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전통음악을 향한 작가의 집념…『소리와 춤을 살았더라, 유익서가 만난 십오 인의 우리 명인명창』 출간
[신간]전통음악을 향한 작가의 집념…『소리와 춤을 살았더라, 유익서가 만난 십오 인의 우리 명인명창』 출간
  • 진보연 기자
  • 승인 2023.10.1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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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유익서가 만난 15명의 예인들
▲저자 유익서|열화당|정가 17,000원
▲저자 유익서|열화당|정가 17,000원

[서울문화투데이 진보연 기자]해방과 전쟁 후, 급격한 산업 발전이 부른 변화 속에서 이십세기가 저물 무렵이었다. 시대의 큰 흐름이 용납하지 않았던 우리 전통음악의 예맥은 하염없이 시들어 갔으나, 그 끝자락을 장려하게 수놓았던 마지막 예인들이 있었다.

가야금산조 김난초(金蘭草, 1911–1989), 대금정악 김성진(金星振, 1916–1996), 승무 한영숙(韓英淑, 1920–1989), 판소리 김소희(金素姬, 1917–1995), 가곡 홍원기(洪元基, 1922–1997), 가사 정경태(鄭坰兌, 1916–2003), 서도소리 오복녀(吳福女, 1913–2001), 선소리산타령 정득만(鄭得晩, 1907–1992), 범패 박송암(朴松巖, 1915–2000), 강령탈춤 박동신(朴東信, 1909–1992), 하회별신굿탈놀이 이창희(李昌熙, 1913–1996), 통영오광대 이기숙(李基淑, 1922–2008), 고성농요 유영례(柳英禮, 1923–2007), 임실필봉농악 양순용(梁順龍, 1941–1995), 제주칠머리당영등굿 안사인(安仕仁, 1928–1990). 이렇게 열다섯 장르에서 소위 ‘인간문화재’라 불린 국가무형문화재 기예능보유자들이 그 주인공이다. 

삼십여 년 전 이들과 소설가 유익서(劉翼叙)가 나눈 인터뷰 기록들이 『소리와 춤을 살았더라: 유익서가 만난 십오 인의 우리 명인명창』이라는 한 권의 책으로 출간됐다. 산문 형식으로 된 이 글들은, 예인들과 작가가 인터뷰한 시점, 그리고 예인들이 자신의 먼 과거를 다시 회고하는 시점이 겹겹이 교차되어 있어, 한결 다채로운 음률을 만들어낸다. 

이 책에 수록된 인터뷰 기록들은 월간 『음악동아』의 ‘명인명창을 찾아서’ 연재 기사 중 장르별로 엄선한 열네 편(1984, 1986–1988)과 월간 『케이블TV』 ‘인물 다큐멘터리’ 연재 기사 중 필자로 참여한 ‘김소희’ 편(1994)에 해당한다. 글은 각 예인들의 장르와 글의 성격 등을 고려해 배치했으며, 인터뷰가 이루어진 시점을 기준으로 서술되어 있다. 연재 당시 지면과 시간의 한계로 부족했던 부분들은 다시 취재하고, 대화만으로는 알기 어려운 이론적 내용들은 연구 자료를 찾아 보완했다. 

더불어 전통예술의 최전성기라 할 수 있는 원각사(圓覺社)에서부터 국립국악원의 전신인 국악사양성소 및 그의 전신인 이왕직아악부원양성소 등 음악사적으로 주요한 갈래들이 등장해 이해를 돕는다. 명인명창들의 농익은 모습을 가까이에서 포착했던 사진가 김수남, 이의택 등의 초상사진들도 함께 실려 있다.

무엇보다 모두 세상을 떠나 이제는 만날 수 없는 예인들이기에 그들의 생활과 성품, 인간적 면모를 중점에 두고자 했음을 저자는 강조한다. 한편, 생생한 묘사에서 느껴지는 현장감은 그 순간순간들이 소설가로서 마주한 문학적 경험이기도 했음을 말해 준다.

이 책의 저자 유익서(劉翼叙)는 1945년 부산 출생으로, 중앙대학교 국문학과에 입학해 문학을 공부하다 동아대학교 법학과로 옮겨 법학을 전공했으며, 중앙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74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입선하고 1978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되었다. 1980년대 중반 월간 『음악동아』에 연재되었던 ‘명인 명창을 찾아서’의 필자로 참여했다. 장편소설로 『민꽃소리』 『세 발 까마귀』 『노래항아리』 『소설 진달래꽃』 등이, 소설집으로 『비철이야기』 『표류하는 소금』 『한산수첩』 『고래그림 비(碑)』 등이 있다. 단국대학교 대학원, 동의대학교 등에 출강했으며 동아대학교 한국어문학부 초빙교수를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