원 세계를 구성함으로써 자연에 대한 확장된 시각을 보여준다.

▲MMCA 《이신자, 실로 그리다》 전시 전경 (사진=MMCA 제공)

전시의 마지막은 작가의 밑그림과 드로잉 등의 아카이브와 인터뷰 영상, 대내외적인 활동 사진 등을 통해 작가의 작업세계에 보다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공예계를 이끌어 나갔던 이신자만의 독창성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의 삶과 예술에 대한 관심이 촉발되고, 삶과 예술이 지닌 동시대적 의미를 재고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