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국의 광장문화]축제가 가져야 할 키워드, 대동(大同), 동락(同樂), 상생(相生)
[김승국의 광장문화]축제가 가져야 할 키워드, 대동(大同), 동락(同樂), 상생(相生)
  • 김승국 문화 자유기고가/전 노원문화재단 이사장
  • 승인 2023.10.11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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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국 문화 자유기고가/전 노원문화재단 이사장
▲김승국 문화 자유기고가/전 노원문화재단 이사장

우리 민족이 한반도에서 거주하면서부터 축제는 시작되었다. 

10월은 축제의 계절이다. 전국 어디에서나 각양각색의 축제가 열리고 있다. 예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은 가·무·악(歌·舞·樂)을 즐기어 전국 어느 곳에 가도 노래방이 성업(盛業)하고 있으며 관광버스 안에서 춤추는 것을 금지할 정도로 노래 부르기와 춤추기를 좋아한다. 이러한 우리의 민족성이 축제의 분위기를 한층 더 높여주는 주요 요소가 되기도 하고, 많은 축제가 생성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축제가 시작된 것은 우리 민족이 한반도에서 거주하면서 시작되었을 것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겠으나 문헌상으로는 상고시대인 부여의 영고(迎鼓), 고구려의 동맹(東盟), 예의 무천(舞天)을 시원으로 여기고 있다. 특히 북을 치고 곡을 연주하면서 신을 맞이하던 부여의 영고(迎鼓)는 일종의 ‘맞이굿’으로서 전통적으로 마을마다 제천의식의 한 형태로 온 마을 사람들이 함께 모여 마을의 무사안녕(無事安寧)]과 풍년을 기원하는 동제(洞祭)인 ‘마을굿’으로 발전하였다. 마을굿은 지역에 따라 유교식 제사 위주로 치러지는 예도 있으나, 대체로 토속신앙의 의식과 함께 행해졌다. 마을굿의 형태는 별신굿, 도당굿, 대동굿, 부군당, 당굿, 산신제, 당제, 당산제 등 명칭이 다양한 만큼 지역별로 내용에 차이가 크다. 

‘굿’이라는 용어는 무속 의식으로서의 용어로만 사용되는 것으로 잘못 알려진 것도 사실이지만, ‘굿’의 사전적 의미는 ‘여러 사람이 모여 떠들썩하게 신명 나게 놀거나 구경할 거리’를 말하며 모든 지방에 걸쳐 일반적으로 쓰이는 말로 '굿친다'라는 표현을 쓴다. 굿의 의미는 원래 '모인다'라는 뜻이 있다. 따라서 ‘굿’은 모여서 공동체 안의 모든 일을 의논하고 풀어 가며, 공동체적 바람을 집단으로 빌며 집단적 신명으로 끌어 올려 새로운 삶의 결의를 다지는 일련의 과정을 담아내는 순수한 우리말이다. 

우리와 가까운 이웃 국가인 일본에서도 우리나라의 마을굿에 해당하는 ‘마쓰리’(祭)가 열린다. 특히 일본의 3대 마쯔리로 불리는 교토의 ‘기온 마쯔리’, 도쿄의 ‘칸다 마쯔리’, 오사카의 ‘텐진 마쯔리’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마쯔리가 열릴 때마다 일본의 전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많은 관광객이 모여들어 일본의 대표적 관광상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우리 축제의 기본 정신은 대동(大同), 동락(同樂), 상생(相生)

우리의 마을굿은 우리 고유의 마을 축제로서 대동(大同), 동락(同樂), 상생(相生)의 기본 정신이 담겨 있다. 즉 마을 사람들이 구경꾼이 아닌 주인이 되어 함께하고(大同), 함께 즐기며(同樂) 그러한 과정에서 서로 화합하고 서로 존중하고, 서로 도와가며 살아가는(相生) 문화를 만들어 미래로 나아가는 동력을 창출해낸다는 뜻이 있다.

이러한 마을굿이 일제 강점기에는 일제(日帝)에 의하여 미신(迷信)이라 비하되고, 철저히 탄압되었으며, 해방 후 산업화과정에서 멸실 위기에 처했다가 최근 들어 일부 지역에서 활성화되고 복원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며 한편으로는 한국의 대표적 전통문화 축제로 발전되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성공한 지역 축제, 지역사회 통합과 지역경제 활성화 두 가지 효과 거두어

전국에 수많은 축제가 열리고 있다. 축제는 무형의 관광자원으로서 지역경제 활성화 및 지역 이미지 개선의 효율적인 수단으로서의 잠재력이 큰 행사로서 고유문화와 전통을 살리고 지역적으로 특화된 관광상품을 만들어 관광목적지의 이미지를 향상하고, 방문객의 관광 욕구 및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전국에서 열리고 있는 그 많고 많은 축제 중 전시성, 소모성 축제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으며 비판받는 축제도 많으나, 제법 성공을 거두어 국제적 축제로 발돋움한 축제도 더러 있다. 전통문화를 기반으로 한 사회 통합적인 기능을 가진 축제가 활성화된다면 지역통합과 지역민의 지역문화 정체성 확립에도 기여할 뿐만 아니라 관광자원이 되어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정부에서도 지역의 특성화된 공연예술 행사·축제 지원을 통해 문화예술발전과 관광 활성화, 국민의 문화 향수권 신장 도모를 위하여 연극, 뮤지컬, 음악, 무용, 전통, 다원 등 총 61개의 공연예술제에 정부와 지자체의 매칭 사업으로 재정지원을 해주고 있는 ‘대표적 공연예술제 관광 자원화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축제 중에서는 계획과 집행에 있어 모범적으로 잘 운영되고 있는 축제들이 있는가 하면, 사업목적과 취지에 부합되지 못하고 정치적인 행사, 혹은 소모성 축제로 전락한 축제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축제는 지역적 정체성이 분명해야

축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축제를 계획할 때 본 축제의 정체성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축제를 기획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축제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왜 이 축제를 하려고 하는지 목적이 분명하고, 타 축제와는 어떠한 차별성과 특성이 있는지를 분명히 하고, 향후 이 축제를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지 명확하고 실현이 가능한 중장기 비전 및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축제의 정체성에 맞게 어떻게 지역의 특성화된 전략을 기반으로 하는 축제 주제의 지역적 정체성과 보편성이 담보되고, 지역 대표축제로서 사업목적에 부합되도록 목적 설정이 되어야 하며, 실현·가능하며 구체적인 사업계획이 수립되어야 한다.

축제를 거행하는 데는 구성원 간의 입장이 서로 다르다. 지역주민들은 고된 일상으로부터의 일탈을 통해 평소 즐기지 못했던 것을 향유하고, 단지 구경꾼으로서가 아니라 참여를 통해 끼를 발산하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행사를 기대하고, 예산을 지원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입장은 공동체의 일체감 조성과 경제적 효과 창출을 위한 지역사회 발전용 행사이기를 기대하고, 해당 지역 선출직 인사들은 지역주민과의 소통을 위한 행사이기를 기대하고, 외래 관광객 입장에서는 다른 지역에서는 접하지 못할 독특한 레퍼토리를 요구하는 관광용 행사이기를 기대한다. 축제 기획자는 서로 다른 구성원들의 입장을 잘 조율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도 축제의 정체성과 목적을 벗어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할 것이다.       

축제의 목적과 중장기 비전 및 전략이 마련되면 어떠한 프로그램 구성 형식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 것인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제례 의식, 전통예술, 민속놀이 위주의 전통문화 축제로 가져갈 것인지, 문학, 미술, 음악, 무용 등 공연예술과 전시예술 위주의 예술축제로 가져갈 것인지, 전통문화, 예술, 체육행사, 오락 등 모든 것이 어우러지는 종합축제로 가져갈 것인지, 아니면 선발대회, 추모 등 단일 소재로 이루어진 기타축제로 가져갈 것인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그다음에 실행계획을 주도면밀하게 수립해야 한다. 축제 계획은 축제의 정체성에 부합되도록 일관되게 수립되어야 하고 축제의 목적이 명확해야 한다. 단 그 목적은 공공성에 기반을 두고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축제의 실행계획은 구체적이고 실현·가능하게 수립되어 그 타당성이 담보되어 있어야 한다. 축제는 연속성을 가져야 하므로 사업의 비전 정립 및 그에 따른 실현 가능한 중장기 계획과 전략이 수립되어 발전·가능한 축제로 기획돼야 한다. 

타 축제와 차별화되고 특성화된 축제여야 한다

현재 전국에서 열리고 있는 축제가 획일화되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 그래서는 축제가 발전해 나갈 수 없다. 축제는 지역, 사업 성격을 고려하여 특성화되어야 하며 유사 타 축제와 차별성을 갖추고 있어야 발전해 나갈 수 있다. 이러한 중장기 포석도 필요하지만, 목전의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단기 사업 목표가 기획되어야 한다. 해당연도 축제의 관람객 수 목표, 프로그램 구성, 재원 조성 계획 등이 합리적이고 현실성 있게 그 근거가 타당성과 구체성을 갖도록 설정되어 있어야 한다. 단기 목표는 축제 실행계획과 그 궤를 같이해야 함은 물론이다. 

이러한 실행계획을 기반으로 축제는 실행단계로 넘어가게 된다. 축제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운영 조직이 필요하다. 조직을 구성할 때는 행사 성격과 규모에 맞는 조직 구성해야 하는데 전문성을 갖춘 충분한 인력을 확보하고 적재적소에 인력을 배치해야 한다. 그다음에 프로그램 구성을 사업목적에 맞게 기획하고 구성해야 한다. 

축제는 프로그램의 차별화와 완성도가 중요

축제는 프로그램의 완성도가 중요하다. 따라서 차별성 및 독창성 있는 다양한 시도와 참신한 아이디어가 담겨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프로그램은 사업목적에 맞게 메인 프로그램과 부대프로그램을 적절하게 선정하고 배치해야 한다. 이렇게 선정되고 배치된 프로그램을 원활하게 진행하고 운영하려면 관객의 접근성과 동선을 고려하여 시간대에 맞추어 행사 특성, 규모 등을 반영한 장소를 선정하고 운용 인력을 배치하여야 한다. 

또한, 돌발상황에 대처한 안전대책 메뉴얼을 마련하고 현장 안전요원 배치해야 한다. 프로그램 진행에 있어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관객 이해 및 편의를 위한 서비스가 적절하게 제공되어야 한다. 즉 관객들에 대한 안내 및 편의 제공을 위한 자원봉사자 및 충분한 진행요원의 배치는 물론 축제프로그램과 장소의 정보제공을 위한 안내 자료가 충분히 준비되어 있어야 하며, 화장실, 식음료 서비스 등 편의시설을 확보하고, 장애인을 위한 서비스 제공도 이루어져야 한다. 

이 모든 준비가 완벽하게 이루어진다 해도 축제에 대한 적극적인 사전 홍보 및 현장 홍보가 다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서는 아무 소용이 없다. 적극적인 관객개발이 될 수 있도록 전문적인 홍보 마케팅 인력을 활용한 온라인-오프라인 홍보 마케팅 전략이 수립되고 시행되어야 한다.

축제의 본질에서 벗어나 대형 이벤트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 새겨들어야

축제의 치밀한 실행계획과 원활한 운영이 이루어진 후에는 사후 평가는 매우 중요하다. 그 평가는 다음 축제를 기획할 때 고려되어야 할 가장 중요한 자료이다. 따라서 축제가 끝나면 사업계획과 목표에 따른 실제 현장 운영이 부합하였는지를 철저히 분석하고 평가해야 한다. 또한, 현장에서 관객 참여 및 호응이 적절히 이루어졌는지, 행사의 전반적인 수준은 어떠하였는지, 해당 분야 발전에 기여한 축제였는지, 지역발전 및 사회적 관심이 제고된 축제였는지를 분석하여 평가보고서에 세세히 담아내야 한다. 

축제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세세한 준비가 선행되어야 한다. 지역 축제는 함께 즐기는 축제이니만큼 전문가들만의 잔치가 되어서는 안 된다. 다시 말해 전문가들이 집행하고 지역민들은 구경꾼으로 머무는 축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현재 전국에서 펼쳐지고 있는 대부분의 축제가 축제의 본질에서 벗어나 지역민이 주인이 되는 축제가 아니라 대형 이벤트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을 새겨들어야 한다. 다시 말해 특정한 전문가의 손에 의해서가 아니라 지역민이 주인이 되는 축제, 지역의 공동체가 서로 역할을 적절하게 나누어 협력하여 대동(大同), 동락(同樂), 상생(相生)이라는 축제의 기본 정신을 지켜나가야 성공적인 지역 축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