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화 기획전 《꽃은 신이다》, “꽃으로 보는 생성-소멸의 순환”
이진화 기획전 《꽃은 신이다》, “꽃으로 보는 생성-소멸의 순환”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3.10.11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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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도스 제1전시관, 오는 17일까지
강인함과 화려함의 상징이 된 꽃, 상호주체적 감각 담아내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순환하는 자연은 인간에게 유한한 삶을 자각하게 한다. 탄생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다양한 변화를 겪어가며 결국 자연으로 회귀하는 섭리가 자연의 일부이며 순환의 고리로 연결돼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진하, Flower Bomb 22-13,14. acrylic on canvas, 112x162cm(x2), 2022 (사진=갤러리도스 제공)
▲이진하, Flower Bomb 22-13,14. acrylic on canvas, 112x162cm(x2), 2022 (사진=갤러리도스 제공)

갤러리도스가 기획한 이진하 작가의 전시 《꽃은 신이다》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계의 진리인 ‘순환’을 꽃이라는 자연물을 통해 말하는 자리다. 자연의 질서 안에서 순환과,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생성과 소멸은 영원하게 이어지는 또 다른 시각을 말한다. 갤러리도스 제1전시관에서 오는 17일까지 관람객을 만난다.

죽음 앞에서 유한한 존재들 깊은 슬픔에 빠진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소멸은 생성을 위한 또 다른 시작이라고 믿는다. 겨울이 되면 식물은 메말라 시들고 영원한 죽음을 맞이하는듯하 나 새 생명을 품고 다시 찬란히 자라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러한 믿음을 기반으로 이 작가는 탄생하고 허물어져가는 것들과 이러한 모습들로 상징되는 꽃으로, 삶의 순환에 대한 물음과 흔적들을 캔버스 위에 투영한다. 이 작가의 작품 모티브가 되는 꽃은 뚜렷한 시간적 변화를 갖고있는 자연의 소재다. 꽃은 계절의 환경에 따라 탄생과 소멸 사이를 반복해 순환성을 지속하고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질서가 된다.

▲Flower Bomb 23-20, acrylic on canvas, 91x117cm, 2023
▲이진하, Flower Bomb 23-20, acrylic on canvas, 91x117cm, 2023 (사진=갤러리도스 제공)

화려하고 강렬한 색채와 간결한 형태의 꽃의 배열은 감출 수 없는 아름다움을 갈망하며 감성을 자극한다. 이에 따라 관객은 작가의 작품을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 촉각과 후각을 자극받는 느낌을 통해 작품의 주체가 된다. 작품 속 꽃은 단순히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작가가 꽃으로 말하고자 했던 삶의 순환과 생명과 소멸에 대한 물음에 적극적으로 다가서 볼 수 있다.

작가에게 있어, 화면을 꽃들로 가득 채우는 반복된 행동은 그림 그리는 행위에 몰입해 자아를 다스리고 사념을 털어내는 수행과도 같은 시간으로 볼 수 있다. 꽃의 패턴은 단순하고 상징적인 표현으로 화면 전체의 통일성을 부여하고 보다 깊은 내면세계로 빠져들게 한다.

캔버스 위로 폭발하듯 터져 나오는 꽃잎들은 저마다 질감, 색감, 형태 등 어느 것 하나 동일하지 않다. 자연의 다양하고 변화무쌍한 면면을 통해, 작품은 생명의 동적 에너지를 강렬하게 전달한다.

▲이진하, Flower Bomb 22-01,02,03,04. acrylic on canvas, 40x35cm(x4),  2022
▲이진하, Flower Bomb 22-01,02,03,04. acrylic on canvas, 40x35cm(x4), 2022  (사진=갤러리도스 제공)

또한, 자유롭게 움직이는 듯한 꽃의 배열은 작가의 특징적인 작업 스타일을 보여준다. 이 작가는 꽃의 수술은 의도적으로 활짝 핀 꽃의 수술처럼 묘사하거나, 폭죽이 터지는 찰나의 순간을 포착한 듯 보이기도 한 선의 이미지를 화면 곳곳에 배치해 동적인 느낌을 강화한다. 불꽃 형상의 집약된 선들은 꽃의 형체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며 내적 감수성을 일깨워 반복되는 꽃의 패턴 사이에서 다양한 시각적인 즐거움을 선사한다.

《꽃은 신이다》에서 선보이는 이 작가의 <Flower Bomb> 꽃 연작 시리즈는 매력적인 색채와 형태로 관람객의 시선을 단숨에 압도한다. 다채로운 색감의 꽃잎들로 인해, 경쾌하고 찬란하게 흩어지는 불꽃놀이를 보는 듯한 감정을 전하기도 한다.

▲이진하, Flower Bomb 23-23, acrylic on canvas, 60cm, 2023
▲이진하, Flower Bomb 23-23, acrylic on canvas, 60cm, 2023 (사진=갤러리도스 제공)

어떻게 보면 가장 일상적이고, 연약한 소재일 수 있는 ‘꽃’을 통해서, 이 작가는 생성과 소멸로 무한하게 이어지는 삶의 진리를 전한다. 동시에 무거운 세계의 주제를 쥐고, 죽음 뒤 언제난 새로운 시작을 맞이할 수 있는 생명체만이 가지고 있는 동적인 느낌으로 활력과 응원을 전한다. 이 작가의 작품에선 장렬하게 생동하는 생명으로부터 느껴지는 벅찬 감동과 함께, 활기차고 강한 에너지가 느껴지는 팡파르가 들려온다.

이 작가는 작가 노트를 통해 “연약함을 상징하는 꽃이 아닌 금기를 깨는 듯 가두어 둔 욕망을 터뜨리는 동시에 내적 강인함과 화려함을 보여주는 상징적 이미지로 탈바꿈된다”라며 “그렇게<Flower Bomb>은 새로운 존재의 방식을 의미하는 상호주체적인 감각으로 전환된다”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