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중미술관, 박병욱 조각전 《벽, 그리고 향》
김세중미술관, 박병욱 조각전 《벽, 그리고 향》
  • 이지완 기자
  • 승인 2023.10.16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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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제 1, 2전시실, 11월 18일까지
인간에 내재한 존재율, 사유 담은 인체 조각 중심

[서울문화투데이 이지완 기자] 한국조각사에 있어 인체 조각분야를 꾸준히 연구하고 작업했던 故박병욱(1939-2010) 조각가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회고전이 열린다. 김세중미술관(관장 김녕)은 2023년 특별기획전으로 박병욱 조각전 《벽, 그리고 향》을 개최한다. 전시는 오는 11월 18일까지 김세중미술관 제 1, 2전시실에서 관람객을 만난다.

▲박병욱, 향(向), 청동, 143×91×72cm, 1975,국립현대미술관 소장, 국전 제24회 대통령상 수상작 (사진=김세중 미술관 제공)
▲박병욱, 향(向), 청동, 143×91×72cm, 1975,국립현대미술관 소장, 국전 제24회 대통령상 수상작 (사진=김세중 미술관 제공)

특별기획전《벽, 그리고 향》은 박병욱의 2011년 유작전 이후 열리는 첫 전시로 작가가 가장 활발하게 활동했던 1970-80년대를 중심으로 작가가 인간에 내재한 존재율과 사유의 문제를 심화시킨 인체 조각을 중심으로 기획됐다.

1939년 대구 출생인 박병욱은 서울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한 후 현대공간회 일원으로 활동하였으며 1975년에 국전 조각부문 대통령상을 수상하면서 한국 미술계에서 주목을 받았다. 박병욱은 주로 브론즈와 석재를 재료로 하여 인간상을 조형의 매개체로 작업하였으며, 독특한 동세가 가진 방향성과 역동성 그리고 대칭적 구도를 강조하였다. 또한 인체가 가지고 있는 세부적인 면을 생략하고 아름다움을 응축하고 단순화시킴으로써 나오는 직선과 곡선의 미려한 조형성을 과시하였다. 즉 구상적 소재인 인간상을 표현하지만 그것의 내용적인 면 보다는 그 형태 자체에 내재된 추상적 형식을 끊임없이 탐구하면서 이끌어내어 새로운 조형미로 전환시켜왔으며, 구체적 형태와 설명을 생략하여 하나의 단위로 일원화되는 단순미와 균형미의 독창적인 조형성을 도출해 온 작업을 선보였다.

▲박병욱, 만월(滿月), 청동, 125×68×67cm,1982, 개인소장(photo by Mihyun Son)
▲박병욱, 만월(滿月), 청동, 125×68×67cm,1982, 개인소장(photo by Mihyun Son) (사진=김세중 미술관 제공)

전시는 총 2개의 공간으로 구성됐다. 1전시실에서는 1975년 국전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향(向)’을 비롯해 인체의 조형적 형상(形像)을 간결하고 세밀하게 구현한 ‘상(像)’ 시리즈, 인간 실존의 문제를 담은 ‘념(念)’과 ‘망(望)’ 등 작가의 대표적인 청동과 석조 조각 20점을 선보인다. 특히, 작가가 대학생 시절 새로운 재료를 탐구하던 중 합성수지 소재를 조각에 처음 적용한 작품과 1990년대 중반 갑자기 찾아온 신체적 불편함으로 인해 오른손 작업이 힘들어지자 왼손을 단련해 마지막까지 열정을 쏟았던 후기 종이점토 작품 파피에 마셰(Papier-mâché)도 함께 선보인다. 조각 외에도 작가가 작품을 구상하고 계획했던 치밀하고 완성도 높은 드로잉 40여 점도 공개된다.

2전시실에서는 작가의 일생을 담은 연보와 소품을 통해 당시 치열했던 시대적 상황에서 작가의 작품 세계와 삶의 연관관계를 살펴볼 수 있는 전시를 선보인다.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예술 작품들은 늘 혼란과 함께 새로움으로 다가오고, 그 안에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분투한 예술적 성취는 생명과 삶에 언제나 경이로운 힘과 위안을 선사한다.

▲박병욱, 상(像)-86-5, 화강석, 66×40×28cm, 1986 개인소장(photo by Mihyun Son) (사진=김세중 미술관 제공)

김세중미술관은 “이번 인체 조각 전시를 통해 당시 예술가로서 처한 현실 세계의 ‘벽(壁)’ 그리고 인간 실존의 의미를 추구하고 바라보았던 ‘향(向)’의 세계에 대해 함께 사유하는 자리가 마련되길 바란다”라며 이번 전시 기획 의도를 전했다.