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함과 화려함의 상징이 된 꽃, 상호주체적 감각 담아내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순환하는 자연은 인간에게 유한한 삶을 자각하게 한다. 탄생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다양한 변화를 겪어가며 결국 자연으로 회귀하는 섭리가 자연의 일부이며 순환의 고리로 연결돼 있음을 깨닫게 된다.
갤러리도스가 기획한 이진하 작가의 전시 《꽃은 신이다》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계의 진리인 ‘순환’을 꽃이라는 자연물을 통해 말하는 자리다. 자연의 질서 안에서 순환과,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생성과 소멸은 영원하게 이어지는 또 다른 시각을 말한다. 갤러리도스 제1전시관에서 오는 17일까지 관람객을 만난다.
죽음 앞에서 유한한 존재들 깊은 슬픔에 빠진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소멸은 생성을 위한 또 다른 시작이라고 믿는다. 겨울이 되면 식물은 메말라 시들고 영원한 죽음을 맞이하는듯하 나 새 생명을 품고 다시 찬란히 자라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러한 믿음을 기반으로 이 작가는 탄생하고 허물어져가는 것들과 이러한 모습들로 상징되는 꽃으로, 삶의 순환에 대한 물음과 흔적들을 캔버스 위에 투영한다. 이 작가의 작품 모티브가 되는 꽃은 뚜렷한 시간적 변화를 갖고있는 자연의 소재다. 꽃은 계절의 환경에 따라 탄생과 소멸 사이를 반복해 순환성을 지속하고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질서가 된다.
화려하고 강렬한 색채와 간결한 형태의 꽃의 배열은 감출 수 없는 아름다움을 갈망하며 감성을 자극한다. 이에 따라 관객은 작가의 작품을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 촉각과 후각을 자극받는 느낌을 통해 작품의 주체가 된다. 작품 속 꽃은 단순히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작가가 꽃으로 말하고자 했던 삶의 순환과 생명과 소멸에 대한 물음에 적극적으로 다가서 볼 수 있다.
작가에게 있어, 화면을 꽃들로 가득 채우는 반복된 행동은 그림 그리는 행위에 몰입해 자아를 다스리고 사념을 털어내는 수행과도 같은 시간으로 볼 수 있다. 꽃의 패턴은 단순하고 상징적인 표현으로 화면 전체의 통일성을 부여하고 보다 깊은 내면세계로 빠져들게 한다.
캔버스 위로 폭발하듯 터져 나오는 꽃잎들은 저마다 질감, 색감, 형태 등 어느 것 하나 동일하지 않다. 자연의 다양하고 변화무쌍한 면면을 통해, 작품은 생명의 동적 에너지를 강렬하게 전달한다.
또한, 자유롭게 움직이는 듯한 꽃의 배열은 작가의 특징적인 작업 스타일을 보여준다. 이 작가는 꽃의 수술은 의도적으로 활짝 핀 꽃의 수술처럼 묘사하거나, 폭죽이 터지는 찰나의 순간을 포착한 듯 보이기도 한 선의 이미지를 화면 곳곳에 배치해 동적인 느낌을 강화한다. 불꽃 형상의 집약된 선들은 꽃의 형체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며 내적 감수성을 일깨워 반복되는 꽃의 패턴 사이에서 다양한 시각적인 즐거움을 선사한다.
《꽃은 신이다》에서 선보이는 이 작가의 <Flower Bomb> 꽃 연작 시리즈는 매력적인 색채와 형태로 관람객의 시선을 단숨에 압도한다. 다채로운 색감의 꽃잎들로 인해, 경쾌하고 찬란하게 흩어지는 불꽃놀이를 보는 듯한 감정을 전하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가장 일상적이고, 연약한 소재일 수 있는 ‘꽃’을 통해서, 이 작가는 생성과 소멸로 무한하게 이어지는 삶의 진리를 전한다. 동시에 무거운 세계의 주제를 쥐고, 죽음 뒤 언제난 새로운 시작을 맞이할 수 있는 생명체만이 가지고 있는 동적인 느낌으로 활력과 응원을 전한다. 이 작가의 작품에선 장렬하게 생동하는 생명으로부터 느껴지는 벅찬 감동과 함께, 활기차고 강한 에너지가 느껴지는 팡파르가 들려온다.
이 작가는 작가 노트를 통해 “연약함을 상징하는 꽃이 아닌 금기를 깨는 듯 가두어 둔 욕망을 터뜨리는 동시에 내적 강인함과 화려함을 보여주는 상징적 이미지로 탈바꿈된다”라며 “그렇게<Flower Bomb>은 새로운 존재의 방식을 의미하는 상호주체적인 감각으로 전환된다”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