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고]‘사랑의 시인’ 김남조 별세…향년 96세
[부고]‘사랑의 시인’ 김남조 별세…향년 96세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3.10.10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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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단 74년, 시 1000편 남겨
▲사랑과 삶을 노래한 김남조 시인이 10일 오전 별세했다.
▲사랑과 삶을 노래한 김남조 시인이 10일 오전 별세했다. 사진은 제7회 서울문화투데이 문화대상 특별대상 수상 당시 김남조 시인의 수상 장면.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구순에 이르러서도 사랑과 삶을 따뜻하게 노래해 온 김남조 시인이 10일 오전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6세.

시인으로 살아 온 세월이 자그마치 74년인 고인은 1927년 경북 대구에서 태어나 1948년 서울대 국어교육과 재학 중 연합신문에 시 ‘잔상’, 서울대 시보에 시 ‘성수’ 등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첫 시집 ‘목숨(1953)’을 시작으로 ‘사랑초서’, ‘바람세례’, ‘심장이 아프다’ 등 다양한 시집을 펴냈다. 가장 최근 출간한 19번째 시집 ‘사람아, 사람아’까지 1000여편의 시를 세상에 전했다. 

고인은 가톨릭 신앙을 바탕으로 사랑과 평화, 행복, 윤리의식을 담은 시를 써왔다. 대표작으로는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고 노래한 ‘편지’ 등이 있다. “삶은 언제나/은총(恩寵)의 돌층계의 어디쯤이다”고 말한 ‘설일’을 비롯해 ‘겨울바다’, ‘가난한 이름에게’, ‘목숨’ 등도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송창식의 노래로 잘 알려진 ‘그대 있음에’의 노랫말도 고인의 작품이다.

한국 여성 시단의 대표 원로로 활약하면서도 후학 양성과 문단 발전에 힘 쏟았다. 1955년 숙명여대에서 전임강사로 처음 강단에 섰고 1993년 명예교수로 정년퇴임했다. 가톨릭문인회 회장, 한국시인협회 회장, 한국여성문학인회 회장, 한국방송공사 이사 등을 역임했고, 1990년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에 선출됐다. 1993년 국민훈장 모란장, 1998년 은관문화훈장, 2007년 만해대상 등을 받았다. 이어 2016년에는 제7회 서울문화투데이 문화대상 특별대상을 수상했다. 

고인은 남편인 조각가 김세중(1928~86)과 함께 지내던 서울 효창동 자택을 2015년 50억원의 사재를 털어 리모델링해 문화예술공간 ‘예술의 기쁨’을 개관했다.유족으로는 아들 김녕(김세중미술관 관장)·범(설치미술가)씨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 아산병원에 마련될 예정이며 발인은 12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